지난 11월 27일(목)에 진행된 예술경영 컨퍼런스의 다양한 사례와 현장 이야기는 예술이란 것을 경영하는 접점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전사들에게 작든 크든 그간 상상하고 꿈꿔 오던 것들을 확인시켜 주고 희망을 주는 자리였음이 틀림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경영 컨퍼런스는 현재의 예술경영인들에게, 혹은 예술경영과 관련된 정책을 수반하는 이들에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키가 되어주는 중요한 역할하고 있다.

올해 3년째를 맞이하는 예술경영 컨퍼런스는 전문예술법인단체의 예술경영 우수 사례 공모를 통해 자생력과 경쟁력을 지닌 단체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예술 단체들의 상호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경영의 발전적 모델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업계의 몇 안 되는 자리이다.

사업 기획 및 수행, 조직 운영, 재원 조성 이렇게 3가지로 크게 구분하여 공모가 이루어졌고 큰 카테고리 내에서 인적자원, 홍보마케팅을 포함, 수익창출 사업모델, 브랜드개발 사례 등 세부적 주제를 편성하여 주제의 다양성과 범위의 확대, 구체성을 제시하여 좀 더 폭넓은 예술경영 사례를 듣고자 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노력을 알기라도 한 듯 지난해 ‘사업 기획 및 수행’ 분야에 대부분이 집중되었던 데 비해 올해는 재원 조성과 조직 운영에도 고르게 응모되어 더욱 다채로운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다양한 지역의 예술경영 사례들이 공모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며 예술경영 컨퍼런스가 해를 거듭할수록 점차 그 가치와 위력을 발휘해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 총평을 맡았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승엽 교수는 작년, 재작년보다 안정성을 갖추어가고 있으며 지역, 주제, 장르 면에서 더욱 다양해진 예술경영 사례들로 구성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날 동시간대에 공교롭게도 서울시청에서는 “예술가는 왜 가난한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이 교수는 예술가나 예술경영을 위한 노력들이 하나의 해결 답변이 되고 있다고 평가할 만큼 예술 현장 곳곳의 생생한 사례는 예술의 경영 방식이나 다양한 시도들로 발전해 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예술현장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 지원해오고 있는 수림문화재단의 후원은 이 사업의 의미와 목표를 확고히 새기는 데 힘이 되어 주었고 제2의, 제3의 수림문화재단을 기대하게 했다.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9개 단체 중 3개 단체에게 각각 500만 원의 상금과 표창이 수여되는 이번 사업은 전문가와 컨퍼런스 현장 심사를 통해 우수경영 사례를 선정, 시상하였다. 올해는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상에는 (재)의정부 예술의 전당이,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상에는 자계예술촌이, 마지막으로 큰들문화예술센터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우수 전문예술법인단체 인증서를 수여 받은 관계자들 모습

▲ 2014 예술경영 컨퍼런스에서 ‘우수 전문예술법인단체’ 인증서를 수여 받은 단체 관계자들 모습

극단 뉴컴퍼니의 발표모습

▲ 극단 뉴컴퍼니의 발표 모습


와이즈 발레단의 발표모습

▲ 와이즈 발레단의 발표 모습

이상(理想)이 현실이 되다.

꿈꾸던 것, 상상하던 것이 현실로 이루어졌을 때의 희열이란 경험해본 이들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대구에서 올라온 극단 뉴컴퍼니는 첫 발표임에도 불구하고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자신의 단체가 해낸 일에 대해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발표를 이어갔다. 한류 바람을 타고 공연계에서도 콘텐츠의 수출과 해외합작공연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의지대로 실현하기에는 그리 녹록지 않은 시장과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 단체는 국내 공연시장의 위기를 벗어날 대안으로 중국시장을 겨냥했고 문화적, 정서적 이질감을 극복하고 그들의 정서에 기대기 위한 합작시스템의 선택과 소재 선택의 전략을 공유하였다. 지역 예술 단체로서 문화콘텐츠의 변방이라는 인식을 벗고 중국 문화시장과의 교류에서 공동제작에 이르기까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력과 성과들을 소개하였다.

예술 단체들은 새로운 콘텐츠,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작이 매일매일 안고 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그 이면에는 ‘어떻게 관객과 소통할 것인가?’, ‘어떻게 대중들의 가까이에 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로 고민할 것이다. 와이즈 발레단은 이러한 고민의 해답으로 클래식 발레의 대중화를 모토로 단체의 특색을 고스란히 담은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 과정과 성공적 공연의 과정을 그려냈다. 그 외에도 5개 민간발레단과의 협업과 발레협동조합 구성에 이르기까지 클래식 발레를 통한 관객과의 소통과 예술가의 복지까지 섬세함을 놓치지 않았다.

그냥 소박했다. 아주 소소한 자신들의 예술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1,500여 명 후원 회원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는 큰들문화예술센터는 공연도 하고 예술교육도 하고 상상 그 이상, 농사도 지으며 자신들이 사랑하는 예술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예술 공동체 이야기였다. 극장이나 예술 단체에 몸을 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후원 유치와 유지의 어려움은 공감할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의 공감대 속에 이 단체가 내놓은 재정의 안정성 확보와 지속적 예술 활동을 위한 후원 회원 모집과 유지, 확대 전략은 오로지 정성과 진심이 통한 ‘감동’, 그것뿐이었다. 이날 심사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감동의 표를 보냈듯이...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의 외로움과 열악한 재정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30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자리였다.

지역 문화의 발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인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는 등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향유할 수 있는 권리가 강조되는 즈음, 문화민주주의의 생생한 현장 충북 영동 자계예술촌에서 “다시 촌스러움으로”라는 주제로 펼쳐진 산골공연예술잔치는 왁자지껄했다. 영동의 어느 산골에는 예술가의 열정과 지자체의 지원으로 공간이 조성되고 전국 각지의 창작자들과 관객, 그리고 지역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잔치가 벌어진다. 지역으로부터 받은 도움은) 예술교육으로 환원하고 “느낌만큼 감동만큼”만 내면 되는 ‘후불 자유 관람료’는 창작자의 정성과 땀 흘려 준비한 노고에 기꺼이 관객들의 주머니를 열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창작자들의 재능 기부와 영동군의 지원 등 예술가들의 열정과 지역의 특성화된 예술지원정책은 일상의 삶과 예술이 함께 어우러지고 건강한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큰들문화예술센터의 발표 모습과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표창을 수상한 자계예술촌의 발표 모습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큰들문화예술센터의 발표 모습(왼쪽)과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표창을 수상한 자계예술촌의 발표 모습(오른쪽)

극공작소 마방진의 발표 모습


▲ 극공작소 마방진의 발표 모습

공연예술의 흐름이 변한다

최근 국내외 예술 단체나 예술 기관들의 건강한 예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예술 활동을 보면 ‘예술의 향유’와 ‘참여에서 오는 경험’의 조화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시민예술가 양성 프로젝트인 (사)문화창작집단[공터_다]의 ‘우리도 예술가_DA’는 사회적 변화와 관심이 지목하는 영역의 사례 발표였다. 이 단체는 수혜자가 아닌 생산자로서 주체적 활동을 독려하는 인력개발과 관리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창작자에서 실현자, 그리고 예술교육 강사로 이어지는 단체 운영의 동력도 확보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일석이조의 과정을 명료하게 설명하였다.

공공 부문에서 본선까지 올라온 유일한 단체인 (재)서울문화재단은 준비된 선수가 브리핑을 하듯 아나운서 톤의 발표자가 노련함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그 놀라움은 분명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라 확신해본다. 전략적인 민관협력 파트너십 체계 구축을 통한 재원 증대 사례는 많은 예술경영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가장 절실한 과제였을 것이다. 재단은 기관으로서 가능한 예술 제휴 체계와 창작 지원, 문화 향유, 예술교육에 이르기까지 예술 사업의 유형화와 기부자 네트워크 운영으로 기업의 기부를 유도하고 재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음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으로서 이러한 재원 증대 사례를 점차 작은 단체로 이관해 나간다는 궁극적인 사업의 목표를 밝혔지만 어떻게 이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과 아쉬움이 남는다.

(사)문화창작집단[공터_다]의 발표 모습과 (재)서울문화재단의 발표 모습

▲ (사)문화창작집단[공터_다]의 발표 모습과(왼쪽) (재)서울문화재단의 발표 모습(오른쪽)

예술가들 특히 연극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선배들은 뼈 있는 (말투→말)로 조언한다. “연극 그게 뭐라고 그리 하려 하느냐!”라고…. 연극 창작 환경이 그만큼 척박하다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비장한 충고였을 것이다. 극공작소 마방진은 걷고, 걷고, 또 걸으며 신입 연극배우들에게 또 묻고 물었다. “우리는 왜 연극을 하는가?”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당신들은 왜 연극을 하려는가가 아니고 ‘우리’라는 점이다. 마방진은 신입단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이렇게 긴 시간 다져가고 있었고, 이는 예술 단체가 배우를 선발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내면을 강화하여 연극 인생을 함께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수림문화재단 이사장 표창을 수상한 (재)의정부예술의전당 발표 모습

▲ 수림문화재단 이사장 표창을 수상한 (재)의정부예술의전당 발표 모습


구보댄스컴퍼니의 발표 모습(오른쪽)

▲ 구보댄스컴퍼니의 발표 모습

소소함이 스토리텔링이라는 거창한 이름표를 달다

(재)의정부예술의 전당은 이색 티켓 제도를 현실화하면서 홍보마케팅의 정통적 방식을 잠시 미루고, 지역 깊숙이 다가가 새로운 수익모델을 실현시킨 사례였다. 특히 국내외 많은 문화예술 공간들은 비용질병에 시달린 지 오래고, 새로운 수익모델의 요구는 많은 예술 단체들 목전까지 다가와 있는 절실한 시점에서 장기적 관객개발의 구체적 실행모드 처방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이날 관객이 직접 가격을 정하고, 물품 기증이라는 독특한 발상으로 관객을 확대하고, 저렴한 프리패스를 만들어 내는 등 다양한 시도를 소개하는 발표자의 목소리는 격양되어 있었다. 아마도 거듭한 시행착오와 힘들었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으리라 짐작해본다. 이 사례가 예술 공간 운영자와 예술 단체를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현실적 공감대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컨퍼런스 현장을 가득 메운 이들이 당장 농사를 지을 수도, 어느 두메산골로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러나 겁먹을 일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이들도 처음부터 농사를 짓고, 시골 마을로 들어설 맘은 아니었을 테니….

마지막으로 춤이라는 예술 활동을 통해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지역예술단체로서의 브랜드를 확장해 가는 구보댄스컴퍼니의 이야기였다. 이 단체는 지역 출신의 예술가와 지역민들과의 소통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예술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홍보마케팅 차별화를 통한 수익창출 사업모델을 개발해낸 예술경영 사례를 소개하였다.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 단체는 동 지역의 타 무용 단체들과 비교할 때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였고 지난 4년간 기획프로그램도 유료 관객을 통한 매출액도 증가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예술 단체의 지역사회 선순환 역할에 대한 요구와 지역 문화 사회의 애정을 강하게 보여주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정재왈 대표는 예술경영 컨퍼런스를 통해 예술경영 우수한 사례들을 공유하고 전문예술법인 단체가 서로 발전하며 경쟁력을 가지는 원동력이 되고자 하는 바람과 함께 그 중심에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매개자 역할을 기꺼이 수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전문예술법인단체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예술경영 컨퍼런스 사업의 목적을 다시 한번 새겨보았다. ‘자생력’, 자생력이라 함은 스스로 나서 자랄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인데 이번 공모전에도 공공재원에 의존하거나 혹은 기업의 후원이나 기부, 투자유치 사례가 아닌 그야말로 스스로 생존해야 하는 자구책적 수익모델을 마련하는 데 치우쳐 있음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지난 10월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아름다운 재단과 공동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기부 활성화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문화예술 부문의 기부 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 있긴 하지만, 관련하여 정책적으로 구체적 액션플랜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을 관련된 많은 기관에서는 새겨봐야 할 것이다.

발표가 끝난 후 이어진 심사위원들의 질문은 어김없이 ‘재원 조성’이 주를 이루었다. 이는 그만큼 예술 단체들의 살아가는 문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대변하고 있었다. 전문예술법인단체를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나 개인의 기부 문화가 정착되도록 이러한 예술경영 사례들의 공유가 힘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수림문화재단처럼 기업이나 문화재단의 후원이 확대되어 더 많은 예술경영 사례들에게 시상을 하고 격려할 수 있는 기회 역시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우수 전문예술법인단체 인증서를 수여 받은 관계자들 모습

사진 제공_(재)예술경영지원센터 전략사업본부 컨설팅팀

프로필사진_이지향 필자소개
이지향은 한국의 대표문화예술 공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자기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배움을 멈추지 않는 그녀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공연예술분야 저작권관련 논문을 세계지적재산권 위원회(WIPO)에 등재하는 등 연구하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공연예술학 박사이다. 숙명여대, 경희사이버대 등 대학이나 관련분야에서 배움을 나누는 일에도 열정을 다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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