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전문예술법인·단체의 우수한 단체 운영 및 경영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육성하고자 2012년부터 <예술경영 우수사례 공모>를 진행해오고 있다. <2014 예술경영 우수사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사례는 <2014 예술경영 컨퍼런스> 현장에서 ‘우수 전문예술법인·단체’로 인증하며, 사례 또한 현장에서 발표된다. 전문가 서류 및 인터뷰심사를 통해 선정된 총 9개 사례 중, [Weekly@예술경영]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큰들문화센터’,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표창을 수상한 ‘자계예술촌’, 수림문화재단 이사장 표창을 수상한 ‘(재)의정부예술의전당’의 사례를 독자여러분께 소개한다./[하우투] 2014 예술경영 우수사례① 큰들문화예술센터의 ‘큰들의 든든한 힘! 1,500명 후원회원’/2014 예술경영 우수사례② 자계예술촌의 '산골공연예술잔치'/2014 예술경영 우수사례③ (재)의정부예술의전당의 ‘똑똑똑, 관객을 두드리다’

산골의 작은 마을에서 펼쳐지는 공연예술 잔치가 더 많은 곳에 알려지게 되었다. 두 달여 전 2014 예술경영 우수사례 공모를 준비하며 매일같이 상상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으니 그 기쁨이 참으로 크고 넘친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소박하고 서툰 이 글이 작은 어느 동네에서 예술을 꽃피우기 위해 애쓰시는 누군가에게 반가움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그 마음들이 또 만나 더 멋진 판도 함께 펼칠 수 있게 되길!

공간의 조성 그리고 ‘그믐밤의 들놀음’

자계예술촌은 대전의 연극단체인 ‘극단 터’가 충북 영동군 용화면의 자계마을에 폐교되어 10년간 방치되었던 학교에 터를 잡아 만들어진 전문예술단체이다. 그리고 동시에 창작공간이자 공연장의 이름이기도 하다. 2004년 생활친화적 문화공간 조성사업의 지원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는 기반을 다진 자계예술촌은 야외무대와, 소극장 그리고 숙박 공간을 비롯한 여러 공연에 필요한 제반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연극단체가 공연장을 갖게 되었으니 공연을 올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그동안 얼마나 갈망하던 일이겠는가.

2002년 3월 개관 이래 매해 3월부터 11월까지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린 상설공연 프로그램 ‘그믐밤의 들놀음’은 2008년 11월까지 7년간 총 62회 공연을 이어왔다. 자체 작품뿐 아니라 전국 50여 개의 공연 팀과 예술인들이 지원금 하나 없는 이 상설공연 프로그램을 이끌어 올 수 있도록 함께 무대를 채워 주었다. 공연 전엔 관객들과 함께 잔치국수를 나누어 먹고, 공연 뒤풀이로 막걸리를 함께 마시던 이 ‘그믐밤의 들놀음’은 바로 이번 우수사례의 주인공 ‘산골공연예술잔치’의 모태이기도 하다.

자계예술촌을 둘러싼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여름밤의 낭만 그리고 산골 무대, 이 멋진 조합을 공연과 접목시켜 좀 더 진하고 특별하게 관객을 만나고 싶어 7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에 진행하는 ‘그믐밤의 들놀음’을 ‘산골공연예술잔치’란 이름으로 크게 확장하게 되었다.

▲ 산골공연예술잔치의 모태가 되었던 ‘그믐밤의 달놀음’ 공연 모습

다시 촌스러움으로

2004년에 시작해 11회째를 이어온 ‘산골공연예술잔치’는 ‘다시 촌스러움으로’를 모토로 한다. 이미 경제적으로는 손해가 분명함을 알지만, 나와 내 자식이 먹을 쌀은 직접 지어 먹는다는 마음으로 벼농사를 놓지 않는 농부의 이유 있는 고집처럼 기본을 지키고 충실하자는 의미이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여전히 변하지 않아야 할 소중한 가치들, 이를테면 땀을 내서 노동하고 그 결실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가는 정성과 모습이 두메산골 공연장을 찾아 준 관객들에게 전달되길 바라는, 기대이다. 그리고 주변 자연환경이 무대 배경이 되고 별빛과 풀벌레 소리가 조명과 음향일 수 있듯, 자신이 사는 곳에서 마음을 내어 산골 마을까지 오는 짧지 않은 시간 자체가 공연 참여요 이미 관람의 시작이 되고 있음을 담고자 했다. 이는 초청 작품 선정에 있어서도 적용되어 만든 이의 마음결이 작품 창작 과정에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인류와 뭇 생명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창작 정신이 깃든 작품들이 우선 선정 대상이 된다.

자계마을 주민들, 140개 예술 단체와 개인 예술인들의 협력 그리고 산골 무대를 찾는 관객들

공연장 시설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던 초기, 외부에서 어떠한 지원과 협찬 없이 철저하게 자체 예산과 인력만으로 모든 것을 편성하다 보니 내부 출혈은 심각했다. 현실적인 조건만 고려한다면 올해까지 11회를 치른 지금에서도 여전히 무리가 있음은 사실이다. 3회 때부터 지자체로부터 일부 후원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도 말이다. 공연 단체와 공연자들의 바람 없는 나섬과 협조, 이제는 전국에서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이 먼 곳까지 찾아주는 관객들, 무엇보다도 매년 바쁜 농사일을 잠시 접어 두고 함께하는 온 마을 분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가 없었더라면 이 잔치는 첫 회가 마지막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 산골공연예술잔치 야외무대 전경(왼쪽)과 산골공연예술잔치 공연 모습(가운데)

후불 자유관람료

요즘은 공연계 곳곳에서, 가끔은 대학로 공연에서조차 후불제 관람료가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자계예술촌의 개관과 함께 시작된 후불 자유 관람료제는 정식 공연에 적용된 앞선 사례가 아닌가 한다. ‘느낌만큼, 감동만큼’이라는 타이틀로 실시되는 후불 자유관람료는 그것이 꼭 돈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정성을 담아 공연을 본 후 적당한 사례를 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떤 이는 조금 일찍 와서 공연장 주변 정리를 거들기도 하고, 손수 지은 농산물로 관람료를 대신하기도 한다. 돈이 없어 공연을 보지 못하는 일은 없길 바라는 바람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마음과 정성이 함께 모아져 관객이 단순한 산골공연예술잔치의 객체이자 문화소비자로의 인식에서 벗어나 잔치의 주체단위로 가치를 갖는 존재이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삶과 예술

▲ 하루의 시작을 아침산책으로 시작하는 예술촌 사람들 모습

자연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일들, 그리고 우리의 예술작업들, 이 모두가 아름답게 조화되는 삶.

조그마한 가게나 식당 하나 없는 자계마을, 자계예술촌의 생활은 한창 젊은 사람들에게는 한편으로 불편하고 지루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깨끗한 공기, 계절별로 느끼게 되는 아름다운 주변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창작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공동체 생활은 작업자들에게 점차 건강하고 밀도 있는 작업환경이 주는 매력을 갖게 한다. 아침을 여는 산책은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게 하는 비타민 같은 시간이 되며 틈틈이 가꾸는 텃밭은 작업 기간 동안 건강한 먹거리로 그 보답을 한다. 이렇게 산골 마을에 위치한 자계예술촌의 특성상, 활동 내용들이 여러 지면 또는 방송 매체에 자주 등장하곤 한다. 재미있게도 그 대부분이 공연예술 분야가 아닌 여행, 생활 문화 등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올해 한 ‘산’ 전문 잡지에 자계예술촌의 작업 일상이 소개된 적이 있는데 그 첫 페이지의 제목에 이런 문구가 들어 있었다.

“나락 농사를 고집하는 농사꾼처럼”

요즘 농사일이 많이 기계화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농사꾼의 손마디는 흙물이 빠질 날이 없다. 어쩌면 우리는 예술농사를 짓는 농사꾼이 아닌가. 건강한 환경에서 예술가의 ‘정직’을 담아 땀 흘려 만든 자계예술촌의 작품으로 그 가치를 알아주는 넉넉한 마음의 관객을 만나고 싶다.

지속 가능한 비결, 그저 예술가의 뚝심으로 믿고 가는 것.

지난 11년간 그 많은 훌륭한 예술단체들과 함께하는 산골공연예술잔치를 이어올 수 있었느냐 묻는다면 바로 이렇게 답할 수 있지 않을까. 지속 가능한 비결, 어쩌면 그 가장 큰 힘은 그저 예술가의 뚝심으로 믿고 가는 것이라고.

▲ 산돌공연예술잔치를 공연 연습중인 배우들(왼쪽)과 2014 산골공연예술잔치에 참여한 출연진 및 스태프 모습(오른쪽)

* 자계예술촌은 2013년부터 올해로 2회째 ‘산골마실극장’이라는 또 하나의 판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충북문화재단의 지역협력형 사업인 충북기획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여름 축제인 산골공연예술잔치가 좀 더 대중 친화적인 작품으로 규모면에서도 보다 넓은 야외무대에 어울리는 작품이 주가 된다면 산골마실극장은 소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참맛을 지닌 작품들로 마니아 관객들과 좀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작품들로 엮어진 가을 저녁의 주말 극장이다.

사진 제공_자계예술촌

관련자료
<2014 예술경영 컨퍼런스> 자료집

프로필사진_박연숙 필자소개
박연숙은 심리학을 전공하고 사이코드라마에 흥미를 갖고 공부하기 시작하며 연극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대전의 극단 터에서 연극을 시작하며 좋은 배우를 향한 꿈을 키우게 된다. 2010년부터 자계예술촌의 대표를 맡게 되어 기획, 경영과 관련된 업무로 인해 때로는 연습실보다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배우이다.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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