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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다방 ‘꿈꾸는 은하수’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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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에 생긴 이야기터
전통시장은 늘 부산하고, 시끄럽다. 마땅히 쉴 곳도 없으니 빨리 장을 보고 돌아갈 생각뿐이다. 인천 신포동에 위치한 전통시장인 ‘신포시장’도 마찬가지로 마땅히 쉴 만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2012년 10월, 그런 신포시장 안에 쉬어갈 수 있는 짭짤한 다방이 하나 들어서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바로 문화다방 ‘꿈꾸는 은하수’이다. 신포시장 안쪽 골목에 위치한 이 다방은 말 그대로 시장 사람들의 참새방앗간이다. 시장 공중화장실 앞에 놓인 골목 다방이다. 연녹색 페인트 빛깔이 파릇파릇 돋아난 벽체와 붉은 문짝의 대비는 문화다방 주인인 윤혜경 대표의 열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신포시장’은 우리나라를 근대화로 이끈 인천의 개항기에 만들어진 서구식 근대시장으로 역사적, 문화적 보고이다. 그러나 현대화에 내몰려 신포시장 역시 다른 재래시장처럼 쇠퇴하고 있었다. 그런 시장에 지역 젊은이들이 함께하면서 새로운 변주를 시작하고 있다. “처음에 ‘문화다방’이라는 상호를 중구청에 등록하러 갔어요. 그런데 담당 공무원이 ‘다방‘이라는 낱말은 상호 등록을 할 수 없다는 거예요. 사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문화다방‘ 대신 ‘꿈꾸는 은하수’라는 상호로 등록을 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여기 시장에서는 문화다방으로 불리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죠.” 2012년 사회적기업으로 출범한 문화다방 ‘꿈꾸는 은하수’의 윤혜경 대표는 상호등록의 비화를 얘기하며, 경직된 행정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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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예술을 나누는 모두의 다방
문화다방 ‘꿈꾸는 은하수’는 신포시장의 작은 골목길 안에 위치해 있다. 신포시장의 명물 ‘칼국수집’과 ‘민어집’ 사이 연둣빛으로 칠한 1층, 2층은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 카페로 운영하고, 삐걱거리는 계단으로 연결된 3층은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다. 아직도 개항기의 흔적들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신포시장’의 정체성이 젊은이들의 새로운 감각과 만나게 되었다. 문화다방 ‘꿈꾸는 은하수’에는 생선 파는 할머니도 잠깐 앉았다 가시고, 술꾼 정육점 사장님도 해장 커피로 달래며 이런저런 역사를 읊고 가신다. 장 보러 온 시민들은 신기한 문화다방의 풍경에 유쾌한 수다를 한없이 떨고 간다.
문화다방에서 수다로 만난 지역의 젊은 작가들과 활동가들이 모여들고 1년 동안 많은 수상한 의견들이 모아져 벼룩시장, 전시, 음악, 버스킹 등이 이뤄졌다. 문화다방에 함께 신설한 ‘홍예문컴퍼니‘라는 기획팀과 여러 활동을 펼쳐왔는데, 3월에는 ‘Mutual(뮤추얼)‘이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기획하였다. 원도심과 신도시의 상호 연관성을 고찰함과 동시에 작가와 감상자와의 관계 역시 보여주었다. 상호간에 일어나는 다양한 요소들을 포착하는 것이 주제이므로 전시의 전개 또한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계기와 장으로 삼았다. 작은 규모의 전시지만, 지역발전에 공헌하고 모두가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본다는 의미에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준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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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다방 ‘꿈꾸는 은하수’의 내부 모습 |
5월에는 ‘여밈-친구를 향한 관심 어린 행동과 따뜻한 마음’을 위한 만남의 장이 이루어졌는데, 행복한 학교를 통한 따뜻한 유년을 꿈꾸는 어린이, 청소년 아티스트 47명과 함께 학교폭력, 왕따, 청소년 자살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안데르센 동화를 소재로 일러스트레이션과 한글 타이포그램으로 표현한 티셔츠 등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함께 들여다본 학교 폭력, 왕따, 무관심이라는 무서운 현실을 청소년들의 손과 동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며 진심으로 공감하게 된 것이 이 행사의 큰 수확이었어요. 이 전시는 전국 투어를 준비 중입니다.”
지난 2월에는 일본에서 온 사진작가 노리코상과 ‘두부퍼포먼스’를 통해 시장을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다. 아트플랫폼 1기 입주 작가였던 노리코상은 관객과 함께 두부를 만드는 과정과 두부를 통해 함께 소원을 나누고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우리가 함께 연결되어 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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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방앗간, 세월의 방앗간
신포시장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즈클럽 ‘버텀라인’, 복합문화예술 매개공간 ‘인천아트플랫폼’, 청년조직체 ‘청년플러스’와의 연계 사업을 통한 콘텐츠의 다양한 구현으로 시장은 젊어지고 있고, 시장이라는 대중적 삶과 그에 도전하는 작가들의 활동이 ‘제물포구락부’ 시대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버려진 공간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이라는 특성에서 만들어지는 버려진 공간의 재구성을 통해 인천 정체성의 키워드를 찾아내고 있다.
“지금 인천 지역은 구도심과 신도심 사이에서 많은 갈등들이 생기고 있는데, 그것 또한 신도시로 떠나는 젊은 세대와 구도심에 남겨진 외로운 노인 세대 간 단절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갈등 또한 그렇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다방이라는 한물간 공간을 통해 새로운 모색을 젊은 활동가들과 하려고 합니다. 때로는 촌스러운 지난 기억들이 신세대들에게는 신세계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런 의미를 환원하는 매개역할을 문화다방이 하려고 합니다.”
오는 10월 1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문화다방 ‘꿈꾸는 은하수’는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다. 재래시장의 낙후된 곳들을 찾아 젊은 작가들과 리모델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시장 상인들의 기대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어 역사적 장소로서 ‘신포시장의 스토리텔링’이 준비되고 있다. 그동안 방치되었던 상가 옥상을 ‘하늘텃밭’으로 조성하는 사업 또한 진행 중인데, 이 또한 수다방인 문화다방에서 구상된 사업이다.
시장이 돈만 벌기 위한 상인들과 필요한 물건을 단지 싸게 사려는 손님과의 냉정한 거래만이 존재하는 곳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시장은 꿈을 꾸는 문화다방이다. 신포시장에 자리 잡은 문화다방 ‘꿈꾸는 은하수’는 삶에 기반을 둔 생활 문화가 지역의 이야기를 생성하는 예술로 거듭나기 위해 사람들과 어떤 거래가 필요한지를 구현하는 세월의 방앗간이다. 이야기를 쌓고, 아이디어를 짜고, 으깨서 낯설지만 맛난 고사떡으로 ‘신포시장’ 사람들의 기원이 쑥쑥 타오르기를 기대한다.
사진제공_홍예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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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윤미경은 인천 출신으로 인천책 전문 출판사 ‘도서출판다인아트’를 운영하며 동네에 남겨진 많은 이야기들과 사람들에 귀 기울이고 있다. 인천의 대표적 헌책방 골목인 배다리에서 ‘한점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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