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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의 뮤지엄 경영을 논의하는 국제학회 ‘뮤지엄&웹 2011’(Museum & Web 2011) 컨퍼런스가 지난 4월 6일부터 4일간의 일정으로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되었다. 필자는 박사과정의 연구원과 함께 「미술관의 큐레이터와 방문객간의 이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 소장품에 대한 분류식 태깅 시스템 적용연구」(Can Social Tagging Be a Tool to Reduce the Semantic Gap between Curators and Audiences? Making a Semantic Structure of Tags by Implementing a Facetted Tagging System for Online Art Museums)라는 제목의 논문이 선정되어 본 학회에서 발표하게 되었다.
본 학회는 웹이라는 도구가 뮤지엄 운영에서 필수적 요소로 자리를 잡아가던 90년대 중반에 처음 개최된 이후 올해가 벌써 15년째이다.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서 700명이 넘는 연구자, 실무자, 박물관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자의 연구 주제와 이슈를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누며 앞으로의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열띤 토론의 장이 며칠간 지속된다.
학회 참석자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있으면 이러한 자리에서 피어나는 이슈 혹은 아이디어의 새로움과 다양함이 가히 인상적이다. 뮤지엄 전시개발자, 전시물 제작자, 프로그램 디자이너, 예술가, 큐레이터, 소프트웨어 개발자, 디지털 미디어 부서 책임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관람자조사평가전문가, 에듀케이터, 컨설턴트 등 그 직함과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실로 다양하다. 최근 뮤지엄 현장에 등장한 새로운 직함들-호주 파워하우스 뮤지엄의 디지털ㆍ소셜ㆍ신기 책임자(Head of Digital, Social & Emerging Technologies)나 빅토리아뮤지엄의 멀티미디어ㆍ테크놀로지 디렉터(Director of Multimedia & Technology),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SFMoMA)의 온라인서비스 디렉터(Director of Online Services, 스미소니언의 모바일전략ㆍ구상 디렉터(Director of Mobile Strategy & Initiatives), 인디애나폴리스미술관의 리서치ㆍ기술ㆍ참여 디렉터(Director for Research, Technology and Engagement)-은 뮤지엄 운영에서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셜미디어, 뮤지엄 운영의 전환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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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을 듣고 있는 컨퍼런스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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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간 이 학회에서는 뮤지엄이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수용하고 발전시켜나갔는지, 결과적으로 뮤지엄 경영이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어 논의되어왔다. 인터넷이 등장함으로써 촉발되는 정치적, 경제적 이슈들, 소장품 정보관리 방안과 시스템 개발, 관람자에 대한 새로운 서비스 및 프로그램 기획,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새로운 전시기획과 운영 사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 웹사이트 운영 평가지표와 방안 등이 대표적인 주제들이다.
금년도 컨퍼런스의 워크숍과 발표들을 관통하는 핵심단어들은 모바일, 소셜미디어, 증강현실, 게임, 그리고 웹 평가방안이다. 학회의 기조연설도 모바일과 소셜미디어, 웹 2.0으로 요약되는 새로운 인터넷 환경에서 뮤지엄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Grounding Digital Information Trends’, Kristen Purcell, Pew Internet & American Life, USA으로 진행되었다. 미국의 인터넷 환경을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 발표자는 현재의 경향을 특징짓는 단어로서 ‘이동성’(Portable), ‘참여성’(Participatory), ‘독자성’(Personalized)을 제시하고, 뮤지엄이 다음의 다섯 가지 역할을 수행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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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터넷 환경의 변화를 그대로 드러내는 동시에 금년도 주제 중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이 바로 소셜미디어이다. 이는 소셜미디어가 뮤지엄 안팎으로 상호 소통의 새로운 전환기를 가져옴으로써 뮤지엄의 성공을 부르는 요건이기도 하고 도전이기도 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셜미디어 활용 전략 개발을 위한 워크숍, 소셜미디어 조직방안, 소셜미디어 활용에 대한 우수 사례, 소셜 태깅을 활용한 뮤지엄 소장품 정보관리 분야들이 다루어졌다. 소셜미디어와 뮤지엄의 조우는 현재 전 세계 뮤지엄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본 학회를 넘어, 트위터와 페이스북, 언론의 지면상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떠오르는 뮤지엄 운영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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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프로그램 데모를 진행하는 모마(MoMA)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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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다음으로 모바일이 또 하나의 떠오르는 주제로 제시되었다. 스마트 환경 속에서 뮤지엄이 어떠한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하고, 그러한 콘텐츠가 뮤지엄의 어떠한 역할과 가능을 담아내는가, 성공적인 콘텐츠 제작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하는 점들이 세부적인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모바일에 대한 박물관 사람들의 관심은 학회 마지막 날 ‘모바일 퍼레이드’라는 이름의 세션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뉴욕 자연사박물관, 웨슬리대학, 보스턴미술관, 대영박물관 등 총 10개 기관의 발표자가 릴레이 형태로 자신들이 개발 및 연구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사례 발표를 진행하였다.
또한 본 학회가 진행된 필라델피아의 도시 곳곳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를 찾아보며 탐방하도록 하는 ‘스트리트스케이프’(Streetscape) 어플리케이션을 공개함으로써 학회참가자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뮤지엄 활동의 미래를 예고하였다.
무엇보다도 학회 참석의 가장 큰 의의는 뮤지엄들이 테크놀로지를 융합하여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바로 그 현장에 함께 참여하였다는 점이다. 세계 유수 대학의 학자와 연구자들, 뮤지엄 현장전문가들이 함께 꿈꾸고 만들어가는 실로 생생한 두근거림이 바로 이 학회를 지속하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관련사이트
뮤지엄&웹 2011 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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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정화는 서울대학교에서 불문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파리에서 미술사와 조형미술이론을 수학하였다. 10여년 간 뮤지엄 컨설턴트로서 100곳 이상의 국내 박물관ㆍ미술관ㆍ과학관의 건립과 운영기획, 전시기획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PCT랩에서 문화기획ㆍ경영 그룹을 이끌며 문화기획, 예술경영, 미래의 뮤지엄, 전시기획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jungwhakim@kaist.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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