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 애들레이드
|
연방선거를 3개월 앞둔 지난 6월 국무총리가 전격 교체된 충격적인 정치권 뉴스에야 비할 수 없겠지만, 호주의 문화예술계 역시 ‘격동의’ 상반기를 보냈다. ‘창조국가(Creative Nation)’에 이어 20여 년 만에 야심 찬 국가 차원의 문화정책 ‘창조 오스트레일리아(Creative Australia)’를 발표했으며, ‘아시아의 호주예술’ 어워드(The Australian Arts in Asia Awards)를 새로이 제정해 아시아 국가와의 생산적 협업관계 강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호주예술위원회 역시 호주 출신의 예술가와 예술기관들이 국내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매뉴얼을 구축하여 선보이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문화예술을 통한 경제적 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지금 시점에서 이러한 국가, 정부 차원에서의 활기찬 변화는 각 주, 도시 단위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문화예술이 자원인 도시
인구 1백만 명 남짓인 애들레이드는 남호주의 주요도시이다. 공항에서 시내 중심부까지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아담한 도시지만, 3년 연속 호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선정된 저력 있는 지역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애들레이드 페스티벌(Adelaide Festival)’, 애들레이드 프린지와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가 주최하는 ‘애들레이드 카바레 페스티벌(Adelaide Cabaret Festival)’, ‘오즈아시아 페스티벌(OzAsia Festival)’ 덕분에 축제의 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사실 애들레이드는 이들 축제 기간을 제외한 시기에는 저녁 내내 거리에서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작고 조용한 도시다. 시드니, 멜버른과 같은 대도시들에 비해 내세울 만한 인프라와 관광자원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애들레이드에서 만들어진 문화예술자원은 도시 경제를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 예로 애들레이드 프린지의 경우, 올해 기준으로 전년대비 34% 증가한 $64.6m(6460만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남호주 정부의 ‘아츠 남호주(Arts SA)’는 동시대 음악, 장애인 예술, 원주민 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를 빈틈없이 지원하며 지역 예술가들을 발굴하여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예술발전기금, 공공예술기금 그리고 커뮤니티 프로그램/이벤트 기금의 세 개 부문에서 예술가와 예술단체들을 지원하는 애들레이드 시 자문위원회가 다채롭고 창조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견고한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

▲ 활기찬 도시 만들기 관련 안내문

▲ ‘스플래시 애들레이드(Splash Adelaide)’ 야시장 풍경
|
문화예술을 통한 애들레이드 경제 활성화
문화예술자원을 앞세워 창조도시 대열에 합류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 모색이 한창인 가운데 지난 4월, 애들레이드를 대표하는 문화, 예술, 관광, 교육, 운송, 소매업 등 각 분야의 리더들이 모여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애들레이드의 이브닝 경제활성화(Growing Adelaide’s Evening Economy)’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포럼이 콕 집어서 애들레이드의 ‘이브닝 이코노미’를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긴 했지만, 이러한 전반적인 도시 활성화 움직임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남호주 정부가 채택한 7가지 우선 전략에서도 ‘활기찬 도시 창조(Creating a Vibrant City)’가 가장 우선순위에 랭크될 정도로 도시 활성화는 남호주 전체의 사활이 걸린 핫이슈였다. ‘스플래시 애들레이드(Splash Adelaide)’는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기획된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2011~2012년 시즌부터 도시 곳곳에서 야시장, 야외영화 상영회, 스케이트 타기, 야외 음악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첫 해 시범사업에 대한 성공적인 평가에 힘입어 올해 사업에는 $1m(100만 달러)의 예산이 배정되었다. ‘스플래시 애들레이드’의 일환으로 애들레이드 프린지와 맞물려 진행된 ‘스트리트 파티(Street Party)’는 거리 곳곳에서의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토대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애들레이드 시 자문위원회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구체적인 행사 내용을 소개하며 시민들의 참여를 북돋웠으며, 행사 지역 주변에 위치한 카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외식을 권장하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오후 5시만 되면 대다수 상점들이 문을 닫는 환경에서 이브닝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발상은 어쩌면 앞뒤가 잘 들어맞지 않는 것 같지만, 그만큼 그 (경제적) 가능성에 거는 기대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

▲ ‘하우스라이츠(Houselights)’가 진행 중인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
|
이브닝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동력 역시 문화예술자원
한 가지 흥미로운 포인트는, 이 포럼에서 활성화해야 할 저녁 시간대를 ‘이른 저녁’(오후 5시~8시)과 ‘늦은 저녁’(오후 8시 이후부터)으로 나누어 세부적으로 분석한 점이다. 먼저 이른 저녁 경제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7시 이후에 뜸해지는 대중교통, 변화에 대한 문화적 저항, 주차장 시설의 제한적 운영 등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걸어 다니며 돌아보기에 적합한 환경, 교육 도시답게 높은 학생 인구, 소규모 바와 같이 라이브 음악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의 성장 등은 도시의 저녁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가능성으로 꼽혔다. 한편, 늦은 저녁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데에 있어서는 로컬 밴드, 건물 외부의 혁신적인 조명·예술과 같은 보다 예술적인 관점에서의 가능성이 거론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가 건립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한 ‘하우스라이츠(Houselights)’는 참고할 만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여러 각도로 이루어져 있는 납작한 모양의 흰색 지붕 위에 화려한 색감의 공연 이미지와 함께 사운드를 재생하는 ‘하우스라이츠’는 어둠이 내린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눈길을 끌었다. 또 하나의 핵심 동력으로는 일 년 내내 축제를 고르게 분포시킴으로써 활성화를 고조시키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애들레이드 페스티벌/애들레이드 프린지’ 2~3월, ‘컴 아웃 페스티벌’ 5월, ‘애들레이드 카바레 페스티벌’/‘카바레 프린지 페스티벌’ 6월, 국제 기타 페스티벌 8월, ‘오즈아시아 페스티벌’ 9월, ‘게이/레즈비언 커뮤니티 페스티벌’ 11월 등 축제 일정은 이미 안정적으로 세팅되어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일 년 내내 균형 잡힌 ‘축제 효과’를 거두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도시가 가진 모든 문화예술자원을 총동원하여 도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애들레이드의 도전 과정은 향후 몇 년간 흥미로운 관찰 및 참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_최보미
관련사이트
호주예술위원회 Australia Council for the Arts
아츠 남호주 Arts SA
애들레이드 수도위원회 Capital City Committee Adeleide
애들레이드 시 자문위원회 Adeleide City Council
|
|
|
 |
필자소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하이서울페스티벌 등 공연예술축제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등 문화예술 관련 기관에서 일했다. 현재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호주예술위원회가 공동주관한 2012~2013 한-호 커넥션 공연예술 인턴으로 호주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이메일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