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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ONDA, Office National de Diffusion Artistique, 공연예술 보급 국립센터)는 컨템퍼러리 공연예술 창작물의 유통과 보급을 활성화 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원기관이다. 1975년 창설된 이래로, 온다는 자국 및 해외의 연극, 무용, 음악, 거리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에 대해 프랑스 국내 및 유럽의 유통을 지원하고, 공연예술계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보급하며, 컨설팅, 재정 및 번역 지원, 네트워크 교류, 정기간행물 발간 등의 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동안 이러한 온다의 활동은 전 세계 공연예술계의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 되어왔으며, 실제로 각국에 이를 벤치마킹한 여러 기관들이 설립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온다와 같은 성과를 이룬 기관은 없었다. 바로 여기에 파비앙 자넬(Fabien Janelle) 온다 디렉터를 만나는 설렘이 있다.
68세대 건축공학도 연극에 열중하다!
현재 온다를 이끌고 있는 수장 파비앙 자넬은, 프랑스 마른 라 발레 지역의 국립무대(라 페름 드 뷔송, La Ferme du Buisson) 극장장 출신이다. 프랑스 및 유럽 전역을 누비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그가 팸스(PAMS) 참가를 위해 바쁜 일정 중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건축공학도 출신인 파비앙 자넬은 공연예술계에 입문 후, 29세의 나이에 전격적으로 규모 있는 국립무대 극장장으로 발탁되었다. 그는 자신의 이력을 설명하며 특이할 것이 없다며 담담하게, 그가 속한 68(혁명)세대가 다수의 문화계 종사 인력을 배출하였다는 사실을 전한다.
“우리 68세대는 문화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었다. 우리의 대규모 학생운동은 새로운 문화운동을 만들어 냈고, 일상생활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더불어 새로운 문화정책이 신속하게 수립, 발전되었고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문화계에 종사하게 되었다. 그 당시, 도시계획도 결국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공감하게 된 나도 자연스럽게 연극에 열중하게 되었고 곧 바로 공연예술계에 종사하게 되었다.”
이처럼 연극을 시작으로 파비앙 자넬은 40년 동안 거리예술, 무용, 컨템퍼러리 아트, 음악 등의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끊임없이 활동의 영역을 넓혀왔다.
“그 당시에 대학 교육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우리는 철저하게 현장에서 모든 것을 배우며 스스로 공부해야만 했다.”
현장 작업에서 축적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당히 젊은 나이부터 공연작품 유통 기관을 운영해 왔던 그는 1995년부터 온다의 제2대 디렉터로 임명되어 프랑스와 유럽 공연예술의 보급과 유통 을 지원하는 다양한 주도적 움직임을 이끌어왔다.
“지속성, 현장성 그리고 독립성이 비결”
단 16명의 멤버 구성에 4백만 유로라는 충분치 않은 예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활동을 이끌어낸 온다의 성공 노하우는 과연 무엇일까? 파비앙 자넬은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먼저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이하는 온다는 현재까지 단 2명의 디렉터만을 맞이하였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해 주는 것은 지원 사업의 지속성과 연속성을 담보해 준다.
또한 극장장 출신인 나를 비롯해 각 분야의 컨설턴트, 행정업무 담당자까지, 온다의 전 멤버들은 공연예술계 현장 출신들이다. 따라서 우리는 일반 공무원이나 행정가들과는 달리 현장과 친밀하고 활발한 관계를 유지하며, 온다 활동을 마친 후에는 그들은 각자 다시 자신의 터전으로 돌아가 활동을 영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부는 3년간의 상호협의문서를 작성한 후에는, 절대적으로 우리 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며, 어떠한 제약 없이 자유롭게 예산을 집행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온다의 성공과 장수 비결은 바로 이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그가 말하는 온다의 성공 요인에는 단순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프랑스 문화정책과 현장 종사자들의 전문성을 중시하는 철학이 그 밑바탕에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의 중요성
그렇다면 다소 비대중적이고, 새로운 형식, 생소한 형태로 창작된 컨템퍼러리 공연예술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프랑스 전역에서 대중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인가?
“온다는 창작(예술가)과 유통(극장), 이 두 세계를 연결해 주는 접합점이다. 젊은 예술가들은 우리에게 그들이 추진하는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리는 그들의 공연을 보러 간다. 그 후 우리는 그들의 공연에 관심을 가질 만한 공연장들을 소개 한다. 온다는 예술가들에게 절대 직접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우리의 재정지원은 단지, 경제적 손실을 무릅쓰고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의미 있는 형식적 시도를 하는 컨템퍼러리 작품을 선택한 공연장에게만 주어진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아직 충분히 관객을 확보하지 못한 공연에, 오지 않은 관객의 입장료를 대신 지불하는 형식으로, 극장과 계약된 작품들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우리에게 온다 공연리스트를 문의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리스트를 갖고 있지 않다. 이는 우리 사업의 공정성 유지를 위해 철저하게 금해진다. 공연장에서 상연될 공연은 철저히 창작자와 극장관계자들, 이 둘의 선택의 문제이다.”
파바앙 자넬은 이렇게 창작과 유통의 활성화 과정에서 온다의 역할을 설명하고 이 과정에서 특별히 지역 네트워크 미팅과 파트너십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하지만 온다는 국내 공연예술 유통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공연계 전문가 미팅을 주선한다. 1년에 2번씩 리다(Rencontres Inter-régionales de Diffusion Artistique, RIDA, 지역간공연유통활성화미팅)와 시즌에 두 번씩 프로그래머 그룹 미팅, 젊은 예술가들 미팅도 개최한다. 이 정기적인 모임에는 프로그래머, 축제감독, 극장장, 온다의 각 분야 컨설턴트들이 함께 참여하여, 프랑스 전역에서 상연되는 국내 및 해외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에 대해서 상호 정보를 교류하고 자유롭게 토론한다. 이러한 활동은 전문가들의 협력 기회를 증진시키고 서로의 네트워킹을 강화시킨다.”
교류 활성화, “상호간 올바른 이해와 인식 수반되어야”
공연예술 국제교류 증진, 국경을 초월한 전문인력의 이동성이 강조되는 현실 속에서 한-불 교류 및 국제교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와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점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에게 물었다.
“한국과 프랑스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바로 두 나라의 공연예술계 현재 상태에 대해 상호간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질 수 없듯이,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공연은 좋아 할 수 없다. 국제교류의 대상이 되는 공연은 단순히 컵 하나를 고르는 것과는 다르다. 공연사진이나 소개 정보만으로는 올바르게 선택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수공예품을 고를 때, 직접 만져보고 꼼꼼히 살펴보듯이, 우리는 특정 해외 공연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믿을만한 사람의 추천이 이어질 때, 비로소 작품을 보러가게 된다.
또한, 프랑스에서 한국 공연작품들은 항상 한두 명의 아티스트들에 의해 소개된다. 늘 개별적으로 이해되어야 할 대상인 것이다. 한국의 유명한 영화감독들이 프랑스에 알려진 것처럼, 한국 공연예술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일련의 연출가, 예술가 그룹에 대한 소개와 이해,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일본이 신진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일본 무대’를 기획했던 것과 같이, ‘한국 무대’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획 행사와 같은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공연예술 국제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술가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공연예술 현장 종사자들, 즉 극장장, 축제 디렉터, 프로그래머, 프로모터 등 이들의 실제적인 교류를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간, 권역별로 상연되는 다양한 공연과 젊은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도록 그들의 이동을 돕는 ‘여행경비 지원’이 절실하다.
이런 공연예술 현장 전문가들의 직접적인 교류를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온다는 프랑스 프로그래머들과 협력하여 해외의 작품과 신진예술가 발굴을 위한 ‘탐색여행(Votage de repérage)’이라는 리서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에서도 이와 같은 프로그램의 개발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런 관점에서, 나의 이번 한국 방문이 한국 컨템퍼러리 공연예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올바른 인식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더불어 나의 경험과 정보가 프랑스 전문가들에게 함께 공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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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장현주는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석사를 마치고, 파리 3대학에서 DEA와 박사학위(연극 전공)를 취득하였다. 2004년부터 공연예술 분야에 종사하며 다수의 연극, 뮤지컬을 기획하였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교류팀 차장을 거쳐, 공연기획/제작사 (주)문화바구니의 기획이사를 역임하였다. 현재 대학에서 예술경영, 공연예술 및 문화콘텐츠 기획과 마케팅 등에 관련된 강의를 하며, 컬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2004flower@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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