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략, 콘셉트,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문화, 예술……

모두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들이다. 그런데 이런 단어를 접하다 보면 ‘원래 뜻은 대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종종 갖곤 한다. 그럴 때마다 사전을 찾아보며 그 의미를 확인해 보곤 한다. 그런데 단어의 본디 의미와 어긋나게 쓰이거나, 그 뜻과는 다르게 사용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게 된다.

‘컨설팅’이라는 단어도 궁금증을 갖게 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이다.

사전을 들추어보면 “어떤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상담을 하거나 의견을 제시함”이라고 풀이해 두고 있다. 단어의 의미와 연관해서 보면, ‘예술경영 컨설팅’ 10년의 역사는 본래 의미와 걸맞게 아주 의미 있는 역할을 해왔다고 본다. 각 전문 분야별로 컨설턴트를 구성하여 온라인 수시 컨설팅, 전략 컨설팅, 찾아가는 컨설팅 등 다양한 형태로 문화예술 기관과 단체의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꾸준한 행보를 해오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 10년의 역사에 비해 보면 일천하지만, 나는 지금 홍보·마케팅 분야 전임 컨설턴트로서 겨우 두 해째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런 내가 ‘예술경영 컨설팅의 미래 10년을 전망’한다는 것은 아주 어쭙잖은 일이다. 다만 앞으로의 ‘예술경영컨설팅’ 방향성을 가늠하기 위해 짧은 경험이지만 나름대로 느꼈던 점과 생각을 보태는 것은 작게나마 의미가 있다고 여긴다.

그런 맥락에서 ‘예술경영 컨설팅의 미래 10년’을 위해 컨설팅 개념에 대한 재정립, 컨설팅 방식의 변화, 컨설팅 성과 창출과 공유의 방향성 등 크게 3가지의 의견을 여기 담아본다.

예술경영컨설팅

첫째, ‘컨설팅 개념’을 좀 다르게 보자는 것인데, ‘가르치는’ 컨설팅이 아니라 ‘들어주는’ 컨설팅으로 관점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예전에 한 TV 대담 프로그램에서 ‘꼰대’와 ‘멘토’를 비교한 내용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런 내용으로 기억한다.

“꼰대는 누군가 힘든 상황을 이야기할 때 본인 경험으로 단정을 지어 가르치려 하는 사람이고, 멘토는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은 다음 충고를 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에서 느꼈던 것을 바탕으로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사람이다. 꼰대는 ‘내가…’ 하며 말을 시작하고, 멘토는 ‘우리가…’라는 말로 대화를 풀어간다”

올해 어떤 단체의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점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단체의 대표님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사실 짧은 시간에, 우리 단체의 현안에 대해 컨설턴트에게 답을 찾는다는 게 어려운 것임을 잘 압니다. 그러나 저희 어려운 이야기를 잘 들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사실 많이 외로웠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어디에서도 할 기회가 없었고, 그럴 경우가 있더라도 잘 들어주기보다는, 우리 상황도 모르면서 가르치려 드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죠.”

나 역시 ‘컨설턴트’나 ‘멘토’라는 입장으로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런 입장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이기도 하다. 컨설턴트나 멘토라는 단어가 기본적으로 수직적인 개념이기도 하거니와, 상대방을 가르쳐야 할 사람으로 대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아주 짧은 시간에 누가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것 아닐까? 사람마다 상황이 다 다르고, 입장과 처지가 다 다른데 어떻게 좀 더 알고 있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가르칠 수 있을까? 또 누군가의 컨설팅과 멘토링을 바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절실함과 간절함이 있기 마련인데 컨설턴트와 멘토 역시 그럴까?

예술경영컨설팅

효과적인 ‘컨설팅’ 관계가 되려면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려면 가르치려 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듣는 게 먼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듣는 과정을 통해 같은 눈높이에 서야 하고, 그다음 함께 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할 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년간의 크고 작은 성과를 토대로 다가올 10년은 ‘듣는 컨설팅’이라는 관점에서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가 좀 더 내실을 다져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컨설턴트는 발신자적 입장이 아니라 수용자의 입장에서 좀 더 많이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관과 단체는 좀 더 마음을 열고 컨설턴트에게 다가서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이런 노력이 가능하도록 행정적인 지원에 더욱 힘을 쏟는 노력을 보탤 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리하면 ‘예술경영 컨설팅’의 가치는 좀 더 의미가 커질 수 있으리라 여긴다.


둘째, ‘컨설팅 방식’의 변화인데, 단기적인 컨설팅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면서 긴 호흡이 가능한 방식으로 진화되길 바란다.

현재 컨설팅 형태는 수시 가능한 온라인 방식, 주요 분야별 전략 컨설팅, 그리고 지역을 넓혀 찾아가는 컨설팅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간, 공간, 대상의 범위, 내용 등을 고려해 볼 때 아주 잘 짜여 있다고 본다.

그러나 좀 더 파고들어 가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1년 단위로 볼 때 전략 컨설팅은 각 분야별로 일정 기간을 정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찾아가는 컨설팅은 권역별로 2-3회 진행되고 있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홍보·마케팅 컨설팅의 경우, 2014년에는 3개 단체를 선정하여 1개월 기간 내에 회당 2시간씩 총 3회의 컨설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진행 과정에 몇몇 어려움이 있었다. 선정 단체의 현안이 홍보·마케팅 분야의 성격과 맞게 적절히 매치되지 않고 애매했다는 점, 제한된 시간에 효과적인 상담과 조언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점, 기간과 횟수가 정해짐에 따라 컨설팅 기간 이후에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점 등이었다. 물론 이는 컨설턴트로서의 개인적인 역량이 부족한 측면이 크겠지만 컨설팅의 형식과 방법도 일정 부문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필자의 컨설팅 노트

▲ 필자의 컨설팅 노트


이후 센터에의 건의를 통해서 2015년의 경우에는 특정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는 8개 단체를 선정해서 4명의 컨설턴트가 각각 2개 단체를 맡아 3-4개월간 4회의 만남을 통해 진행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었다. 기간도 좀 늘어나고 특정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효과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변화였다. 또 기간 종료 후에도 각 단체와 일정 부분 관계를 지속하면서 단체의 성장에 조언을 주고 있는 등 연속성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다고 본다.

한편 찾아가는 컨설팅의 경우 2014년 2지역에서 2015년에는 3지역으로 넓혀 강의형 컨설팅과 1:1 상담형 컨설팅을 묶어서 진행하고 있는데, 이 부문 역시 운영 방법상에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전문가와 많은 상담을 필요로 할 터인데, 강의 형태와 소수의 단체를 대상으로 한 짧은 시간의 상담 방식으로는 다소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센터에는 여러 업무가 있고, 시간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며, 행정 처리상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이런저런 변화를 주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으리라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내실을 기하며 진행될 수 있도록 컨설팅 대상과 기간, 방법론에 있어서 크고 작은 변화를 기대해 본다.

이는 앞의 의견과 연관해서 볼 때, 짧은 시간에 가르치는 컨설팅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듣기 위한 컨설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컨설팅 성과 창출과 공유’와 관련해서 볼 때, 일회적인 방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컨설팅 성공 사례 만들기와 확산을 통해 ‘예술경영 컨설팅’의 의미와 가치를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술경영컨설팅

모 나눔재단은 매년 비영리기관 10개를 선정해서 3년 동안 재정적 지원과 함께 비재정적 지원을 함께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비재정적 지원이란, 지원 대상 기관의 조직 진단부터 가치 체계, 전략, 조직운영 기술(마케팅, 홍보, 회계, 법률, 인사, 자금 등) 등 조직 역량 전반에 걸친 컨설팅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집중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시사점이 있어 보인다.

현재 ‘예술경영 컨설팅’ 역시 각 분야에 걸쳐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그 차이는 집약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다. 물론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편이 좋고 나쁨을 따지려 함은 아니다.

원론적으로 보면 ‘전파’라는 개념과 ‘공유’, 그리고 ‘확산’이라는 개념은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간 센터는 10년의 역사 동안 이런저런 지원을 통해 많은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잘 해왔다고 본다. 그러나 공유와 확산이라는 측면은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컨설팅 대상의 폭을 넓고 다양하게 가져가는 기존 방향을 유지하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집중적인 컨설팅을 통해 그야말로 컨설팅 효과를 높여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공유하고 경험을 확산시켜 나갈 수 있다면, 또 그 경험들이 여타 문화예술 단체와 기관에게 간접적으로라도 복제, 전수될 수 있다면 컨설팅의 본래 취지와 목적에 좀 더 부합하는 성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는 컨설팅 방식과 방법의 부분적인 변화를 통해서도 가능한 일이지만, 좀 더 진화된 방식과 방법으로서의 집중적인 컨설팅 모델에 대한 기대도 함께 해본다.

교육형 컨설팅에서 내가 늘 하는 말로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다.

“아무리 문화예술 단체라도 브랜드 파워를 갖기 전에는 ‘문화예술’이라는 단어는 형용사에 불과합니다.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문화예술 단체는 문화예술을 꽃피울 수도,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없습니다.”

센터와 컨설턴트, 그리고 참여 기관과 단체들이 ‘예술경영 컨설팅’을 통해 정말로 의미 있고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는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한다. 그저 바람이 아니라, 꼭 그렇게 되리라 여기면서 ‘예술경영 컨설팅의 미래 10년’을 위해 나 역시 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함께하겠다는 말을 덧붙이며 글을 마무리한다.

필자소개 필자소개
이경모는 LG그룹에서 홍보, 광고, 전략기획 업무를 시작으로,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 TBWA Korea 등에서 프로모션, 브랜드 전략 기획 일을, PR회사인 PRONE Creative & Lab에서 브랜드컨설팅 및 크리에이티브 업무를 했다. 동국대, 한신대 등에서 강의를 하는 한편, 현재는 Social Branding Group인 Incubator 대표로 일하고 있다. 2권의 저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프레젠테이션』, 『모든 아빠는 딸들의 첫사랑이었다』를 각각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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