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의 공연예술을 가늠해본다
최윤우_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이다. 숨 가쁘게 달려온 만큼 여전히 마무리해야 할 일정들이 많이 남아 있기도 하지만, 조금은 다른 호흡으로 뒤를 돌아보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설렘과 기대가 공존하는 시절이기도 하다. 공연예술계도 마찬가지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사회문화적 이슈들이 가득했던 2013년을 뒤로 하는 지금, 공연예술현장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2014년을 예측해보는 자리가 있었다. 1년간 각각의 영역에서 진행된 공연예술계 동향을 읽고 그 흐름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그려보는 기회로 마련된 ‘2013 예술충전 컨퍼런스’다.
지난 12월 17일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 3층에서 ‘2013 예술충전 컨퍼런스’가 열렸다. ‘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컨퍼런스는 세션1 ‘공연편’, 세션2 ‘미술편’으로 구성, 한 해 공연예술 및 미술시장의 흐름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공연편’에서는 크게 5개의 테마로 발제가 이어졌다.
|
|
공연예술환경의 주요 이슈들
이승엽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2013년 한 해 동안의 공연예술시장의 동향과 흐름을 최근 10년 간의 공연예술 환경 변화를 통해 들여다봤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올해까지 시장의 변화를 공연시설, 매출현황을 중심으로 그려본 그는 주요한 동향 중 하나로 ‘시장의 니즈가 하드웨어를 구축한 뮤지컬전용극장 시대’의 의미를 되짚었다. 또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공연시설, 공연단체, 공연기획제작사가 느끼는 공연예술시장의 체감온도 추이를 통해 예술현장과 유리된 공연예술환경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진 발제는 공급과 매개, 소비, 정책과 제도로 세분화하여 공연예술환경의 주요 이슈들을 짚었다. ‘공급과잉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첫 발제를 시작한 이혁찬 설앤컴퍼니 이사는 공급과잉의 의미와 기준, 그리고 공급과잉을 조장하는 환경적 요인들에 주목했다. “장기공연을 허락하지 않는 극장운영방식 및 유통시스템의 문제, 마니아층으로 집중돼 있는 관객층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신작 제작 현상, 시장의 성장과는 달리 관객층을 넓히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공급과잉의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같은 주제로 발제한 김의숙 한국공연예술센터 공연기획부장은 2013년 한국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된 연극, 무용 다원예술의 초연, 재연 제작 비율과 2014년 대관 신청 현황을 통해 공연예술시장의 변화를 들여다봤다. 특히 베이비드라마, 체험공연, 생애주기별 관객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나 여행, 힐링,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 등 이전보다 다양한 소재와 형식의 변화가 눈에 띈 2013년의 공연제작환경에 주목했다.
|


▲ ‘2013 예술충전 컨퍼런스’ 개회 선포하는 정재왈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2013년 주요 이슈 기반 자유토론 및 2014년 전망’ (공연편)을 논의하는 시간
|
공연예술 ‘매개’ 주체의 현실
김서령 문화역서울 284 프로듀서와 오성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축제감독은 공연예술의 매개 역할과 관련한 발제를 이어갔다. 시민예술의 확대, 창작공간 활성화, 일상 속 예술, 문화예술교육의 확대, 창작형식의 진화라는 5개의 키워드로 한 해를 돌아본 김서령 프로듀서는 “공연예술을 즐기는 자발적 참여자들(시민)의 증가가 갖는 힘이 있다”라는 시사점을 남겼으며, 구의취수장 같은 유휴 공간을 활용한 창작 공간 등이 공연예술의 매개 역할로 이어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젠, 얘기할까요? 축제경영’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이어간 오성화 감독은 축제경영과 예술적 리더십, 축제 조직과 예술감독, 경영 리더십 등 최근 축제 운영 현상에서 드러나는 구조적인 문제로 이야기를 확장시켰다. 축제와 작품 공급의 불균형, 예술가를 발굴해야 하는 축제의 목적과 비전을 상실해가고 있는 현실, 축제 조직을 가장 먼저 꿈꿨던 예술경영인들이 하나둘 그 꿈을 접고 있는 이유와 현상에 대해 꼬집었다.
소비측면으로 바라본 공연예술시장의 흐름은 안성아 추계예술대학교 교수가 짚었다. 뮤지컬 시장의 성장과 함께 연극, 클래식 등 인접 장르의 동반 성장세, 20~30대 집중돼 있던 관객층이 40대로 확장된 변화, 창작과 대형프로젝트와의 양극화 현상을 데이터를 통해 분석했다. 특히 연극과 뮤지컬, 클래식, 음악 등 세부 장르별로 서로 다른 관객 특성, 세대별 관객 분포 및 소비 성향 등을 통해 “관객 성향을 파악하는 지속적인 시도가 마케팅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라는 시사점을 남겼다.
|
|
공연예술의 오늘과 내일
정책과 지원제도 측면에서는 최근 10년간 진행된 문화예술정책 변화와 흐름을 통해 2014년의 제도적 변화를 전망했다. 각 정부의 문화예술정책기조에 따라 달라진 정책의 흐름과 주요변화를 짚어보고 2010년부터 강화된 간접지원 시민예술 향유 증대가 앞으로도 주요한 정책기조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문화기본법 제정 등으로 강화된 예술인 문화 복지, 크라우드 펀딩 등 문화예술지원 기금조성의 변화, 그리고 문화예술협동조합 설립 등 단체운영방식의 변화를 주요 이슈로 전망했다.
약 200여 명의 예술경영인들이 참석한 이날 컨퍼런스는 2013 국내 공연예술시장 및 환경의 변화를 통해 한 해 공연예술계 흐름을 훑어보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할 수 있겠다.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 과연 공연예술 환경은 어떤 변화와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가를 되짚어보는 것은 또 다른 내일을 계획하고 실현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치적 증가와 확장만큼 체감온도가 다른 예술현장의 현실적 어려움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내년 이맘때 다시 열릴 컨퍼런스에서는 이러한 아쉬움이 상쇄돼 공연예술시장 확대가 예술현장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한 해였음을 짚어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
참고자료
「2013 공연예술 실태조사(2012년 기준)」
|
 |
필자소개
최윤우는 월간 (한국연극) 편집팀장을 역임했으며 주요 공연예술매체에서 칼럼 및 필자로 글을 쓰고 있다. 웹진 (연극人) 편집위원 및 공연예술정책 분야를 중심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사)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
|
|
|
미술시장의 속살들
김재석_[아트인컬쳐] 기자
지난 12월 17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마련한 ‘2013 예술충전 컨퍼런스’가 열렸다. ‘미술시장’을 중심으로, 올해 한국미술계의 흐름과 향후 변화를 예상해보는 자리였다. 패널 4명은 각자 미술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장과 문화예술정책, 작가와 갤러리, 경매와 아트페어의 관계와 역할은 무엇인지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

▲‘화랑 시장’에 대한 발제를 맡은 홍경한 편집장
▲▲2013년 주요 이슈 기반 자유토론 및 2014년 전망(미술편)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
|
미술시장의 확장 혹은 축소
최창희 감성정책연구소 소장은 ‘숫자로 살펴보는 미술시장 동향’을 주제로 한국 미술시장 구조가 어떤 변화를 거쳐 왔는지 추적했다. 2000년 중후반을 기점으로 급성장한 한국 미술시장은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에 발맞춰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최 소장은 2007년 호황 이후 급속하게 냉각된 미술시장이 2009년 이후 점차 회복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 미술시장의 규모는 약 4,500억 정도. 그는 시장의 규모가 “떡볶이 시장보다 규모가 작다”고 지적하며,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벌어진 한국 미술시장의 역학관계 변화를 살폈다. 한국 미술시장의 전체 규모는 화랑, 경매사, 아트페어 등이 차지하는 주요 유통 영역이 80%를 점하고 있다. 건축물 미술품이나 미술관, 미술은행 등 공공 영역은 20% 내외. 주요 유통 영역에서는 화랑, 경매회사, 아트페어 순이다. 특히 경매회사는 2010년 14. 3%(600억 원)에서 2011년 20.4%(800억 원)로 성장한 이후 꾸준히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강세를 유지하던 화랑의 실적은 2011년 이후부터 주춤하고 있다. 최 소장은 그 이유 중 하나로 화랑 운영의 전문성 부족을 꼽았다. 공공 영역도 감소 추세에 있다. 건축물미술장식법 계정, 미술은행과 미술관의 작품 구입이 줄어 든 결과다. ‘숫자’와 미술시장의 뗄 수 없는 관계를 살핀 그는 미술시장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미술시장을 꼼꼼하게 분석한 자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 믿을 만한 미술시장 자료는 2009년부터 실행한 ‘미술시장실태조사’가 유일하다.
[경향 아티클] 편집장 홍경한은 ‘미술시장 침체, 누구 탓할 것 없는 화랑’이란 주제로, 미술계 내부의 성찰을 촉구했다. 미술품 양도세 부과, 비자금 의혹 사건, 경제 불황 등을 시장 왜소화의 주원인으로만 지적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미술계 내부의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보자는 것. 그는 한국 미술시장 악순환의 이유로 2000년대 중반 이후 미술계의 주도권을 잡은 화랑을 지목했다. 미술품 상품화 현상이 가중되고, 새로운 시각과 비전을 제시하는 미학 담론이 형성될 자리는 좁아 졌다. 작가들은 소위 ‘잘 팔리는 작품’을 제작하기 바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와중에 경제 불황이 찾아오자 미술시장의 각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외국 화랑이 줄줄이 국내 시장을 떠났고, 미술시장의 양극화는 극심해졌으며, 시장을 움직이는 컬렉터는 종적을 감췄다. 홍 편집장은 한국 미술시장의 핵심인 화랑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다양한 전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또한 큐레이터나 갤러리스트와 같은 전문 인력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장치가 시급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
이날 컨퍼런스에는 문화예술 기획경영 분야 종사자 및 예비인력들이 참석했다
|
경매시장의 추세와 아트페어의 다변화
에이트인스티튜드 대표 박혜경은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과 아트컬렉션’을 주제로 경매시장의 최근 동향을 살폈다. 세계 미술품 경매 기록을 갱신한 에드바르트 뭉크, 프랜시스 베이컨, 제프 쿤스, 앤디 워홀, 게르하르트 리히터, 마크 로스코 등의 경매 기록을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미술품 경매가가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며,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를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2년 5월 2일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1억 1,992만 달러(약 1,286억원)에 낙찰된 뭉크의 <절규>를 꼽을 수 있다. 박 대표는 뭉크의 작품이 이렇게 높은 가격을 형성할 수 있던 데에는 미술계의 다양한 요소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작품에 뒷면에 남은 작가의 친필, 작품을 최종 낙찰 받은 컬렉터의 컬렉션 특징, 작품의 희소성, 경매사의 작품에 대한 홍보와 교육 활동 등이 시너지 효과를 만든 것. 박 대표는 동시대 경매의 추세로 컨템퍼러리 아트에 관한 열띤 관심을 꼽으며, 한국미술의 중요한 걸작이 아직 경매시장에 10%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경매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스페이스비엠 대표 이승민은 2013년 아트페어의 현황을 살피며 시장에서 아트페어의 역할을 역설했다. 그는 좋은 아트페어의 조건으로 "퀄리티가 있는 생산자(작가)의 좋은 작품", "엄선된 갤러리", "심미안을 지닌 컬렉터"를 언급하며, “이들의 상호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아트페어의 퀄리티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소위 ‘세계 3대 페어’로 일컬어지는 스위스 아트바젤, 프랑스 피악(FIAC), 런던 프리즈(Frieze) 등의 역사와 특성을 소개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페어인 KIAF의 문제점으로 해외 유수의 페어가 갖는 정체성, 즉 KIAF만의 색깔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트페어를 "철저한 그림 비즈니스"라고 설명하며, 주최 측이 부딪히는 딜레마가 페어의 질적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부스비로 유지되는 아트페어가 화랑의 질적 관리에 실패하면서 군소화랑들의 집합잔치가 되는 폐단이 생긴 것. 이를 타계하기 위한 국내 아트페어의 다양한 움직임도 소개했다. 국내외 최고 갤러리를 초청해 고급 아트페어라는 차별성을 지향하고, 컬렉터를 위한 다양한 VIP 서비스를 제공하는 G-Seoul, 아트페어의 정체성 없음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게릴라성 아트페어인 FLAT 아트페어가 대표 사례로 제시됐다.
모든 패널의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한 한 관객이 패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같은 질문자는 미술관이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방법은 무엇이냐고도 물었다. 미술시장은 물론 미술계 전반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일반 관객 입장에서는 그런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어느 정도 물꼬를 트는 계기처럼 보였다. 모듈레이터 정준모가 지적한 대로, 현재 한국 미술시장이 직면한 문제점을 공론하는 것은 물론 미술시장을 둘러싼 미술계 내외부의 시각차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
|
|
 |
필자소개
김재석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미술월간지 [아트인컬처] 기자로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계원예술대학교 강사로 활동 중이다. 원광대 문예창작학 및 고고미술사학 복수전공, 서울대 미술대학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수료했다. 『DT2(현대 디자이너와 미술가를 위한 메소드』 등 미술관련 서적의 편집을 맡았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