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공모에 앞서 사회적기업 자신들이 콘텐츠의 퀄리티를 스스로 보장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그것도 없이 '사회적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지원받기 위한 만능열쇠인 것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기업'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리 이전부터 이미 사회적기업의 의미에 맞는 활동을 해 오지 않았던가. '사회적기업'이라는 타이틀은 커다란 자부심이자 동시에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달 5월 30일,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제로원디자인센터에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서울문화재단의 공동주관으로 문화예술 및 예술교육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기업들과 사회적기업 육성의 방향과 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는 각 기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번 ‘문화예술분야 (예비)사회적기업 네트워크 포럼’에서는 문화예술분야 (예비)사회적기업 간의 네트워크 구축과 더불어, 사회적기업 육성에 대해 현장에서 체감하는 바와 지원정책의 방향에 대한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또한 기업과 정부를 대신해 사회적기업 육성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에 어떤 입장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더욱이 서로를 소개하고 알아가면서, 실제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주체들과 사회적기업 지원의 정책과 방향을 마련하는 기관의 주체들이 얼굴을 마주보고, 그간 서로 말하지 못했던 어려움들을 조금씩 개진할 수 있었던 점에서 이번 모임은 나름 큰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사회적기업 육성 붐, 그것의 의미는

문화예술분야 (예비)사회적기업 네트워크포럼

이번 포럼에 참석한 국회 공무원 소속의 어떤 참가자는, 해외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보니, 정부 각처에서 사회적기업 육성의 바람이 불고 있어 놀라웠다며, 정부에서 전략적으로 사회적기업 육성에 힘을 쓰게 된 계기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 했다.

근데 필자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려는 따뜻한 온기가 실제로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기업들의 활동이 벌써 몇 년째 이루어지고 있지만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을 바라보는 고용노동부나 지자체의 시선은, 새로운 복지실현과 사회 공익성 창출의 대안적 모델로서 환영하기보다는 ‘어쨌든 사회적기업도 기업’이기에 얼마나 차익을 거뒀는가를 우선 기준으로 삼는, 이중적인 평가 잣대를 계속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단체를 당연히 무료봉사 자선단체로 여기고 서비스를 받는다는 수혜자들의 인식 때문에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들이 감내해야만 하는 어려움도 상당하다.


이에 대해 서울문화재단 정책연구실의 김해보 팀장은 ‘예술지원정책과 사회적기업 육성정책 연계방안’에 관한 발제를 통해 한정된 기금을 가지고 어떻게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관의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서울시나 재단의 입장에서 볼 때,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기금사용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으며, 문화재단이 세워 놓은 원칙과 기준에 의해 지원을 결정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예술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문화재단의 경우에는 다른 기관에 비해 문화예술단체를 많이 이해하려는 편이나, 고용노동부 등 다른 정부 기관의 경우엔 문화예술단체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적어 기관과 사회적기업들 사이에 오해도 많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비쳤다.

정부인증 앞서, 어째서 ‘사회적’인가 증명 필요

덧붙여 그는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에게 ‘문화예술인’의 태도에 젖어있기보다는 ‘기업인 마인드’로 전환하고, 자신들의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적재적소를 스스로 찾는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당부하였다. 중소기업청 홈페이지를 ‘즐겨찾기’ 하고 서울문화재단뿐만 아니라 신용보증재단, 서울산업통상진흥원,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가입하여 다양한 곳에서 필요한 지원정보를 얻고 그 기관에 맞는 적절한 방식으로 요구할 것을 알려주었다. 무엇보다도 공감이 갔던 말은, 지원공모에 앞서 사회적기업 자신들이 콘텐츠의 퀼리티를 스스로 보장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언급이었다. 그것도 없이 ‘사회적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지원받기 위한 만능열쇠인 것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화예술분야 (예비)사회적기업 네트워크포럼

우리는 모두 ‘사회적기업’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기 이전부터 이미 사회적기업의 의미에 맞는 활동을 해오지 않았던가. ‘사회적기업’이라는 타이틀은 커다란 자부심인 동시에 과제이기도 하다. ‘사회적’이라는 꾸밈말이 우리에게는 큰 희열과 보람이 되기도 한다. 붐처럼 사회적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 말은 바꿔 말하자면 정부 인증에 앞서 많은 사회적기업들이 ‘어째서 사회적인가?’라는 가치를 스스로 먼저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는 단순한 수식어가 아닌, 바로 사회적기업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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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은 필자소개
최선은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 작가로 활동 중이며 ‘독립과 대안의 미술학교 해토’에서 매니저로 활동했다. 문화예술NGO 예술과 시민사회 멤버들과 함께 한국미술계 내부에 자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해왔으나 한계를 느끼고, 이에 초·중등학생들을 위한 미술교육프로그램 ‘조슈아트리’(Joshua tree)를 개발, 시행하면서 그들의 성장과 함께 미술의 사회적 인식도 성장시키겠다는 꿈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umber3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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