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순서① 생체시계에 대한 생각의 편린들② 예술적 감수성에도 생체리듬이 있을까?③ 예술가들을 위한(?) 생체시계의 교란과 그 대처법
 



1. 기원전 7세기경에 살았던 고대 그리스의 시인 아킬로쿠스(Archilochus 675~635B
C)는 주로 전쟁과 관련한 시들을 지었는데, 이 중 한 편의 시에서 승리와 패배, 기쁨과 슬픔의 교차에 대해 노래하면서, 어떤 종류의 리듬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설파한 바 있다. 이것은 인간의 ‘리듬’에 대해 이야기한 최초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2. 음악이나 춤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것이지만, 리듬과 박자 없이는 생각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 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규칙적인 심장의 박동이라 할 수 있겠다. 어떤 이들은 모차르트의 음악이 태교나 육아에 좋은 이유란, 그 빠르기가 심장 박동의 빠르기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음악과 춤은 인간의 정서에 깊게 호소한다.

3. 심장 박동 이외에도 우리 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휴식(수면)과 활동(각성)이 하루를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장의 박동이나 하루 주기의 리듬은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규칙적인 자극이 없더라도 유지되는 우리 몸속의 페이스메이커(pacemaker)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 잘 밝혀져 있으며, 이를 생체시계(biologica
l clock)라고 부른다.

4. 변화하는 것, 혹은 움직이는 것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중요한 것이다. 아무 것도 변하는 것이 없다면, 아무런 움직임조차 없다면, 시간의 경과를 측정할 수도, 시간의 경과가 중요하지도 않다. 다시 말해 시간이란 바로 변화이자 움직임이다.
 

인간은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 인간은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 인간은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

5. 4언 250절구로 이루어진 『천자문』은 하늘과 땅, 해와 달과 별, 계절의 변화와 같은 천체의 움직임에 대한 관찰로부터 시작한다. 결국 이런 천체의 움직임이 하루, 한 달, 한 해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초임에 분명하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 달의 움직임 등이 어우러져 우리 지구인의 시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뺑뺑이 행성에 사는 뭇 생명체의 숙명이랄까?

6. 스톤헨지, 오벨리스크와 같은 고대 건축물들은 계절이나 시간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과 깊게 관련되어 있으며, 인간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계절과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들을 개발해온 것으로 보인다.

7. 정확한 시계가 없던 시절에 갈릴레오와 같은 과학자들은 자신의 맥박수를 세어 시간의 경과를 측정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 호킹과 같은 물리학자들도 시간이라는 주제에 천착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화학에서는 반응의 속도가 중요하고, 최근 생물학에서도 시간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시간을 뺀 과학은 앙꼬 빠진 찐빵이다.

8. 오랜 시간이 경과하면서 변화해온 것은 바로 지구와 그 위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이다. 35억년 생명의 역사에서 최초 10억년 이상의 세월을 우리 조상 생물들은 시계가 없이 살았던 것으로 보이며, 대략 23억년 전에 동물성 플랑크톤류의 원시 조상 생물에서 빛에 감응하는 광수용체(photoreceptor)를 통해 하루 주기의 행동 리듬이 만들어졌다고 믿어진다.

9.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우리 주변에서 밤낮의 변화만큼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변화도 없으리라. 생명체는 주변 환경을 감각, 지각 혹은 인식하기 위한 기전을 고도로 발달시켜 왔는데, 밤낮의 변화만큼 규칙적인 변화를 체화하여 그 변화에 미리 대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그로부터 이득을 얻게 된 것은 놀랍지만 당연한 귀결이었다.

10. 음모이론인지도 모르겠지만, 주식으로 실제 이득을 얻는 사람들은 주로 내부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내일 어떻게 변할지 안다면 당연히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생체시계가 망가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다양하다. 한마디로 성인병이다.

11. ‘과거, 현재와 미래’ 혹은 ‘어제, 오늘과 내일’은 우리의 영원한 주제다. 과거는 추억과 회한으로, 미래는 희망과 불안으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에게 영원히 지속되고 있는 것은 불멸의 현재일 뿐이다. 결국 나는 지금 이 순간만을 계속 영위해가고 있지 않은가! 과거도 예전엔 현재였고, 미래도 언젠가는 현재가 될 터이니, 결국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매한가지인 것이다. ‘과거=현재=미래’라는 말도 안 되는 등식이 말이나 될까?

12. 녹턴과 달밤의 세레나데, 미드나잇 블루, 별이 빛나는 밤, 새벽기차, 여명의 눈동자, 아침 햇살, 하이 눈, 어느 개 같은 날의 오후, 붉은 노을, 골목길과 커튼이 드리워진 너의 창문.

13. 왜 항상 ‘모두가 잠들은 고요한 밤’에 이런 글을 깨작거리게 되는 것일까? 낮 시간엔 일상과 사람에 치이기 때문인가? 밤의 고요가 내 감성을 일깨우나? 밤에 심혈을 기울여 쓴 연애편지는 왜 아침에 읽어보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일까? 부치지도 못할 연애편지. 한두 번도 아니지.

14.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15.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한 손엔 모래시계를, 다른 손엔 거대한 낫을 들고 있다. 이 원고의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하면 잘릴지도 모르겠군! 드라마 <모래시계> 속의 누구처럼,‘나 지금 떨고 있니?’. 15소년 표류기….
 

 
 
조세형 필자소개
조세형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분자생물학과 학사(1992), 석
사(1994), 박사(1998)를 마쳤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프랑스 유전 및 분자세포생물학 연구소(IGBMC)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부교수로 재직하며 생체시계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공저로는 『신경호르몬』, 공역서로 『리핀코트의 그림으로 보는 생화학』『웰치 성의 과학』 등이 있다. sehyung@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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