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현대적 의미의 미술시장, 즉 작품을 판매하여 수익을 목적으로 설립된 상업 화랑이 운영을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이다. 대략 2019년을 기준으로 50년, 반세기가 흘렀다. 그렇다면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2018년 미술시장실태조사』(2017년 기준) 결과 발표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는 약 5,000억 원 정도이며 2017년 전년도 대비 24.7%가 증가했다. 이는 미술시장 실태조사가 시행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그렇다면 2019년 상반기 미술시장은 어땠을까? 국내 미술시장을 중심으로 지난 6개월 동안 미술시장 관련 기사 및 관련 자료, 미술시장 관계자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상반기 미술시장의 주요한 이슈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전년도 대비 경매 매출 규모 축소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아트프라이스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국내 8개 경매사의 총 낙찰액은 826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전년도 대비 상반기 1,030억 원보다 204억, 약 20% 하락하였으며, 낙찰률도 68.76%에서 올해 65.81%로 줄었다. 이는 국내 8개 경매회사의 1~6월 온‧오프라인 거래액이며, 경매사의 해외법인 실적도 포함한 것이다. 상반기 낙찰 총액 1위는 한국 미술시장의 ‘부동의 블루칩’ 김환기가 차지했다. 최고가 10위 중 3점이 김환기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총 낙찰 총액은 약 145억 원(낙찰률 약 70.6%)으로 전년도(낙찰 총액 214억 원, 낙찰률 87.5%)와 비교하면 많이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경매 매출 규모가 줄어든 것은 지속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3년 동안 경매시장의 급성장을 주도했던 단색화의 판매가 주춤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몇 년 사이에 김환기를 비롯한 단색화 가격이 급격하게 많이 올라 예전만큼 투자 매력이 크지 않고, 좋은 작품들의 수급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미술시장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온다.

고미술품 거래 상승세

2019년 상반기 미술품 경매시장의 총거래액이 하락한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고서화, 서예, 도자기, 공예품 등의 고미술품 거래 상승세이다. 서울옥션은 6월 26일 경매에서 고미술품 80점 중 59점이 팔려 낙찰 총액 59억 원, 낙찰률 74%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보다 5%가 높다. K옥션도 지난 5월 경매에서 고미술품 낙찰률이 81.9%라는 성과를 냈다. 이처럼 고미술품 거래가 활발하게 되면서 지난 6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조선시대 ‘달항아리(백자대호)’가 31억 원에 낙찰돼 국내 도자기 거래 사상 최고 경매가 기록을 경신하였다. 그 외에도 숙종 1681년에 제작한 보물 제1239호인 '감로탱화(甘露幀畵)'는 12억 5,000만 원에, 추사 김정희의 글씨 ‘동파산곡나한송(東波山谷羅漢頌)’은 1억 원에 낙찰되었다. 최근 몇 년간 억대 가격에 낙찰된 고미술품이 증가하는 이유는 고미술품의 가격이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저평가되었지만, 미술사적 가치 및 희소성으로 수익성 기대가 커져 양질의 고미술품이 시장에서 거래가 시작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트랜스미디어의 개념도 출처: 장동련·장대련, 『트랜스 시대의 트랜스 브랜딩』, 2014. 국내 도자기 거래 상 최고 경매가 기록을 경신한 달항아리
출처: 헤럴드경제 신문

국내 아트페어 참여 갤러리 증가

아트페어란 말 그대로 미술품을 팔고 사는 시장이다. 갤러리들은 아트페어 주최 측에 유료로 부스를 빌려서 아트페어 관객들에게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갤러리의 전시를 통한 판매가 저조하고 아트페어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향상되면서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갤러리가 늘어나고 있다. 2019년 상반기에도 국내에서 많은 아트페어가 개최되었다. 그중 주목할 만한 곳은 ‘화랑미술제’와 ‘아트부산 2019’이다. 화랑협회 회원만이 참여 가능한 화랑미술제는 총 143개의 화랑협회 회원 화랑 중 111개의 화랑이 참여하였고, 부산에서 개최하는 ‘아트부산 2019’는 17개국 164개 갤러리의 참가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아트부산 2019는 전년도에 비해 3,000명이 많은 6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여 역대 최고 방문자 수를 기록하였으며, 해외 유명 메이저 갤러리들의 참여와 작품의 판매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여주며 글로벌 아트페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성공적인 개최에도 불구하고, 국내 미술시장의 극한 매출 편증 현상은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술품 유통 플랫폼 다각화

프로라타 아트가 세 번째로 공개한 트레이시 예민((Tracey Emin))의 <I Wanted to Go With You – to Another World>이 전시되어 있는 뷰잉룸 사진제공: 프로라타 아트 프로라타 아트가 세 번째로 공개한 트레이시 예민(Tracey Emin)의
<I Wanted to Go With You – to Another World>이 전시되어 있는 뷰잉룸
사진제공: 프로라타 아트

미술시장이 침체하면서 미술품의 새로운 유통 구조 방식들이 시도되고 있다. 대규모 아트페어에 반해 대안적 아트페어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5월 ‘솔로쇼(SOLO SHOW)’가 개막하였고, 지난 몇 년 동안 정부에서 지원하여 활성화된 작가 직거래 장터 ‘작가 미술장터’도 서울, 대구 등지의 작가들이 협력하여 중저가 작품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개최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4차 산업혁명의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온라인 미술품 공동 구매 서비스가 다양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등장한 ㈜열매컴퍼니의 플랫폼 ‘ARTnGUIDE(아트앤가이드)’와 핀테크 기업 투게더앱스의 ‘아트투게더’에서는 고가의 미술작품을 공동으로 구매하여 소유권을 나눠 갖는 구조이다. 또한 올해 초 시작한 ㈜프로라타아트의 예술 플랫폼 ‘PRO/RATA ART(프로라타아트)’는 유명작가의 고가의 작품을 소유권 최초 공개 기간 동안 처음 소유권을 분할 판매 한 후, 그 소유권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미술품 구매 방식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고가의 작품을 구매하기 어렵거나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20-40대가 관심을 보인다.

해외 주요 미술 신(Scene)에서 한국 작가의 활약

2019년 상반기에도 해외 주요 미술 행사에 많은 한국 작가들이 초대되어 전시 중이다. 특히 ‘미술 올림픽’이라 불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에 이불과 강서경이 초대되었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해외 주요 미술 신(Scene)에서 주목한 작가들이다.

특히 이불은 작년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회고전, 독일 그로피우스 바우(Gropius Bau) 미술관 회고전에 이어 올해 아트바젤 홍콩에서 상업적 판매와 상관없이 작가를 조명하는 ‘엔카운터스(Encounters)’ 부문에 초대되었다. 그녀의 12M 대형 설치 작품인 <약해지려는 의지(Willing To Be Vulnerable Ⅱ)>는 아트바젤 홍콩에서 전 세계 애호가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갤러리 관계자에 따르면 첫날 중국 개인 미술관에 팔려나갔다고 전했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미술시장에서 작품의 거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아트바젤 홍콩 2019 인카운터 섹션에 전시된 이불 작가 작품 <약해지려는 의지(Willing To Be Vulnerable Ⅱ)> 아트바젤 홍콩 2019 인카운터 섹션에 전시된 이불 작가 작품
<약해지려는 의지(Willing To Be Vulnerable Ⅱ)>

경매시장에서 단색화의 인기가 사그라지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단색화 작가로 알려진 윤형근, 이배, 남춘모 등의 개인전과 회고전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규모로 진행된 윤형근 회고전은 베니스 시립 포르투니 미술관에서 개최되었으며, 이번 전시는 작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윤형근전> 전시를 본 다니엘라 포트루니 미술관장이 직접 유치해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5월 8일에 오픈하였다. 전시 개막식에는 세계 유명 미술 관계자 및 오큘라, 가디언, 뉴욕타임즈 등 기자들이 방문하여 베니스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훈장 기사장을 받은 이배의 개인전도 베니스 빌모트 파운데이션 갤러리에서 6월 15일부터 열리고 있다. 또한 단색 부조 회화 작가로 알려진 남춘모의 개인전 역시 독일 루트비히 미술관에서 6월 15일에 개막하였다. 이번 전시는 베아테 라이펜샤이드 루트비히 미술관(Museum Ludwig) 관장의 초대로 이루어졌으며, 루트비히 미술관에서 열리는 첫 한국 작가 전시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상반기에는 미술시장에 중요한 미술품 감정 평가 관련 이슈가 있었다. 최근에도 위작 논란이 있는 와중에, 국내 미술품 감정을 거의 독점적으로 해왔던 ㈜한국미술감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해산되고, 새 기관인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가 설립되면서 논란이 촉발되었다. 국내 미술시장에서 공식 감정 기구 역할을 해왔던 감정 단체가 해산되면서 감정에 대한 공신력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평가원이 17년 동안 발급한 평가서는 9,296건에 달하는데, 평가서를 발급한 기관이 사라지면 문서의 법적 근거도 없어지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니스 시립 포르투니 미술관에서 개최된 <윤형근> 전시 전경ⒸLaziz Hamani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베니스 시립 포르투니 미술관에서 개최된 <윤형근> 전시 전경ⒸLaziz Hamani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2019년 하반기 미술시장 전망

경기 침체 속에서도 2015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주었던 경매시장이 2019년 상반기에는 성과가 좋지 못했다. 반면에 고미술품이 억대로 낙찰되는 수가 늘어나며 전체 낙찰률도 높아져 지배적이다. 전년도보다 낙찰가가 떨어지긴 했으나 김환기, 이우환 등 블루칩 작가의 작품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중심으로, 대구아트페어, 광주아트페어 등이 개막하여 아트페어 열풍이 기대된다. 비슷한 시기에 유니온 아트페어 등 중저가 작품들을 판매하는 작가미술장터 형식의 직거래 장터와 갤러리들이 기획, 협력한 대안적 아트페어 등이 도처에 열릴 것이다. 대규모 아트페어와 달리 작가미술장터 등은 작품의 가격을 낮추고 미술품 구매 초심자에게 맞춰 작품들을 구성하여, 작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 속에서 올해 하반기는 지속된 미술시장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로 미술품 유통 방법을 모색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곽혜영
  • 필자소개

    곽혜영은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미술시장에 관심을 두고 2017년에는 작가미술장터 ‘스쾃성수’를 공동기획 했으며, 2018년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지원하고 한국화랑협회에서 주관한 「화랑 운영·미술품 유통 가이드북」 제작 사업 연구에 참여하였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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