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집트 유물관에 있는 이집트 유물의 패턴과 색상을 분석하고(Department of Egyptian Art) 이를 디지털화하여(The Media Lab), 유물에 직접 색과 패턴을 투영하여 유물 재현성을 높임. 유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디지털화된 패넡과 색상과 관련 콘텐츠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한 프로젝트

2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19세기 이전의 조각품들을 3D 스캐너를 통하여 스캔하여 3D 프린팅 소스 제공업체인Thingiverse에 무료로 배포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메트로폴리탄 컬렉션의 유물 또는 작품을 자신의 창작 소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함

스마트 생태계와 플랫폼의 의미

초기 아이폰이 아이튠즈를 통해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손 위 스마트폰을 통하여 문화예술을 하나의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로 대표되는 개방형 모바일 생태계 체계였으며, 이를 연결하는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의 역할이 주요했다.

현재 작은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촉발된 스마트 생태계는 단순한 정보통신분야의 용어로써가 아닌 산업 전반의 가치체계를 바꾸고 있다. 개방적이고 상호 협력하는 시스템으로서의 산업 생태계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이중 플랫폼은 단순히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 구현을 위한 개발 환경 및 서비스와 콘텐츠를 이용하고 유통할 수 있는 관문(gateway)역할로써 그 의미를 확대하고 있다.

‘문화예술 플랫폼’으로서의 박물관·미술관

전통적으로 문화예술 분야는 ‘예술가’로 지칭되는 소수 창작자들의 생산과 이를 경험하는 다수 관람자들이 존재하며 이를 매개하는 공간들이 존재해왔다. 시각예술분야에 있어 박물관·미술관은 이러한 문화예술 매개의 대표적 공간으로써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해왔으며 전통에서 현대에 이르는 시각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창구로 그 위치를 굳건히 해오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을 담는 그릇으로써 ‘교육적’ 기능을 강조하는 박물관의 발전과 현대 시각예술의 ‘최전선’에서 예술가들을 장려하는 미술관의 발전은 관람객들이 요구하는 ‘문화서비스’와 그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실정이다. 큐레이토랄(Curatoral)이 중요시되던 과거 박물관·미술관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교육프로그램을 많이 늘려 어린이 관람객을 유도하거나, 예술가들의 레지던시에 예산을 투입하여 모든 사람들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핸드폰을 대체한 작은 스마트폰과 그로 인해 촉발된 ‘스마트 생태계’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커다란 생태계라는 틀 안에서 박물관·미술관은 시각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여기에 유물, 예술품으로 대표되는 컬렉션은 콘텐츠로, 박물관·미술관과 연계되는 모든 대상들(예술가에서 관람객에 이르기까지)과의 관계로써의 네트워크 그리고 디바이스로써 박물관·미술관 또는 예술에 새로이 접목되는 신기술들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서 우리는 박물관·미술관의 역할을 새로이 고민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예술·기술 결합의 생태계에서 빠진 것은?

예술과 기술의 결합, 문화기술(CT)에 대한 관심은 창조경제 이전부터 있었다. 백남준은 비디오와 예술을 결합한 비디오아트로 그 명성을 떨쳐왔다. 그 이후로 많은 예술가는 그가 남긴 예술적 유산을 통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아트’의 탄생을 기술 결합을 통해 성취하고자 했다. 소위 ‘뉴미디어아트’라고 불리는 것들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새로운 기술을 모든 종류의 예술에 적용한 것을 의미한다. 백남준 시대의 ‘비디오’가 가장 최신의 기술이었다면 지금은 가장 ‘최신의’ 기술이 무엇이라 할 것 없이 매순간 바뀌고 있기 때문에 ‘뉴 미디어’라고 통칭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기존에 없었던 상황을 연출할 수 있으며, 이러한 도구를 활용하여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예술가들에게는 최적의 도구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전에도 있었던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 2016년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새로운 ‘예술’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여태껏 예술과 기술 결합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 스마트폰이 우리의 세상을 바꿔놓은 이유. 바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를 구현해내는 방식이 이전과는 다른 의미에서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 주목받는 이유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아트 팹 랩’

그런 의미에서 국립현대미술관에 설치된 ‘아트 팹 랩’이 야심찬 시도와 달리 운영에 있어 ‘예술+기술’의 결합에 대한 이해가 과연 수반되었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메이커 무브먼트’는 기존의 컨베이어 벨트의 생산 공장에서 물건을 공급받던 사람들이 스스로 그 물건을 생산하는 생산자가 되는 환경에 기반을 둔다. 즉, 기계는 누구에게나 보급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한 생산물은 예술가에 의한 ‘예술품’이 될 수도 있고 단순한 소비자의 ‘실용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보급하기 위해서라면 또는 뉴미디어아트를 실현하고자 하는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레지던스의 형식이라면 이러한 ‘아트 팹 랩’의 존재가치가 분명하다. 보편화 될 것이라는 이 기계들이 아직 우리의 손에 닿기에는 시간이 걸릴 듯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VR 기계들이 3만원에 판매되고, 보급형 3D 프린터가 속속 개발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국가의 미술관은 이러한 새로운 기계들을 선보이고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서, 이들을 위한 뉴미디어 공방을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실질적인 협업, 기술 접목을 활용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팹랩에서 작업 중인 작가들 ⓒ국립현대미술관 팹랩에서 공동기술 작업 모습ⓒ국립현대미술관

▲ 팹랩에서 작업 중인 작가들
ⓒ국립현대미술관

▲ 팹랩에서 공동기술 작업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박물관·미술관의 미래전략 기지로서의 ‘Media Lab’

여기 또 다른 방식의 랩을 살펴보자.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The Media lab은 2013년 디지털 미디어 부서(Digital Media Department)의 하위 조직으로 신설되었다. 예술과 기술 분야를 모두 전공한 큐레이터를 중심으로 인턴십과 학교연계를 통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상주하고 있는 조직 자체의 규모는 작지만 미술관 내부의 인력과 조직은 물론 외부의 연구기관, 스타트업 기업, 대학, 스마트기술자, 과학자, 예술가들과 협업체계를 감안한다면, 학예나 교육 부서에 못지않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개방된 형태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미술관의 신 서비스 개발과 미술관의 미래 기능에 대한 미술관의 R&D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부서는 미술관 디지털 미디어 부서의 일환으로써 학예 및 교육 부서와의 연계를 통하여 내부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통한 기존 미술관 서비스 개선에서부터 인터렉티브한 프로그램 운영에 이르기까지 편리하기 위한 ‘기술 접목’ 방식은 물론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방대한 양의 디지털 자료 및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반으로 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미술관 프로그램 및 신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더 나아가 자신들의 활동이 새로운 예술의 영역 확대와 지역(뉴욕시)에 문화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The Media Lab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집트유물 부서와 협업으로 진행된 Coloring the Temple Project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홈페이지 The Media Lab과 3D CAD 소스제공처인 Thingiverse에서의 자료 공개 ⓒ Thingiverse 홈페이지

▲ (좌) The Media Lab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집트유물 부서와 협업으로 진행된 Coloring the Temple Project1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홈페이지
(우) The Media Lab과 3D CAD 소스제공처인 Thingiverse에서의 자료 공개2 ⓒThingiverse 홈페이지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모인 그곳

문화예술플랫폼으로서 박물관·미술관이 ‘예술+기술’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콘텐츠로서의 새로운 예술뿐만 아니라 예술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 기술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서비스들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과학과 예술의 창의성을 언급하며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데에 용이한 조직을 현재의 박물관·미술관에 설치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왜 우리가 이 기술을 적용해야 하며 이 기술 적용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먼저인 것이다. 이는 문화예술의 접근성 재고가 될 수도 있으며 예술의 확장이 될 수도 있고,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인류의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될 수도 있다. 이 중심에 플랫폼으로서의 박물관·미술관이 존재하는 것은 알파고가 이길 수 없는 것, 바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인 과거의 우리 선조가 만들어낸 역사와 그들의 풍부한 감성 그리고 미래의 우리가 만들어내는 예술적 창의성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생태계의 중심에서의 박물관·미술관의 미래

그러한 의미에서 생태계 중심에서 박물관·미술관이 제대로 된 플랫폼의 역할을 하기 위해 다양한 참여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는 네트워크는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의 필요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위하여 아이디어를 교류하여 더 나은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 미래의 박물관·미술관의 기능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사용자 감성 체험(User Experience)’이다. 사용자 감성 체험은 기존 박물관·미술관의 기능을 저해하는 관람객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수용하자는 것이 아니며, 관람객들이 ‘예술’을 체험하고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체험교육’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의미도 아니다. 박물관·미술관이 플랫폼으로서 시각예술 생태계의 중심에서 다양한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예술과 기술 결합에 기여하고, 또한 박물관·미술관의 신서비스 개발에 기여를 하게 될 때,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용자 감성 체험(User Experience)에 대한 고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현경필자소개
김현경은 박물관·미술관에 다니는 것을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고민 없이 미술사를 전공했고, 박물관학을 공부했다. 전시를 만드는 일을 해봤고 전시로 다수의 관람객을 모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결국 국가가 박물관·미술관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고민하는 정책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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