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주도 문화예술과 관광자원 Ⅰ/[특집] 제주도 문화예술과 관광자원 Ⅱ/[특집] 제주도 문화예술과 관광자원 Ⅲ


현재 제주는 아주 핫한 곳이다. 관광객은 물론, 해마다 2000명이 넘는 이주자들이 몰려들며, 시골마다 있었던 빈집들은 새롭게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되고 있다. 땅값도 걱정스러울 정도로 오르고 있고, 건축 경기도 최고다. 제주도민들은 이제 상당히 열린 마음을 갖고 있으며, 교류와 새로운 접촉에 여유롭다. 오랜 세월 어둡고 침체된 근대의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이기도 하다. 관광만 보더라도 소위 성수기, 비수기의 구분도 희미해지고, 늘 여행객들이 북적인다. 한국인은 물론이거니와 중국인의 관광 양태도 단체에서 개인, 소규모로 진화하고 있다. 제주가 품고 있는 다양한 가치인 이국적 풍경, 올레 길, 생태 공간들이 갈수록 더 귀중해지고 있는 셈이다. 어떤 면에서 여행이 여행자의 삶을 반추해 보는 시간이라면, 제주는 지금 여기 한국 혹은 세계의 삶의 양태를 비춰 주는 하나의 거울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의 바람은 어떨까? 얼핏 보면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그렇게 눈에 띄는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적 규모의 비엔날레나 축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여느 한적한 지방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고 의례적인 행사들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최근 꾸준히 크거나 작은 흐름들이 만들어지면서 위, 아래로부터 문화적, 예술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전통적인 대형 공연이나 문화제, 정기 전시 외에도 자연농을 하러 온 젊은 농부들과 그들의 새로운 문화 활동들, 생태주의 건축가들 및 생태 예술가들, 심지어 젊은 히피들이 그들만의 소수적 흐름과 이질적 공간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문화 향유자들도 단순히 한국인만이 아니라 영어 교사 등 제주에 사는 많은 외국인들로 확장되는 추세다. 어딜 가든 약간만 들여다보면 작거나 큰 문화예술의 경험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흐름은 관광 양상의 변화, 시대 가치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제주도의 예술기관들과 단체들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의 흐름을 살펴보려 한다.


상업 공간의 흐름: 아라리오뮤지엄, 난타 공연장

먼저 상업 공간을 보자. 최근 제주시에 있는 침체되었던 영화관, 여관 등 상업 건물이 아라리오뮤지엄으로 재탄생했다. 현재 탑동시네마, 탑동 바이크, 동문모텔Ⅰ,Ⅱ 등 네 개 공간이 개관했다. 아라리오 뮤지엄 개관은 확실히 제주 문화예술의 흐름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먼저 컨템퍼러리 예술 및 방대한 현대 미술 컬렉션을 맛볼 수 있으며, 지속적인 특별전, 기획전 등을 볼 수 있다. 거기다 아라리오 뮤지엄이 원도심에 위치해 있어서, 최근 원도심 문화 활성화라는 흐름과 연관해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실제로 관람객이 조금씩 늘고 있고, 뮤지엄에 있는 카페, 레스토랑 등이 성업 중이어서 예술 경영적 측면에서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다만 관광객과 제주 시민들이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큰 게 아니어서 좀 더 강한 유인책과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난타공연장은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간이다. 중국 관광객 유치의 효자 상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공연장이다. 난타공연장을 운영하는 (주)제주피엠씨는 더 큰 규모의 공연장과 호텔 객실을 갖춘 <난타파크 조성사업>을 실시, 2016년 8월 착공될 예정이다. 내년에 더 큰 공연장이 오픈되면서 어떤 확장된 프로그램을 운영할지 기대해 본다.


모텔을 개조한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Ⅰ 제주에서 성공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난타 ⓒ제주피엠씨

▲ 좌) 모텔을 개조한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Ⅰ
우) 제주에서 성공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난타 ⓒ제주피엠씨


마을, 동네 예술 공간의 흐름

얼마 전 제주에 있는 ‘문화공간 양’의 김연주 큐레이터가 이동석 전시기획상을 수상했다. 공간 운영 3년 만의 작은 결실이다. 제주에는 현재 이러한 지역 기반의 예술 공간이 적지 않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지원하는 빈집프로젝트와 창작 공간 지원 프로그램에 탄력을 받아 ‘양’을 비롯해 덕천리 ‘아트창고’, 남원 하례리 ‘꿈꾸는 고물상’, 봉성리 ‘재주도 좋아’, 유수암리 ‘유수암 버스차부’, 저지리 문화예술창고 ‘탐라표류기’, 서귀포시 ‘서귀포 문화충전 빳데리’ 등이 만들어졌다. 이 외에도 제주시 빈 점포 임대 사업으로 만들어진 원도심의 10여 개 문화예술 공간들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각 공간들은 나름의 색깔로 지역사회와 지속적인 교류를 하면서 국내외 레지던시, 전시, 교육, 탐방, 마을 축제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예를 들어 ‘재주도 좋아’는 매년 비치코밍페스티벌을 열면서 바다 쓰레기를 이용한 아트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고, 제주시에 있는 아트세닉은 국제 레지던시를 진행해 생태 예술과 마을 영화 만들기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수도권에서의 대안공간 역사가 10년을 넘어서는 것에 비하면 아직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제주도 동서남북 곳곳 동네에 자리 잡아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아주 중요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소통을 위한 소통식, 혹은 단순 설치식의 마을 미술 프로젝트나 커뮤니티 아트를 벗어나 삶의 구체적인 주름들을 품어 나가는 모습은 별도의 주목을 요청한다.

반가운 소식 중의 하나는 원도심에 자리한 구 제주대학교병원이 제주문화예술재단 주재하에 (가칭)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로 거듭나 내년 6월에 공식 개관할 예정이라는 것. 규모는 지층, 지상 3, 4층 합쳐서 총 2,500㎡에 달한다. 레지던시, 창작스튜디오, 전시, 교육 공간 등을 갖춘 원도심 활성화와 거점 창작 공간의 역할로 새로운 플랫폼 역할을 할 예정이다. 지난달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는 <터와 길>이라는 주제로 파일럿 전시를 오픈했다.


꿈꾸는 고물상, 재주도좋아 활동 전경 꿈꾸는 고물상, 재주도좋아 활동 전경
문화공간 양과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 전시 오프닝 문화공간 양과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 전시 오프닝

▲ 위) 꿈꾸는 고물상, 재주도좋아 활동 전경
아래) 문화공간 양과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 전시 오프닝


축제의 흐름: 해비치 아트페스티벌, 국제실험예술제 외

제주는 축제의 섬이라 할 정도로 사시사철 축제들이 많다. 특이한 것은 그것이 앞서 말했듯 대규모는 아니라는 것, 하지만 곳곳에 편재한다는 게 나름의 색과 재미를 갖고 있다. 여기서 그것들을 모두 나열할 수는 없고 주목할 만한 몇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규모나 지속성 면에서 작지 않은 페스티벌은 단연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이다. 올해로 8회째다. 한국 문화예술회관연합회, 문화예술위원회, 제주도가 공동 주최하고 제주 관광과 지역 문화의 연결 및 공연예술 유통과 문예회관 활성화를 모색하는 아트 페스티벌로 문화예술계 시상부터 아트마켓 운영, 다양한 참여 마당을 제공하면서 제주의 대중적인 축제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좀 더 예술적인 축제를 들라고 한다면 서귀포에서 진행되는 올해로 14회를 맞이한 제주국제실험예술제를 들 수 있다. 매년 영미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 40여 명이 거리 퍼레이드에서부터 퍼포먼스, 워크숍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예술제가 거리, 시장, 관광지 등으로 파고들면서 대중적인 면모를 자연스럽게 띠게 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 하겠다. 이 외에도 호텔 대동을 중심으로 원도심 여관 길 곳곳에서 진행되는 청년 미술시장을 위한 <제주아트페어>나 제주시민회관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제주국제아트페어>는 야심 찬 예술 축제로서 그 미래적 행보가 기대되며, 실질적인 미술시장의 형성을 위한 다각적인 협력과 노력이 돋보인다.


제8회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 개막식 전경 ⓒ해비치 아트페스티벌 제주국제실험예술제 2015 횡단보도 퍼포먼스 ⓒjieaf2015

▲좌) 제8회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 개막식 전경 ⓒ해비치 아트페스티벌
우) 제주국제실험예술제 2015 횡단보도 퍼포먼스 ⓒjieaf2015


제주도의 문화예술 흐름은 상당히 다양하다. 제주는 마치 푸코가 말하는 헤테로토피아(이질적 장소성)와 같다. 축제의 형식도 지속성의 형식을 띠는 오래된 전통 의례, 굿에서부터 일시성의 형식인 예술 축제 등 다양한 이질-시간성을 품고 있고, 예술 공간들 또한 세포막처럼 일종의 열림과 닫힘의 독특한 체계로서 저마다 독특한 흐름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이질성들을 동질화해서 평평하게 만들고 중심 주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증식하도록 만듦으로 인해, 얼마나 더 큰 폭의 공명과 어울림, 공존의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감과 공명이 발산하는 강도와 폭에 따라 다양한 예술적 가치가 그에 상응하는 다양한 대중과 만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 참고링크
[핫&이슈] 제주 문화예술의 현황과 제언 - ‘제주, 예술과 영감의 섬’, 총체적 디자인이 필요하다.
[이.상.공간] 제주 가시리창작지원센터 - 삶의 현장과 현대 예술의 만남
[현장+人] 이상철 제주국제관악제 집행위원장 - 제주의 바람, 음악으로 화(和)하다


백용성 필자소개
백용성은 철학자, 문화연구자이며 2015년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CON)TEMPORARY OSMOSIS 미디어페스티벌 한국큐레이터 등 독립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2년부터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문학연구소가 발간하는 새로운 세계문학 잡지 『바리마』 편집위원이며, 2012년부터 3년간 안산 원곡동에 위치한 대안공간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 디렉터를 역임했고,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공저 『동서양의 문명과 과학적 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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