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12일 거리예술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도시축제가 선택한 예술, 예술과 도시문화정책’을 주제로 ‘도시축제와 거리예술 국제컨퍼런스Ⅰ’을 열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유럽 거리예술축제 네크워킹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행사로,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하이서울페스티벌, 과천한마당축제, 고양호수예술축제가 공동주최하고, 한국거리예술센터에서 주관한 국내 거리축제 간의 네트워크와 협력의 장이기도 하였다.
컨퍼런스는 프랑스 리옹대학교 도시정책 사회학교수인 필립 쇼드와(Philippe Chaudoir), 독립프로듀서이자 영국독립거리예술네트워크의 회원인 피파 베일리(Pippa Bailey), 독일 니콜 루퍼트(Nicole Ruppert), 한국 연극평론가인 이은경이 발제자로 참가하여 각 국가 및 유럽 전반의 거리예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라별 문화정책에 대해 논의하였다.
전통적 축제 부흥만이 전부는 아니다
|
.jpg)
발제자 필립 쇼드와
|
필립 쇼드와는 이미 거리예술이 생동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프랑스의 사례를 들어 거리예술이 성립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예술가들 사이에서의 공유된 원칙’ ‘미학적 기원과 영향’ ‘지배적인 예술형태’라는 세 관점에서 거리예술의 개념을 설명하였다. 먼저, 공유된 원칙으로는 거리예술의 혼합 장르적 특징과 거리예술가들이 그들의 사회, 정책적 관점을 공공장소를 통해 이야기함을 공유된 원칙의 핵심으로 보았다. 두 번째 미학적 기원에서는 도시축제와 거리예술이 단순히 전통축제 부흥의 관점이 아닌 도시사회에 직면한 예술가들의 위치와 역할의 관점에서 봐야 하며, 예술이 더 이상 장식품이 아닌 사회와 연계되어야 한다는 20세기 초의 미학적 경향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언급하였다. 마지막으로 거리예술의 지배적인 형태를 언급하는데 있어서는 ‘다양성’을 가장 핵심으로 두고, 간이무대를 활용하는 장터형식에서 서커스, 기계나 오브제를 무대로 사용하는 형식, 음악형식까지 다양한 형식을 제시하였다.
|
.jpg)
발제자 니콜 루퍼트
|
니콜 루퍼트도 거리예술은 선택된 소수계층과 대중문화 사이의 경계를 없애고,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표현방법으로 공적 공간을 지배한다고 정의를 내렸다. 또한 음악, 서커스, 불꽃놀이, 연극, 무용을 포함한 다양한 예술적 형식을 비관습적 공연공간에서 무료 행사로 기획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언급하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거리예술은 왜 중요한 것일까? 니콜은 거리예술이 전통적인 공연장을 잘 찾지 않는 관객들에게 공연과 예술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였다. 또한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거리예술이 가지고 있으며, 다문화, 노령화 등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함을 주장했다. 재개발 지역에서의 거리예술의 중요성 또한 언급하며, 특정한 공간에 긍정적인 문화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다양한 도심공간을 재정비하는 주요 도구로서 거리예술의 역할을 피력했다.
|
|
보다 더, 도심 속 열린 축제를 위하여
거리예술의 중요성은 영국에서도 논쟁이 되고 있는 화두임을 언급하며, 피파 베일리는 창의적인 불꽃전문가 집단인 월드페이머스(The World Famous, 이하 TWF)의 활동을 소개했다. TWF는 불꽃, 불, 특수효과를 사용해서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고 기념하고 소통하는 것을 목적으로 침체된 지역이나 도시의 잊힌 공간을 새롭게 깨어나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TWF는 또한 관객이 보다 가까운 곳에서 불꽃 공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야외공연에 대한 보건안전 관련법규 개정에 앞장서고 있으며, 관객에게는 예술을 통해 모험(위험)을 감수할 수 있게 하고, 보다 더 예술 속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열어 예술적 경계를 넓혀나가는데 힘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소통, 도심 재생, 예술의 지평확대라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거리예술은 현재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 경우 1990년대 거리예술의 전성기 이후 재정지원이 없어짐에 따라 실질적인 거리예술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반해, 현재 700개 이상의 거리예술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는 유럽의 예외적 상황으로 필립 쇼드와가 보여준 프랑스의 거리예술 관련문화정책의 흐름은 가히 주목할 만하다. 80년대 리유 퓌블릭(Lieux Publics, 이후 프랑스 최초의 국립거리예술창작센터가 됨)의 설립 이후 프랑스는 국회 내 거리예술 관련 의회조직이 생겨나고, 2000년대에는 거리예술 문화정책이 구상되고 거리예술의 시대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jpg) |
 |
발제자 피파 베일리 |
발제자 이은경 |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연극평론가 이은경은 ‘우리 거리극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전통극을 시작으로 1970년대 마당극의 시기를 거쳐 현재까지 한국 거리극이 발전되어 온 양상을 살펴보았으며, 20세기 이후 거리극의 발전 이유를 다음 여섯 가지로 제시하였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의 확대’ ‘물질문명과 도시화에 대한 저항담론 확산’ ‘양산되는 지역공연예술축제의 콘텐츠 필요’ ‘경제적 효용성 부각’ ‘기존 공연예술의 대안’이다. 또한 거리극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 지원금의 확대, 제작소의 확보, 법 규정의 유연한 적용 등 공공지원의 확대와 공간과 서사, 관객 참여, 생태의식적 관점에서 예술적 완성도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거리예술, 도시 공간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
각 발제 중 가장 중요하게 대두된 점은 거리예술이 완전히 독립된 예술분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내에서도 거리예술에 대한 인식과 형식, 정책적 지원의 정도는 크게 차이가 있었으나, 공적 공간에서의 예술이 변방, 비주류가 아닌 하나의 완벽한 장르로 인정받아야 함을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언급하였다. 또한 거리예술이 극장 공연에 비해 수많은 관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미 거리예술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JPG) |
한편 ‘거리예술’은 기존 연극과 대치되며, 거리에서 일어나는 모든 예술을 담아내야 하는 총합적 예술형태이기 때문에 ‘거리극’이 아닌 ‘거리예술’이라 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상당 부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한편 프랑스의 경우, 거리예술작품의 예술적 완성도가 높아짐에 따라 지나치게 양식화가 되어가면서 거리예술의 정신이 훼손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필립 쇼드와는 프랑스는 오래 전부터 거리공연의 미학적 논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미학적 사고가 기반이 되어야만, 비로소 완전한 독립된 예술로서 인정되어질 수 있다고 하였다. 다만, 미학적 논의의 기준은 연극(공연)이 무대, 도시공간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대한 담론 속에서 토론되어 왔음을 언급했다.
평론의 문제도 언급되었다. ‘왜 한국의 평론가들은 거리예술을 보지 않을까?’라는 다소 공격적인 질문에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거리극에 대한 인식, 전문성 부재 및 접근성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었으며, 앞으로 한국의 거리예술의 미학적 발전에 있어서 평론가 그룹들과의 거리예술의 인식 및 형식 등에 대한 공유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기되었다.
마지막으로 거리예술의 발전을 위해 도시축제, 거리예술가들의 협력구조가 논의되었다. 독일 거리예술네트워크(German Network)와 영국 독립거리예술네트워크(Independent Street Arts Network)는 모두 네크워킹, 로비활동, 정보공유, 교육, 연구, 정책 제언, 회원 간의 의견 교류 등을 통해 거리예술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거리극연구소가 한국거리예술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거리예술센터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2009년 재조직되어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과 유럽 각 지역의 거리예술에 대한 인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는 좋은 장이 되었다. 5월 화려하게 축포를 쏜 한국의 도시축제의 변화와 발전 속에서 한국 거리예술의 다음 행로가 궁금해지며, 이번 컨퍼런스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도심(Urban)과 거리예술에 대한 관계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가 지속될 수 있는 ‘도시축제와 거리예술 국제컨퍼런스Ⅱ’를 기대해 본다.
|
|
|
.gif) |
필자소개
박지선은 춘천마임축제에서 해외프로그래밍과 기획실장을 담당한 바 있으며, 아시아나우프로덕션에서 유진규네 몸짓, 극단 여행자, 사다리움직임연구소, 공연창작집단 뛰다 등의 단체와 함께 해외 방방곡곡의 축제와 극장을 찾아다니다 2009년부터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교류팀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jisunarts@yahoo.com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