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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자, 한국과 프랑스 수교 130주년(2016년) 기념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이 시작되는 해이다. 우리의 문화예술 분야의 국제교류 또는 해외진출의 역사와 성과도 광복 이후 많은 변화와 성장을 이루었고, 괄목할 경제 성장을 통한 국가의 가치 상승에 발맞춰 국제교류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2년간 전개될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지난 시기의 국제교류의 전개 양상을 살펴보고 한-불 상호교류 사업의 의미와 기대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국제교류의 시대별 전개 양상 |
▲ 아비뇽 페스티벌에서의 사물놀이 공연 (사진제공_필자) |
경제개발과 산업화가 한창이던 1960-1970년대에 공연예술은 외교관계 수립과 한국 상품의 해외 판로 개척의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 시기에는 리틀엔젤스 예술단과 전통예술 명인들로 구성된 전통민속가무악 예술단 형태가 국가의 파견과 지원 형태로 활약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 괴테 인스티튜트(Goethe Institute),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 등 해외의 문화전문기관들이 한국 전통예술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소개하기 위한 노력들이 시작되었다. 국립예술단체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초청공연에 나섰고 김덕수패 사물놀이와 같은 민간 예술단체들의 해외진출이 시작된 것도 이 시기였다.
1990년 후반기에 들어 비로소 본격적인 국제교류가 이루어지고 한국 공연예술단체의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기 시작하였다. 정부의 문화정책에 의한 계기성 국제교류행사가 활성화되었고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과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같은 국제적인 공연예술축제에 주빈국의 자격으로 혹은 초청단체의 자격으로 세계 공연예술시장에 소개되었다. 또한 이전의 전통공연 위주의 국제교류에서 연극, 무용, 시각예술 등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었고 기획력과 국제마케팅에 전문성을 가진 젊은 예술가 집단들의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와 역량이 증대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전략적 해외진출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아트마켓의 국내 개최 및 해외 아트마켓의 참가 지원, 국제교류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등 실효적인 플랫폼이 구축되었다.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가 소수에 집중되었던 이전과 달리 정보통신의 발달로 많은 민간예술단체들이 자체적으로 해외진출의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프린지나 Off 형태의 공개 예술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예술단체나 작품의 가치를 스스로 확인하고 해외 공연예술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2014년 서울아트마켓 기간 중 세계의 음악 전문가들이 정읍사에서 한국 전통음악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최근에는 대중문화와 문화콘텐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거꾸로 문화적 역량이 오히려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견인하고 관광산업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국가 주도의 문화외교적 접근에서 벗어나 해외의 문화기관과 공연예술축제, 예술단체 간 교류협력 프로그램이 점차 확대되면서 무엇보다 공연단체의 예술적 역량과 작품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서유럽, 미국, 일본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되었던 국제교류가 남미, 동남아, 동유럽 국가로 확대되었고, 일회성 공연성과에서 벗어나 예술단체간의 공동창작, 공연-교육-워크숍-레지던시 프로그램과 같이 복합적인 활동으로 지속성이 높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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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2014년의 전통공연예술 분야의 국제교류 활동 중에서 비빙(Be-being)이나 숨(SU;M)과 같은 음악단체의 활동을 의미 있게 지켜보았다. 기존 전통예술의 국제교류 활동을 주도하였던 타악 계통의 퍼포먼스, 전통연희 그리고 음악적 지향점이 불분명한 퓨전음악과는 다른 가능성과 경쟁력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한다. 전통악기의 음색에서 나오는 세련되면서 낯설지 않은 구성과 월드뮤직 계열의 음악적 구성 속에서도 단단한 전통음악의 어법이 이들이 가진 역량이며 진정성이다. 이는 어떠한 해외의 공연예술축제 무대에서도 감동을 주고 우리의 음악적 전통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더욱 기대가 된다.
공연예술 분야의 국제교류 활동은 국가기관의 지원을 받은 예술단체의 “포트폴리오 채우기”에 끝나서는 안 된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진정성과 예술적 치열함이 문화적 다양성 이상의 감동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뛰어난 예술작품이나 예술가의 역량만으로는 충족되지는 않는다. 대상 국가의 문화적 특수성을 이해하고 다층적이고 포괄적 관객에 대한 수용의 용이함을 고민하고 공연장이나 축제의 문화적 가치와 속에 예술적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만이 가진 문화적 전통이 작품 속에 어떻게 활용되고 이에 대한 관객들의 즉각적 해석이 어떻게 한국의 문화상징체계로 연결될 것인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
▲ 2002년 파리가을축제에서 <판소리 완창 다섯 마당>을 공연했던 안숙선 명창 (사진제공_필자) |
해외진출과 국제교류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예술단체에게 프랑스에서의 공연이나 전시 경험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 특별하고 자신들의 예술과정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프랑스 국민들의 문화적 수준이 높다.”라는 단순히 낭만적인 이유가 아니라 프랑스의 문화예술정책, 특색 있는 문화 공간들, 축제와 공연기획의 인적 인프라가 오랜 시간 구축해 온 문화에 대한 확신이 우리를 즐겁게 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관여했던 전통공연예술 분야만 놓고 보자면 프랑스는 세계 공연예술시장을 향한 관문의 역할을 해주었다. 1998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의 한국 공연예술단의 활동은 어쩌면 유럽시장에 한국이라는 나라의 존재감과 한국 문화예술의 독창적 예술성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2002년 파리가을축제에서 기획하였던 <판소리 완창 다섯 마당> 공연의 성공은 판소리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데 큰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이후,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링컨센터 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에서 판소리 완창 공연이 초청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개인적으로 판소리나 무속, 사물놀이와 전통춤과 같은 공연들이 프랑스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자기도취적 만족문화주의에서 벗어나 우리의 전통문화를 읽어내는 그들의 독특한 시각과 해석이 거꾸로 전통공연예술 진영에 새로운 각성을 불러 일으켰고, 문화적 보편성과 한국만의 문화가치 사이에 접점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직 이번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예술단체들이 그들이 축적한 프랑스와의 네트워크 안에서 흥미롭고 독특한 공연과 프로젝트들을 구상하고 실현되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은 사업 참가인원이나 사업기간, 예산 측면에서 다른 어떤 국가들과의 수교행사나 문화교류 프로그램들 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크다. 그만큼 이번 사업을 통해 우리의 문화예술 국제교류 활동들에 대한 점검과 반성 그리고 미래전략에 대한 이정표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10년 전 있었던 '한불수교 120주년' 사업의 하나였던 심포지엄을 떠오른다. 프랑스와 한국, 양국의 문화정책의 방향성과 차이점, 특히 프랑스의 지역축제가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마케팅 수단으로서의 정책적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이 심포지엄의 담론들이 이후 한국의 문화정책과 축제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개선하는 실천적 동력이 되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사업에서 기대하는 것은 몇몇 예술단체가 프랑스 유수의 페스티벌의 초청을 받아 좋은 공연장에서 감동을 매개로 현지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는 일회적 성과가 아니다. 예술단체는 자신들의 예술적 지향점을 확인하고 해외시장에서의 유효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며 해외마케팅의 전문성을 더욱 키워나가야 할 것이며, 지원정책을 포함한 국제교류 정책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국가별 문화 환경을 분석하고 현지의 문화 네트워크에서 가장 적합한 공연의 형태와 예술가들을 선별하여 연결하는 정책과 행정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다.
▲ 2014년 서울아트마켓 기간 중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 공연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최준호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예술감독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업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상호 지속가능성이 높은 공동 프로젝트를 개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예를 들자면 매년 한국에서는 프랑스 예술축제를 개최하는 도시를 선정하고 반대로 프랑스에서도 한국의 예술축제를 개최하는 지방도시를 선정하여 파리와 서울에 집중되었던 국가 간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지방으로 확대하고, 그 내용 역시 단순한 공연예술축제를 뛰어넘어 수교 후 130년의 기간의 역사적 사건을 현재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고 음식, 의복, 예술 등 모든 문화적 전통을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신뢰의 문화교류의 장이 펼쳐지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프랑스가 세계의 문화 중심국가로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많은 문화적 변방 국가들의 다양한 예술적 자산들을 끌어내고 포용하여 의미 있는 “문화적 다양성”을 실천하였듯이 대한민국 역시 아시아의 문화선진국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문화적 전통을 함께 찾아내고 보석을 만드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가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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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주재연은 1993년 김덕수사물놀이 한울림예술단에서 기획을 시작하여 사물놀이가 한국의 대표적인 공연예술로 세계시장을 두드리는 데 역할을 해왔다. 2002년 파리가을축제에서 <판소리 완창 다섯 마당>을 제작하면서 판소리의 국제교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현재에도 사물놀이, 전통연희, 판소리 등 전통공연예술의 국제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교류뿐만 아니라 서울드럼페스티벌, 대한민국전통연희축제 사무국장으로 일했으며 서울아리랑페스티벌 등 공연예술축제의 예술감독으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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