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골동품) 거래와 경매사

최근 사립 박물관·미술관 소장품의 매매가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문화재(골동품)는 개인 간 거래 위주로 이루어져왔고 특히 지정된 문화재의 경우는 문화재청에서 공개하는 소장자 변경 내용을 파악하기 전에는 거래 내용(금액, 소유자)이나 거래 사실 여부를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개인 간 매매가 빈번하다 보니 여러 문제도 발생했다. 소위 전당포업이라는 것인데, 소장자(사립 박물관, 개인)가 경제적인 이유로 골동품이나 미술품을 고리대금업자에게 맡기고, 고율의 이자를 내서 급전을 빌리고, 갚지 못하면 소유권을 넘기게 된다. 이후 저축은행에서 저당을 잡아 대출하는 방식이 있었으나, 감정가 등의 문제로 법의 심판을 받고 잠잠해졌다. 최근에는 옥션에서 공개 경매 방식으로 문화재가 거래되고 있다.

그동안 국가지정 보물인 ‘의겸등필수월관음도’(18억 원), 우학문화재단 소유였던 보물 ‘감로탱화’(12억 5천만 원), 보물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7억 5천만 원), 보물 ‘경국대전’(2억 8천만 원) 등이 경매로 소유주가 변경되었다. 2012년 K옥션 경매에서 ‘퇴우이선생 진적첩’은 34억 원에 팔렸다.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의 글씨에 겸재 정선의 그림 4폭이 포함된 16면짜리 서화첩으로 상당한 가치가 있는 국가지정 보물이며, 삼성문화재단이 사들였다. 2015년에는 서울옥션 경매에서 ‘청량산괘불탱’(국가지정 보물)이 35억 2천만 원에 팔렸다.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좌) 및 경혜인빈상시죽책(우)
제공: K옥션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좌) 및 경혜인빈상시죽책(우)
제공: K옥션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좌) 및 경혜인빈상시죽책(우)
제공: K옥션

문화재가 경매로 팔려도 되나?

지정된 문화재의 경우 국내에서 소장자가 변경되는 것이므로 문화재청에 신고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즉 해외 유출이 안 된다면 개인 재산의 매매 제한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간송미술관이 소장품인 국가지정 보물인 금동여래입상(7세기 중반 통일신라 불상, 높이가 38㎝ 금동불상으로 매우 큼)과 금동보살입상을 경매에 내놓으면서 대중의 관심보다는 의혹에 가까운 질타가 있었다. 그러나 의아한 것은 우학문화재단(용인대학교 박물관)이 경매에 내놓은 ‘경혜인빈상시죽책’(1755년 추정)이다. 선조 후궁 인빈 김씨에게 시호를 올리고 의례를 봉헌하면서 제작된 대나무 책이다. 즉 궁에 있어야 할 문화재인데 일본에서 구매해왔다고는 하지만 유통 경로가 분명하지 않고, 필연적인 수사 대상이 경매에 나왔는데 조용했다. 오히려 공공기관끼리 과당경쟁으로 13억 6천만 원으로(경매가 10억) 서울시에 낙찰된 점이 더 문제였는데도 말이다.
여기다 7월에는 우학문화재단이 2013년 2월에 국가지정 문화재가 된 보물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을 국내 고미술 경매상 최고가인 50억 원을 시작으로 경매에 내놓을 것이라 한다. 올가을쯤에는 또 다른 옥션에 국보 불상이 80억 원 정도의 추정가에 출품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경매와 경매회사

국내 미술품 거래의 주종이었던 전당포업의 퇴출 후 등장한 곳이 경매(옥션)회사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십 개의 경매회사가 있으며, 그중 서울옥션과 K옥션의 규모가 가장 크다. 국제 경매회사 소더비는 몇 해 전 한국에서 철수했고, 크리스티는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국내 옥션은 경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업을 등록했고 고리대금업(대출이자 10~15%)을 한다는 것이다. 모 미술관이 이미 국보 불상 문화재를 담보(이중담보설도 있다)로 80억 원을 대출해갔으며, 고율의 이자로 못 갚을 경우 올해 가을에 경매로 등장할 것이다. 이 문제는 지정 문화재의 경매 출품 논란 외에 이중담보와 과도한 고리대금업 문제로 확산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경매회사의 대부업이 문제시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매회사도 저금리로 대부를 하고 있고, 지금은 중단했지만 크리스티 한국 지부도 몇 년 전까지 대부업을 했었다. 다만 이중담보와 고리대금업은 민형사상 범법 행위에 해당된다.

사립 박물관·미술관의 유물·미술품 매입과 운영 방식

우리나라의 큰 사립 박물관의 경우 기업을 운영하며 모은 재산으로 골동품을 주로 개인 간 거래로 구매했고, 골동품이나 미술품이 부정 축재와 탈세의 온상이 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또 1세대 창업주의 타계 이후 뒤를 이은 2세대들은 박물관·미술관 운영의 어려움을 소장품 매매로 대처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사립 미술관의 경우 소장품과 전시품의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작고, 문화에 대한 투자가 편중된 한국 사회에서 민간이 박물관과 미술관을 운영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박물관과 미술관을 운영하는 이유는, 사명감 외에도 매매를 전제로 한 전시와 대관, 거간 등 여러 방법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박물관 및 미술관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등록은 강제조항이 아니다. 다만 등록을 하면 큐레이터(학예사) 급여와 다양한 제도적 지원이 있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다. 특히 1세대에서 2세대로 운영 주체가 상속될 때 지정된 문화재가 아닌 모든 소장품은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법인재산으로 등록된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소장품에 대해서는 상속세가 면제된다. 그렇다면 ‘법인화’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법인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법인출자금, 이사 구성 등이 까다로우며, 일부 사립 미술관·박물관들은 법인화가 소장품에 대한 사유재산 매매의 어려움과 소유권 주장에 방해가 될 것이라며 법인화를 꺼린다. 즉 지원은 받되 세금 내는 것은 싫다는 것이다.

간송미술관 소장품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좌)와 K옥션에서의 경매 모습(우)출처 및 제공: K옥션 온라인 경매 간송미술관 소장품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좌)와 K옥션에서의 경매 모습(우)출처 및 제공: K옥션 온라인 경매
간송미술관 소장품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좌)와 K옥션에서의 경매 모습(우)
출처 및 제공: K옥션 온라인 경매

유물·미술품 매입과 제도개선, 이렇게 이루어져야

문화 침탈이 많았던 우리나라는 골동품 수집가였던 간송의 문화재 매입을 애국주의로 깊이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간송과 미술관을 거의 신격화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과도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간송미술관도 하나의 사적인 시설일뿐이다. 그러나 대중들로부터 애틋하게 받아온 관심에도 불구하고 간송미술관은 사려 깊지 못하게 행동했다. 끊임없이 보존 상태에 대한 염려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소장 유물의 정확한 내용, 수량, 상태를 밝히지 않고 있다가, 2019년 9월에서야 정식 박물관등록을 했다. 결국 정부와 서울시가 약 47억 원의 세금을 투입해서 수장고를 지어주기로 했다. 더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47억 원의 수장고를 받기 위해 등록을 한 것이다. 또 겨우 불과 몇 해 전 법인화를 했지만, 법인재산에 어떤 소장품이 포함되었는지 밝히지도 않았다. 사유재산을 경매로 출품한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상속세 운운하며 보물지정 문화재를 담보 잡히고, 결국 경매 처분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이번처럼 경매에 나온 소장품의 경우 옥션은 낙찰가의 15.6%(저가품은 19.2%)의 수수료를 판매자와 매입자에게 다 받는다. 꽤 큰 수수료이다. 이번 간송미술관의 불상 두 점은 30억 원이니, 낙찰되었을 경우 양측 수수료만 9억 원이 넘는다. 결국 불상 두점 모두 유찰되었지만, 간송미술관의 입장문에 따르면 커진 재정적인 압박으로 인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경매를 중단하라고 의견을 타진한 모양이다. 즉 수수료를 내지 않고 매입하겠다는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익을 내야 하는 경매사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이다. 이런 주먹구구식 방법보다는 정확한 제도 개선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지정 문화재나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부동산이나 동산이 옥션 경매나 법원 압류경매에 공개될 경우 프랑스나 영국처럼 정부, 공공법인과 같은 공공기관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이 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경매 회사도 공공기관에 우선 매수를 타진하는 제도를 만들고 정착시켜야 한다.
정부도 지정 문화재나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부동산이나 동산을 각 기관별로 경매에 응찰하여 공공기관끼리 경쟁하여 가격을 올리지 말아야 한다. 상시 매입은 프랑스처럼 ‘국가조형물매입위원회’를 만들어 공공기관마다 매입할 목록을 제출하여, 심사를 거쳐 단일한 곳에서 일괄 구매하고, 매입품은 유물이나 미술품의 성격을 구분하여 관리 소장처를 분담하여(유물은 국립박물관, 미술품은 국립미술관 등) 둔다면 과당경쟁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이고, 체계적인 유물과 미술품 매입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정부의 유물과 미술품 구매 예산도 늘어나야 한다. 단 국가조형물매입위원 선임은 절대로 국내 전문가는 피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내 전문가들은 자격이 없다. 그들의 이익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또 사립 박물관·미술관의 법인등록 기준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즉 법인출자금 면제, 서류 간소화 등으로 사립기관의 법인등록을 쉽게 해 주어야 한다. 대신 이사 구성에서 공공성을 보장하는 관선이사를 포함하고, 소장품 등록을 의무화해야 한다. 대를 이어서 운영할 경우 상속세를 면제해야 할 것이다. 단 사적으로 소장품을 매매할 경우 세금 부가 시점의 기준을 법인화 이전으로 되돌려서 세금을 부여하면 될 것이다. 사립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활용과 운영은 편하고 쉽게 하되, 처분권은 강력하게 규제함으로써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의 시설과 소장품을 대중적으로 충분히 이용해보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위원회와 조직을 또 만들어야 하는가? 아니다. 있는 조직을 규범만 고쳐도 가능하다. 문화재청 산하 법인 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문화유산국민신탁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문화유산국민신탁에 동산 문화재 매입 권한을 부여하고, 매입한 문화재는 국가 소유가 되게 하는 방안이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 경매에 나온 ‘국새’를 매입하여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한 사례도 있다. 제도를 조금만 개정하고, 문화재 매입 예산을 국고로 투입하면 가능한 일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경우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 시민단체의 요구로 만들어지고, 시작은 ‘약탈문화재환수재단’이었으나 소위 전문가 교수 출신을 조직의 책임자로 오게 하니, 조직을 자신들의 제자들로 채워 넣으며, 졸지에 문화재 환수는 빠지고 연구 기능만 강화되었다. 시민단체가 만든 조직에 숟가락을 들고 들어가 집안을 바꿔버린 것이다. 문화재 환수 실적도 저조하다. 해외 소재 문화재 연구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잘하고 있었는데, 문화재환수 실무를 해야 할 ‘활동 기관’이 ‘조사연구’만 하고 있으니 조직이 잘 돌아갈 일이 없다. 또 조사연구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예산만 축내고 있다. 이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실무 행동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환수와 구매 실무를 강화할 법률 개정과 조직의 변화를 기해, 제대로 된 국내외 문화재 환수 및 매입 기관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 황평우
  • 필자소개

    황평우는 고려대학교 고고미술사학에서 학부를, 문화유산학으로 석사를, 박사로 서양현대사를 전공했다.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서울대학교 대학원 강사, 정부(문화체육관광부, 국무조정실, 국회)문화유산분야 위원을 역임했다. MBC <느낌표>에서 약탈문화재반환 운동과 관련해 출연했고, SBS <시사전망대>, <국악방송> 등에 고정출연했다. 현재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고려대학교 사학과 북한아카이브 연구실장으로 있으며, ‘냉전과 분단, 상처와 기억’을 통한 ‘집단 상징물의 표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