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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림문화재단(이사장 하정웅)이 9월 7~8일, 서울 북촌 일대에서 ‘북촌뮤직페스티벌2013’을 개최했다. 풍문여고에서 정독도서관으로 이어지는 ‘감고당길’을 비롯해 각종 갤러리와 전통 공방, 도서관, 카페, 게스트하우스, 사무실 등을 활용해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선보였다. 2009년, 고(故) 김희수 초대 이사장이 설립한 수림문화재단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임방울국악제’, 타악 앙상블 ‘소나기 프로젝트’ 등을 후원해왔다. 전통문화 계승과 발전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비친 그들답게 ‘북촌뮤직페스티벌2013’은 전통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북촌뮤직페스티벌2013’ 라인업 전면에는 대금 명인 원장현과 판소리 명창 채수정, 민요 명창 송은주 등 국악계 스타들이 나섰고, 작곡가나 프로듀서로서도 이름난 피아니스트 양방언, 젊은 소리꾼 놀애 박인혜도 이름을 올렸다. 또한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 박재록의 프로젝트 밴드 앰비언트 월드(Ambient World)와 크로스오버뮤직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밴드 잠비나이(Jambinai), 서아프리카 전통 타악과 아프리칸 댄스를 선보이는 그룹 포니케(Fonike) 등 총 16팀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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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갤러리에서 판소리 공연 중인
놀애 박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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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에 음악을 더하다
유행처럼 늘어나는 뮤직페스티벌들 가운데 ‘북촌뮤직페스티벌2013’은 이제 겨우 2년차 새내기다. 공교롭게도 ‘북촌뮤직페스티벌2013’을 사이에 두고 한 달 전과 후 개최되는 ‘2013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 ‘2013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과 비교하자면, 두 가지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라인업이 암시하듯 명칭에 ‘록’이나 ‘재즈’ 같은 특정 장르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과 서울 도심에서 열린다는 것이다. 해마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축제, 뮤직페스티벌의 홍수 속에서 ‘북촌뮤직페스티벌2013’은 이름이 알려주는 개최지에서 특색을 취했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자리한 ‘북촌’은 조선시대 왕족과 사대부가 살던 지역으로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규모나 형태는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까지 1,200여 채 한옥이 밀집해 언제나 국내외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옥 외에도 각종 미술관과 박물관, 공방이 매일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촌에서 ‘북촌뮤직페스티벌2013’이 할 수 있는 일, 아니 해야 할 일은 단순했다. 북촌에 음악을 더하는 것, 북촌에 어울리는 음악을 더하는 것이었다. 개막에 앞서 만난 장재효 예술감독은 “북촌에는 한 가지 빠진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이고 ‘공연’이었다”라고 말했다. ‘북촌뮤직페스티벌2013’의 시발점을 짐작케 하는 발언이다. 물론 그가 그렇게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북촌에서는 ‘공연장’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 사실이 ‘북촌뮤직페스티벌2013’에 독이 아니라 약이 됐다. 북촌이라는 독특한 도시공간뿐 아니라 그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찾아낸 일반적이지 않은 공연공간, 그 중에서도 한옥은 전통음악이라는 콘텐츠를 담아내기에 어느 공연장보다도 적합한 그릇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애써 무대를 만들거나 꾸밀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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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고당길에서 버스킹을 즐기는 인디밴드
‘패닉스위치’와 거리의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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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 편하게, 깊숙이 북촌을 즐기다
‘북촌뮤직페스티벌2013’은 가깝다, 편안하다, 깊숙하다 등의 뜻을 가진 ‘밀(密)’을 주제로 열렸다. 그 의미가 프로그램 면면에서까지 고르게 두드러지지는 않았으나, 축제를 즐기는 방법은 그에 걸맞게 제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음악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여행이나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을 다른 두 페스티벌의 장점으로 꼽는다면, ‘북촌뮤직페스티벌2013’의 장점은 무더위에 지쳐있던 도시인들이 멀리 나서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또한, 모든 공연이 무료였기에 가족, 연인, 친구 등과 북촌 나들이를 왔던 이들이 우연히 관객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창작집단 멀쩡한소풍이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선보인 리딩씨어터 <월하정인>에서는 관객이 배우들과 대사를 읽으며 연기를 하기도 했다.
감고당길에서는 이틀간 오후 내내 인디밴드들의 거리 공연이 이어졌는데, ‘북촌뮤직페스티벌2013’이 공모한 인디밴드 12팀 외에도 다양한 뮤지션이 하나둘 악기를 메고 나와 북촌 곳곳에 음악을 더했다. 이는 축제를 즐기는 그들만의 방법이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물론 공연을 보던 몇몇 관객은 자연스레 그들까지 ‘북촌뮤직페스티벌2013’ 아티스트로 오해하고 돌아가기도 했을 테지만 말이다. 그러나 ‘북촌뮤직페스티벌2013’의 9개 공연 공간 중 거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입장 가능 인원이 적게는 30명, 많게는 80명 정도다. 따라서 한 공연을 많은 관객이 관람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물론 연주자들의 손짓이나 몸짓을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북촌뮤직페스티벌’은 수림문화재단이 작년에 시작해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인 젊은 축제다. 지난해에 비해 참가 아티스트와 공연공간이 대거 늘었다. 시간이 겹쳐 어쩔 수 없이 관람을 포기해야 하는 공연이 발생한 점이나 공연공간이 곳곳에 퍼져 있어 많은 공연을 보려면 축제 기간 내내 북촌을 열심히 걸어 다녀야 한다는 점이 누군가에게는 문제점이 될 수 있다.그러나 전통과 현대, 삶과 예술이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공간 북촌을 이해하고, 그곳에 걸맞은 콘텐츠를 더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북촌뮤직페스티벌’의 내년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사진제공_수림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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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지현은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활동했다. 이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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