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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으로서의 예술 마케팅
[해외논단] 「공익연계마케팅-예술에 적용가능할까?」(2004)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 Management 혹은 Customer Relation Marketing, CRM)는 고객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생애 가치를 극대화하는 마케팅 관리 기법이다. 요사이 우리 문화예술계에서도 CRM은 관객 개발을 위한 중요 기법으로 인식되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편 같은 약자를 가졌으면서도 전혀 다른 개념의 마케팅 기법이 있다. 바로 공익연계마케팅(Cause Related Marketing(CRM), 대의마케팅, 공익연관마케팅으로도 번역할 수 있다)이다. 공익연계마케팅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구매 욕구를 공익과 관련시켜 자극함으로써 창출되는 마케팅 활동을 이르며 주로 미국, 영국, 호주 등지에서 활용되는 마케팅 기법이다. 우리의 경우는 기업의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이자 문화마케팅 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객들의 특정 상품 구매와 특정 기부를 연결함으로써 자사 제품의 브랜드와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유방암재단 기부, SK의 소액기부서비스 ‘아름다운 통화’ 등을 예로 들 수 있다.(「윈윈전략으로서의 사회공헌활동 현황과 시사점」, 최숙희, 삼성경제연구소, 2004 참고
공익 매개, 기업과 비영리단체의 공동마케팅
스폰서십, 기부활동과는 달라
공익연계마케팅의 역사적인 순간은 1983년이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세계적인 예술품인 자유의 여신상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AMEX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일부 금액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모금된 금액은 2003년 12월부터 2004년 1월까지 170만 달러로, 이 사례는 공익연계마케팅의 효시이자 최초의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공익연계마케팅은 기업이 영리적인 활동을 벌일 때 비영리단체(NPO)와 파트너십을 맺어 상호호혜를 꾀하는 마케팅 활동 혹은 비영리단체가 영리활동을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활동의 의미한다.
디킨대학의 조교수인 히스 맥도널드는「공익연계마케팅-예술에 적용 가능할까?」라는 소논문을 통해 공익연계마케팅을 예술분야에 적용하고자 할 때 따져보아야 하는 점들을 짚어보고 있다. 공익연계마케팅은 어쨌든 기업이나 비영리단체의 마케팅 활동이고 마케팅 전략이 부재하다면 연계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마케팅을 구사하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한 경우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기업이나 비영리단체가 공익연계마케팅 활동을 개진하려고 할까. 기업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공익연계마케팅을 개진하고자 하는 이유는 먼저 상품 판매 증가와 같은 특정한 소비자 활동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대중의 인식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브랜드를 차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접근성, 가격, 프로모션 활동 등의 영향으로 요동치는 상품 시장에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만 확실히 공익과 연계된 상품은 소비자의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를 제고하는데 효과적이다.
비영리단체에서 보았을 때 공익연계마케팅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유는 먼저 자신의 활동이나 기관의 인지도 혹은 프로파일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재원 확보의 문제가 있다. 셋째, 흥미를 가진 소비자들이 개인적인 큰 비용의 지불 없이도 비영리활동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예술 분야의 경우에도 최근 들어 ‘공익연계마케팅을 고려하지 않는 일은 바보 같은 일’이라는 글도 발표된 바도 있다(“Cause related marketing: Can the arts afford not to participate?” Ruth Rentschler & Greg Wood, [Services Marketing Quarterly]). 미국이나 호주의 상황이겠지만 기부를 요청하는 비영리기관은 점점 많아지지만 경제 위기 등의 요인으로 기업으로부터의 기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소위 ‘기부자 피로현상(donor fatigue)';를 덜 수 있는 방법으로 공익연계마케팅이 고려되는 것이다.
공익연계마케팅과 스폰서십, 기부 활동은 확실히 다르다. 공익연계마케팅은 소비자의 행동에 따라 그 효과가 결정된다. 기부되는 돈의 양은 소비자 행동에 기대고 있기에 유동적이다. 그리고 해당 기업이나 단체는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소비자 활동의 세부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에 비하면 스폰서십은 자선의 목적 혹은 비영리기관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지불되는 정액의 돈이다. 재원의 측면에서도 다르다. 기부는 기업운영에 있어서 세액공제 대상이지만 공익연계마케팅 재원은 마케팅 예산에서 나온다. CEO의 결단이 아니라 마케팅 매니저의 결단이 필요한 사항이다.
마케팅 재원이 투여되는 대상은 대부분 사회적 가치가 있는 예술 프로그램이나 활동(지역문화 개발 등)이다. 예술 기관이 부랑자나 원주민 문화의 보존과 같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공익적인 사업에 연루되어 있어야 공익연계마케팅의 대상이 된다. 호주의 경우에는 예술기관들이 이런 유의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운영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익연계마케팅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예술기관의 공익연계마케팅,
꼼꼼히 따져봐야 할 긍정성과 잠재적 위험요소
서구의 학자들이나 현장 전문가들에 따르자면 예술기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공익연계마케팅이 마케팅의 수단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기업이 이를 전략적인 마케팅 툴로서 인식한다면 예술기관에게 긍정적인 측면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첫째, 기부자 피로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 둘째, 예술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예술기관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예술기관이 새로운 마케팅 기술과 비즈니스 행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거나 큰 규모의 기업체와 연관됨으로 인해 해당 예술기관의 전문성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 넷째, 파트너 기관의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해당 예술기관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하지만 공익연계마케팅에 참여하는 예술기관도 잠재적인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 기부가 줄어들 수 있으며, 예술기관의 미션이나 행동, 기관 유동성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또한, 파트너 기업의 이미지가 도리어 예술기관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도 있고, 공익연계마케팅 활동이 늘어날수록 예술 후원자들이 자신의 후원을 거둬갈 수 있다. 무료티켓, 예술가와의 만남 등을 요구하며 예술기관의 자원을 유용하려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기업이 원하는 것들을 예술기관에서 제공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파트너 간에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사전에 계약에 명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거대 기업의 공익연계마케팅에 기대게 되면서 비영리단체의 다양한 마케팅 툴 혹은 구사능력을 상실하게 될 위험이 있다.
예술 분야에 있어서의 공익연계마케팅의 활성화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예술이 공익과 결부되는지에 대한 철학적인 판단이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인지하고는 있지만 동시에 공적 재원을 통해 충분히 지원받고 있다거나 기아, 가난 등 다른 문제들에 비해 ‘사치스럽다’고 느끼고 있다. 사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담당자들은 참여를 희망하는 예술기관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낼지 모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익연계마케팅이 무엇인지, 그 효과가 어떤지 예술기관 스스로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연계마케팅의 대상 즉 소비자, 분명한 마케팅 방향, 거대 기업에 대적할 수 있는 자신만의 강점을 잃지 않을 때만이 공익연계마케팅이 예술기관의 입장에서 적용 가능한 마케팅 기법이 될 것이다.
자신을 알고, 시장을 알고, 자신의 파트너를 알고, 촉발하게 될 소비자 행동의 성격, 캠페인의 성격, 캠페인의 현실적인 목표와 진행 상황에 대한 점검, 소비자들에게 보고할 활동 실적을 잘 정리하는 것, 자신과 파트너의 브랜드 이미지와 주요 고객을 파악하고 거리를 좁히는 일 등 공익연계마케팅을 결심하기 전에 예술 기관들이 생각해보고 실행해봐야 할 일은 너무도 많다.
';Cause related marketing - can it work for the Arts?'; ⓒAustralia Council
공익연계마케팅포럼(Cause Marketing Forum)
본 기사는 [weekly@예술경영]의 제휴매체인 [Research Hub](호주)에 게재된 ‘Cause related marketing - can it work for the Arts?’(Heath McDonal d)를 발췌, 재구성한 것입니다. 본문에 인용된 한국어 번역문에 대한 저작권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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