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에 실린 글의 내용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TEL 02-708-2293 FAX 02-708-2209 E-mail : weekly@gokams.or.kr
작가, 작업을 창작하고 관리하는 자
리뷰_미팅 앤 스터디: 미술품 유통과 보존지난 5월 19일(금)부터 22일(월)까지 나흘간 종로구 북촌로 미팅룸에서 '미팅 앤 스터디: 미술품 유통과 보존'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고 미팅룸이 주관한 이 프로그램은 작가와 미술품 유통관계자(기획자, 갤러리스트, 아트딜러, 콜렉터 등, 이하 유통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와 워크숍으로 구성되었다.
우리나라의 시각예술 분야 지원정책은 크게 창작자 지원과 기획자 전시기획 지원, 전시 공간 지원으로 분류될 만큼 다양한 기관의 각종 기금과 사업은 주로 창작자와 큐레이터를 대상으로 한다. 미술작품을 유통하는 시장과 시장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는 사업은 전자에 비해 미흡했으나, 최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유통관계자 또는 미술작품 감정전문가 양성 사업을 점차 늘리는 추세다.
‘미팅 앤 스터디: 미술품 유통과 보존’ 프로그램을 기획한 예술경영지원센터와 미팅룸은 작가와 유통관계자가 작품을 어떻게 다루고 관리해야 하는지, 작품 거래 및 전시 출품 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거나 교육받지 못하는 현 상황에 주목했다. 미술대학의 커리큘럼은 창작에 초점을 맞추기에, 작가는 작품 창작 이후 경험하는 일련의 과정을 제대로 고찰해볼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이는 갤러리스트와 큐레이터 역시 놓치거나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팅 앤 스터디’는 이처럼 작가와 유통관계자가 ‘작품’이라는 대상을 다루고 유통할 때 고민해봐야 할 사항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프로그램의 주제는 크게 ‘보존복원’과 ‘유통’의 두 분야로 나누었고, 대상은 ‘작가’와 ‘유통관계자’로 구분해 진행되었다.
첫 번째 파트는 미팅룸 작품보존복원팀의 조자현 디렉터가 진행했다. 미술품 보존복원(Art Conservation)과 예방보존(Preventive Conservation)의 개념을 살펴보는 강의와 작가와 유통관계자가 실제 작품을 대상으로 상태조사서(Condition Report)를 작성하는 워크숍으로 구성되었다.
전시 출품 전후와 작품 판매 전 단계에서 작품의 기본 구조를 분석하고, 여러 단계에서 발생 가능한 사고와 이에 따른 작품 훼손 사례를 살펴보았다. 훼손의 다양한 원인과 유형에 따라 과학적으로 면밀히 분석하고 복원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와 재료, 도구, 방법 등을 소개했다. 복원이 훼손 후 조치라면, 예방보존은 훼손을 피하도록 사전에 준비하는 개념일 것이다. 훼손 사례를 살핀 뒤 역으로 이러한 훼손을 방지하고 작품을 보존하기 위한 적합한 방법과 환경, 그리고 안전한 운송과정 등에 대해 국내외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정리했다.
또한, 미팅룸이 제작한 툴키트(Tool Kit)를 사용하여 참여자가 직접 실제 작품의 상태조사서를 작성해 보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 중 소품과 해당 작품의 전후면 이미지 컬러 출력물을 지참해 직접 작품의 상태를 조사하고 상태조사서를 작성했으며, 유통관계자는 미팅룸이 준비한 회화 몇 점을 같은 방식으로 조사해 상태조사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시 전후, 작품 판매 및 위탁 전후에 작품의 상태를 면밀히 검토하고 상태조사서 작성법을 습득하는 워크숍은 국내외 갤러리 및 기관과의 작품 유통 및 거래 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과 자료를 공유하며 작가와 관계자의 큰 호응을 얻었다.
작가와 유통관계자를 대상으로 각각 차별화된 내용을 다룬 두 번째 파트는 필자가 진행했다. 두 번째 파트는 ‘작가가 작품을 떠나보내기 전, 어떤 서류와 자료를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우선 작가가 작품을 판매할 때 작품과 함께 자신을 프로모션할 수 있는 자료를 담은 작품패키지를 제작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영상작업을 유통하며 이를 고민해온 작가 3인의 패키지 사례를 소개했으며, 발행해야 할 보증서의 상세한 항목을 살펴보았다. 미술사와 미술시장의 오랜 숙제인 작품의 진위여부 논란을 막을 수 있도록 작가가 준비해야 할 최소한의 장치를 함께 고민하고,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é)와 경매도록, 작가 웹사이트 자료를 통해 프로비넌스(Provenance: 작품 소유주 이력)의 개념과 중요성을 짚었다.
또한 작가가 전시에 참여할 때, 작품을 직접 컬렉터에게 판매하거나 갤러리나 딜러에게 위탁할 때, 신작 제작의뢰를 받았을 때, 작품을 전시에 대여할 때 작성해야 할 계약서의 세부 내역을 살펴보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표준계약서(안) 자료 ‘『시각예술 분야 계약실태 및 표준계약서 개발 연구』(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체육관광부, 2015. 3)’을 참고해 표준계약서(안) 5종을 검토하고, 추가할 부분을 언급했다. 계약서의 주요 사안인 저작권법과 미술계의 핫이슈인 아티스트피(Artist Fee)의 개념도 간단히 짚어보았다.
한편 유통관계자를 대상으로는 국제적인 갤러리의 작가 프로모션 사례를 소개하고, 아트페어의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지원 서류 예시를 살펴봄으로써 갤러리가 작가와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발전해가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위의 표준계약서(안) 5종 중 갤러리와 관계된 계약서를 검토했다.
미팅룸의 황정인 대표가 모더레이터로 참여한 ‘미팅 앤 스터디’는 미술품 유통과 관련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프로그램 종료 후, 참석한 작가와 유통관계자의 목소리를 듣고 미팅룸 관계자 역시 의견을 교환했다. 향후 이 프로그램이 지속된다면 가장 주요한 방향은 다양한 주제를 구체적으로 구성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섭외하는 것이다. 이번 상태조사서 작성 워크숍의 경우 회화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었으나, 향후에는 조각, 종이작업 등 매체별 보존복원 전문가를 섭외하고 각 매체별 강의를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유통관계자의 경우 현장 경력에 따라 강좌를 분류하여 전문적 지식과 사례를 구분하여 진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작가와 유통관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계약서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저작권법에 대해 전문변호사 및 전문가를 섭외해 깊이를 더할 계획이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자신의 업무와 관계해 실질적인 도움을 얻었다는 반응을 보였고, 대다수가 향후 프로그램에 다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양한 의견과 긍정적인 반응을 참고해 미술작품 유통과 감정, 보존복원 등 각 분야별 전문가의 실무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물론 프로그램의 이름 ‘미팅 앤 스터디’대로 참여자가 만나 의견을 나누고 서로 조언을 듣고 고민하는 시간도 늘릴 것이다.
이경민은 갤러리현대 기획팀 매니저와 월간미술 기자를 거쳐 현재 미팅룸의 작가 및 시장연구팀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와 사회·시장의 관계, 권역별 미술계 및 시장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작가나 시장, 큐레이팅 관련 여러 프로젝트에 비평가와 멘토로 참여했다.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