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11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던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확충을 위한 정책 대토론회’ 모습(공공누리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저작물 이용)

2014년을 돌아보며

2014 팸스초이스에 선정된 타루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 1월 6일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열린 대학로X포럼 모습 (사진출처: 대학로X포럼 페이스북)

2014년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며 세월호 사건을 언급 않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만, 세월호 사건은 공연예술계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물론 봄 시즌 개최를 예정했던 지역축제들이었다. 특히 세월호 사건과 시기가 맞물렸던 축제들은 일부 공연을 취소하거나 혹은 축제 자체를 취소해야 했다.

추도와 애도의 물결을 상기한다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일이다. 축제를 강행해 화를 자초하느니, 취소해 민심을 거스르지 않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결정으로 보였다. 그러나 축제를 주 수입원으로 하는 거리아티스트들의 생계를 떠올리면 과연 취소만이 정답이었을까 싶은 의문도 든다. 축제에는 제의적 측면도 있지 않은가. 이를 생각하면 다른 대안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프로그램을 급작스럽게 변경하기가 쉽지는 않았겠지만, 노제의 형식으로 성격에 변화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세월호 사건을 2014년 이슈로 꼽은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했듯, 대한민국은 세월호 사건 전후로 나뉜다. 세월호 사건은 사고를 일으킨 개인이나 기업의 문제로 축소될 수 없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사고를 사건으로 비화시킨 정부에 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은 국가시스템과 국민의식의 문제로 확장되어야 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 국내의 많은 예술가들이 관련 작품을 만들고 담론을 생산하였다. 공연예술계에서도 세월호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작품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그중 사건을 대상화하여 묘사하는 데에 머물지 않고, 내면화해 승화시킨 작품도 있었다. 가해자를 타자화해 비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기 안으로 끌어들여 자아성찰의 계기로 삼은 작품들이다. 나아가 세월호 사건은 예술가로 하여금 이 시대의 예술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설령 작품으로 화답하지 않더라도, 그 않는 이유에 대해 적어도 스스로는 자신을 납득시킬 논리와 명분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것은 세월호가 예술계에 던진 화두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완료형이 아닌 2015년에도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

2014년 공연예술계에 보다 직접적인 이슈가 있었다면, 그것은 서울연극협회(이하 ‘서협’)가 주최하는 서울연극제의 대관심의 탈락일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이하 ‘공연예술센터’)에서는 2015년 정기대관공모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서울연극제를 탈락시켰다. 종래의 관례를 깬 일이었다. 서협에서는 1인 시위와 서명 운동을 통해 부당성을 주장했고, 종국에 공연예술센터를 형사 고소했다. 이후 공연예술센터에서 서울연극제의 일부 공연 대관을 승인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지만, 그것은 미봉책에 불과했다.

결국 이에 반발하는 평론가와 작가, 연출가, 배우 등 공연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논의를 펴기 시작했다. 지난 1월 6일에 열렸던 대학로X포럼이다. 이 자리는 단순히 공연예술센터의 결정을 비난하기 위한 성토의 장이 아니었다. 공연예술센터와 서협, 그리고 공연예술계 전반을 비판하는 성찰의 장이었다. 거칠게 말해 공연예술센터가 기존의 관행을 깬 게 문제였다면, 서협은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는 게 문제였다. 이와 같은 갑론을박의 난상토론이 6시간 동안 이어졌다.

대학로X포럼이 유의미한 건, 포럼을 주최한 이들이 사태의 당사자인 공연예술센터와 서협이 아닌 연극인들이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다는 데에 있다. 개별적이라 산발적으로 흩어졌던 목소리를 한 데 모으는 창구가 마련된 셈이다. 그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것은 결국 심의의 공정성과 극장의 공공성에 대한 요구다. 이 부분에서는 서협도 자유로울 수 없다. 서울연극제 또한 공정성과 공공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위의 두 가지 사건은 2015년 공연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2015년을 전망하면

지난 일을 복기하는 능력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예측하는 능력은 부족해, 2015년에 대한 예상은 필자의 몫이 아닌 것 같다. 다만 현재 결정된 사항만으로 조심스럽게 예단한다면 전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창작극이 양적 팽창을 가질 것으로 짐작된다.

몇 해 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창작산실’이라는 이름으로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 발레 무용의 창작품을 지원하고 있다. 그중 뮤지컬은 ‘창작뮤지컬 육성사업’으로 아예 따로 분류하여 지원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그밖에 CJ문화재단에서는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를, 두산아트센터에서는 ‘두산아트랩’을, 남산예술센터에서는 ‘초고를 부탁해’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는 ‘ASAC 창작희곡공모’를 통해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물론, 차범석희곡상, 윤대성희곡상 등 각종 희곡상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포스터(출처: 창작산실 페이스북)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포스터(출처: 창작산실 페이스북)


여기 더해 올해에는 뮤지컬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어났다. 지난해 정부에서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영화와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캐릭터와 뮤지컬을 ‘5대 킬러콘텐츠’로 선정해 육성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창작뮤지컬에 관한 예산이 증액되었고, 창작뮤지컬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신진작가에 대한 지원이 늘면서, 신진작가의 등용문이 넓어졌고, 더 넓어질 것은 분명하다.

제작비에 허덕여 지원금에 의존하는 공연계에나, 다른 장르보다 높은 문턱으로 인해 입성 자체가 어려운 신진작가들에게도 단비 같은 소식일 것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 편향된 지원에는 아쉬움도 남는다. 특히 현재 창작뮤지컬의 수준을 가늠했을 때,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점이다. 결국 창작뮤지컬을 육성하려는 이유가 한류상품화하려는 자본의 논리라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정책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필자사진_김일송 필자소개
김일송은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프랑스 희곡으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씬플레이빌 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 씬플레이빌은 작년 창간 10주년을 맞이한 공연문화월간지로, 뮤지컬, 연극, 음악, 무용 등 모든 장르의 무대예술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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