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시장성 있는 예술 분야가 산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2016년 11월 25일(금)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2016 예술산업 미래전략 포럼 - 예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진행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포럼에서는 예술산업 정책의 지향점과 더불어 예술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예술산업, 지원이 아닌 투자

첫 번째 세션에서는 ‘우리는 왜 예술산업을 이야기하는가’라는 주제로 예술산업 논의의 배경과 향후 정책 방향 등을 토론했다. 첫 번째 세션의 발제를 맡은 정종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예술 분야의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만큼 예술 정책이 전면적으로 혁신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예술 스타트업 지원정책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 ‘예술의 산업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시장성 있는 일부 예술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예술산업 육성을 위해 첫째, 예술 스타트업 지원 체계를 정비해야 하며, 둘째로는 예술 분야의 에이전시를 육성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생태계 차원에서 전방 연관산업(미술관 MD 등 파생상품)과 후방산업(예술을 입힌 생활용품 등) 등 동반 성장을 위한 진흥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첫 번째 세션의 발제를 맡은 정종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첫 번째 세션의 발제를 맡은
정종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고정민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의 주재로 진행된 토론 고정민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의 주재로 진행된 토론

작은 규모의 시장, 공급자 중심, 데이터 부재

토론은 김형걸 굿윌어드바이저리 대표, 최봉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종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참여했고 고정민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의 주재로 진행되었다. 각 토론자는 예술산업의 향후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에 앞서 예술산업의 현재를 진단했다. 우선 국내 예술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고 그렇다 보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도 매출이 이뤄지지 않는, 태생적인 시장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므로 시장 형성 없이 청년 창업을 조성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장을 키울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최봉현 선임연구원은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취약한 유통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예술산업을 육성한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공급자 중심인 현실에 대해 논의했다. 수요중심의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하고 이는 결국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시장의 외면을 받는 현실이 반복된다. 국내 예술시장은 장기간 수요자와 공급자 간 미스매치가 지속되어 왔다. 그렇기에 예술산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도 함께 겨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마지막으로 벤처담당자들이 예술 관련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다. 수익성이 검증될 수 있는 자료, 객관화된 데이터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토론은 끝이 났다.

사례를 통해 현재를 짚어보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예술산업의 현재와 비즈니스 모델’을 돌아봤다. 권성준 LG유플러스 콘텐츠소싱팀장이 발제한 주제는 공연예술의 영상화였다. 지난해 LG유플러스는 비디오 플랫폼을 이용해 다큐멘터리를 제공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성공을 바탕으로 플랫폼 콘텐츠를 공연예술 분야까지 확장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예술 애호가와 입문자를 모두 설득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 권 팀장은 영화 산업을 사례로 언급하면서 예술을 단순한 아카이브용 영상이 아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볼 만한 영상’으로 만드는 영상 제작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연예술의 영상화에 대해 발제한 권성준 LG유플러스 콘텐츠소싱팀장 공연예술의 영상화에 대해 발제한 권성준 LG유플러스 콘텐츠소싱팀장

시각예술 머천다이징에 관해 발제한 오리알 리(Aurial Lee) 싱가포르국립미술관 아트 디렉터는 미술관 내 아트샵의 상품기획과 개발에 대한 실무적인 이야기를 했다. 미술관의 블록버스터 전시뿐만 아니라 건축의 디자인을 딴 예술상품 등을 제작하고 있으며 유명 브랜드 및 현대작가 등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상품개발을 하는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했다. 해럴드 IMG 아티스트 부사장은 에이전시의 전문화 및 분업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오리알 리(Aurial Lee) 싱가포르국립미술관 아트 디렉터 오리알 리(Aurial Lee)
싱가포르국립미술관 아트 디렉터
해럴드 클라크슨(Harold Clarkson) IMG Artists 부회장 해럴드 클라크슨(Harold Clarkson)
IMG Artists 부회장

토론은 윤보미 봄아트 프로젝트 대표의 진행으로 윤영빈 예술고래상회 Oaah 에이전시 대표, 이지은 누룩미디어 총괄 PD, 한승원 HJ컬쳐 대표 및 해럴드 클라크슨 IMG 아티스트 수석 부사장이 참여해 기획사 경영과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웹툰 시장은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와 더불어 웹툰 작가들의 저작권, 계약문제 등과 관련한 피해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에이전시의 역할이 커진 상태. 웹툰 시장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각 예술 분야에 전문적인 에이전시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예술 기획사는 예술가가 창작,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아티스트, 고객, 프로모터 등에게 제공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에이전시는 제작 인력과 배급채널 부분이 취약하다. 물론 에이전시 운영에 자금력도 중요하지만, 신생 에이전시는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네트워크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국내는 기획·제작·투자 유치 등 다양한 분야를 한 사람, 한 팀이 총괄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추후 분야별 전문화, 분업화된 에이전시 출현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또 그래야 한다.

세 번째 세션의 발제자 이홍 광운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 소장 세 번째 세션의 발제자 이홍 광운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 소장
세 번째 세션의 발제자 이홍 광운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 소장

뭉쳐야 산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이홍 광운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예술이 미래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방안 및 전략을 이야기했다.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르면 문화예술은 문학, 미술, 음악, 무용부터 출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다 보니 문화예술산업 규모를 확인하기 힘들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예술과 출판 분야의 인당 부가가치가 평균 4,224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 공연예술 시장 규모(업계 추산)를 살펴보니 7,800억 원이었는데, 이는 중견기업 하림의 전체 매출액과 비슷한 것이다. 이 데이터는 예술산업이 영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산업을 어떻게 비즈니스로 가야 할지 예술계 종사자가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우선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모의 경제란 용어가 말해주듯 소규모 극단이 혼자 모든 것을 하면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분야별 조합 등으로 뭉쳐야 한다. 또한 새롭게 등장하는 유통방식 등의 루트를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객, 즉 예술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의 경험을 중시해야 한다. 관객이 왜 내 작품을 보러 올까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겠다.

또한,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 소장과 함께 요즘 트렌드인 예술과 기술, 산업이 결합한 사례를 톺아봤다. 에스테르(Ester), 틸트 브러쉬(Tilt Brush), 로봇아티스트(The Robot Artist) 등 기반형 플랫폼의 다양한 기술을 설명하며 예술과 기술이 결합하기 쉽지 않음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매개형 플랫폼으로는 비핸스(Behance), 와이드르(Wydr)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매개형 플랫폼은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화학반응을 일으켜 수익을 얻는 형태다. 예술가는 기반형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창의성을 발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산업적 측면에서 매개적 플랫폼이 활성화되어 예술가와 고객을 연결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이 되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도출했다.

스타트업, 포트폴리오 잘 구성하기

마지막으로 닷밀, AMHERST, 노페땅 등 젊은 예술 스타트업 창업 사례를 소개하며 예술산업의 미래 모습을 함께 논의했다. 이재우 닷밀 대표는 개인적 욕망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었지만, 현재 일들을 잘 소화하고 있어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직원이 많아진 만큼 책임감이 커졌고,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이 점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장동현 노페땅 대표는 자신의 회사를 덕후들의 모임이라고 정의했다. 스타트업을 하는 입장에서 작은 취미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본인들의 니즈를 반영한 일을 하는 즐거움을 이야기했다. 최진한 AMHERST 대표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많은 만큼 활용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언급하면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열정에 맞는 프로젝트를 찾고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최 대표는 투자자 없이 연매출이 100억을 넘어가고 있으며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최 대표는 본인이 가진 범주, 네트워크 내에서 스타트업을 조금씩 시작하는 것이 좋은 방법 같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또한 스타트업을 하기 위해 재무·회계 흐름을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토론 끝에서 이선철 감자꽃스튜디오 대표는 투자냐 지원이냐 이것을 구분하는 것보다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해서 스타트업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토론을 마무리했다.

심도 있는 논의는 지속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술산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지속되었다. 과거 예술가들은 예술산업을 예술이 바람피워서 나온 사생아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환경이 변했다.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은 특정계층이 아니다. 그렇기에 한번 만들어진 예술을 많은 사람이 향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예술산업화 과정은 대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후생수준을 높이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다. 하지만 자칫 예술의 산업화에 대해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버블이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예술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예술계에 비즈니스 마인드와 공부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정부 지원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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