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서울아트마켓(PAMS)이 지난 7부터 12일까지, 6일 간 개최되었다. 서울아트마켓은 정보제공 차원에서 매년 포커스 권역을 선정해 각 권역의 심도 있는 공연예술 시장정보를 전달해왔다. 그동안 아시아, 유럽, 중남미, 북미에 이어 올해는 유럽연합 EU를 집중 조명하는 포커스세션이 9일 ‘한-EU 공연예술 협력방안’이라는 주제로 홍익대 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열렸다. EU 회원국 공연예술 관계자들이 모여 유럽 공연예술시장에 대한 정보와 이슈를 나누고, 한국과의 잠재적 협력 가능성과 방법을 찾기 위한 자리로, 세션은 모더레이터를 맡은 모니카 유리안(Monica Urian)에 의해 크게 EU 공연예술을 말하다, 한-EU간 협력 구축방법, 예술과 시민이라는 3개의 파트로 나누어졌다.

PART 1. EU 공연예술을 말하다

패널 : 하이디 윌리(유럽 극장 연합 총감독), 난 반 호트(유럽공연예술회의 사무총장), 세실 프로봇
(서커스 넥스트 감독), 해리스 파소빅(유럽축제연합플랫폼 감독), 나디아 아기르(인 시투 사무국장)


첫 번째 파트에서는 유럽 극장의 경향, 서커스 장르의 탄생과 현황, 공공장소를 활용한 예술 등에 대해 정보 공유차원에서 각 기관을 대표해 설명했다. 유럽 극장 연합 총감독인 하이디 윌리는 유럽 연합의 공공극장에 대한 설명으로 서문을 열었다. 프로듀싱과 호스팅 역할을 모두 다 하는 대형극장부터 공동제작 위주의 극장까지, 유럽의 다양한 언어 수 만큼이나 제작 환경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최근의 극장 트렌드로는 작품의 도시(지역)에의 적합성과 관객 포커싱이 유럽의 예술 토론 현장에서 자주 언급된다고 한다. 공연의 형식 또한 연극 기반의 공연, 창의적인 연극, 청년연극, 디지털 연극 등이 새로이 등장하는 추세라고 한다.

서커스넥스트의 세실 프로봇 감독은 유럽 서커스 장르의 탄생과 현황에 대해 공유했다. 프랑스는 현대 서커스의 출발지로, 약 250년 전에 필립 에스니에 의해 탄생했다. 승마 경기장에서 무대와 경기가 결합되었고, 가족 전체가 도시를 돌아다니며 동물과 함께 공연한 것이 모티브가 되었다. 1968년 사회적 혁명이 일어나면서 극장 감독들이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무대에 올렸고, 이것이 당시 프랑스에서는 ‘뉴서커스’라 불리우게 되었다. 나아가 프랑스 부처는 커넥트라는 서커스 관련 제도를 신설해 이 때부터 서커스가 하나의 장르예술로 인식되고 본격적으로 문화부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정부의 공공지원과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으며, 독립적인 5,000여개의 서커스 극단이 유럽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타 장르에 비해 신생 장르이며 구조적인 체제 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유럽 내부에 있다고 한다.

공공 공간 예술 플랫폼을 운영하는 인 시투의 나디아 아기르 국장은 유럽이 일찍이 공공장소를 활용한 예술을 시도했다고 발언했다. 공공장소에 대한 지역민(관객)의 관계성과 공공장소에서의 예술적 표현에 대한 이해, 인식 또한 변화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점차 공공장소에서 단순한 공연을 하는데서 더 나아가 다양한 페스티벌이 열리는 트렌드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머무는 예술가들의 레지던시 기간이 늘어나고, 예술들이 스스로를 촉진자(관객과 예술을 연결하는 접점)로 인식하는 일련의 흐름을 설명했다.

또한 유럽지역 테러위협으로 인한 보안강화로 인해 축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토로하기도 했다. 많은 축제조직들이 무료로 페스티벌을 제공하고 관객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제는 공공장소를 폐쇠하거나 접근을 막는 펜스를 설치하라는 정부의 요구가 생겼다고 한다. 추가로 결과와 성과위주의 평가가 관객들과의 교감을 방해하는 요소이며, 이 보안과 평가에 대한 매뉴얼을 공연예술 관계자나 단체 간 공동제작하는 건 역시 주요하게 언급되는 이슈라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시대일수록 민주적, 개방적인 공간으로서 극장은 사회 정치적 현실을 반영하고 보편적 진리에 대한 답을 찾아가야 한다는 패널들의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

PART 2. 한-EU 간 협력 구축 방법

패널 : 로베르토 카사로토(유럽 댄스하우스 네트워크 이사), 난 반 호트(유럽공연예술회의 사무총장),
마리 르 수르(온 더 무브 사무국장), 카렌 스톤(막데부르크 극장 총감독), 스테판 세그레토-아길라
(씨르코스트라다 코디네이터)


두 번째 파트에서는 위에서 살펴본 유럽의 다양한 공연예술시장의 경향과 이슈를 토대로 ‘국제교류’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유럽 댄스하우스 네트워크 이사이자 바사노 델 그라파 현대공연 예술센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로베르토 카사로토는 ‘트렌스 로컬 아이덴티티’를 국제교류의 중요한 요소이자 특징으로 꼽았다. 특히 현대공연 예술센터에서는 네트워킹 참여자들 간에 상호보완성을 갖춘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고 있는데 그에 대한 과정을 첫 번째로 대중의 참여를 촉진하고, 두 번째로 시스템을 활용한 파트너십을 진행하며, 세 번째로 이를 통해 네트워크와 협업의 기회를 넓혀나간다는 세 단계로 소개했다.

예술가의 모빌리티(mobility, 이동성)를 위한 네트워크 플랫폼인 온 더 무브 의 마리 르 수르 사무국장은 국제 네트워크 구축과 그것을 지속하는 방법으로 특이성, 참여, 자원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특이성’은 이미 콘텐츠가 풍부한 유럽에서는 부가가치의 창출이 중요한 상황이며,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전세계적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기 위해 모빌리티 정보를 웹사이트화 하는 작업 즉 온 더 무브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들어 설명하였다. 두 번째로 ‘참여’는 네트워킹 회원기관 간의 참여를 독려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있도록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네트워킹에서 그룹을 이루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예술가들의 이동을 위해 비자·세금 등 행정문제를 처리하는 그룹과 정치적 문제로 난민이 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예술가들을 지지하는 그룹 등으로 워킹그룹을 나누어 활동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자원’은 단순한 재정지원 뿐만 아니라 지식자원도 포함해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씨르코스트라다 코디네이터이자 프랑스 국립 서커스 거리예술 연극센터에서 근무 중인 스테판 세그레토-아길라는 네트워킹에 대해 점·선·면에 비유하였다. 참여하는 개인과 단체가 모여 정보를 나누면 그 정보는 곧 지식이 되고, 지식이 모여 토론과 대화가 가능해지며 의견이 모여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진다는 설명으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PART1 3. 예술과 시민

패널 : 로베르토 카사로토(유럽 댄스하우스 네트워크 이사), 줄리아나 시안치오(비 스펙티브 연구원),
호아킴 클레멘트(드레스덴 국립극장 총괄감독)


파트 2에 이어 계속 자리하게 된 로베르토 카사로토는 멀티 디시플린(multy-discipline), 다학제간 프로세스가 공공기관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이를 통해 시민과 도시, 지역을 연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시민 대상의 예술 프로그램을 일정기간 운영하다 끝내는 것이 아닌 일련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가능한 한 무료로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댄스를 교과과정으로 편성하면서 학생들의 학업이나 자신감 향상에 큰 도움을 받았으며, 이를 통해 예술가가 참여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는 순기능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독일 드레스덴 국립극장의 호아킴 클레멘트 총괄감독은 시민이 중심이 되는 ‘시티즌 시어터’를 사례를 강조했다. 시민의 주도로 운영되는 이 극장은 공연 제작의 비용이나 일정 면에서 일반 공공 극장이나 사립극장과 직면한 상황은 같으나, 시민 참여를 유도하는 차원에서 여러 다양한 예술적 콘텐츠를 실험하는 중이라고 한다. 또 다른 사례로는 포크로시라는 독일 감독의 연극 제작 방식을 언급하였다. 연극 내에 실제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거나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초대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룰루>라는 작품에서는 매춘부들이 남성에 의해 성관계를 강요당하는 경험을 공유하도록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와 이슈를 다룰 뿐만 아니라 공연 자체에 관객에 참여시킬 수 있다는 사례였다.

더 이상 예술이 예술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상황에서, 공연예술 장르와 형식, 네트워크와 플랫폼이 시민·국민과의 더 넓고 확장된 생태계를 구성해나가는 EU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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