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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일부터 6일까지 벨기에 안트베르펜(Antwerpen) 대학에서 제11회 국제문화예술경영학회(Association Internationale de Management des Arts & Culture, 이하 AIMAC)가 열렸다. AIMAC은 우리나라에 『문화예술 마케팅』으로 소개된 바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 경영대학(HEC)의 프랑소와 콜베르(François Colbert 본지 해외편집위원) 교수가 1991년에 기업의 후원을 받아 창립한 것이다. 2년마다 미 대륙과 유럽의 대학을 돌아가며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1년에 세 차례 학술지(The International Journal of Arts Management)를 발간하고 있다. 학회 창립자가 경영대학 소속이고 불어권 구역이라는 점에서 영어와 불어를 공동으로 사용하며, 또 경영대학 소속 교수의 참여가 지배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학술대회 기간 동안 총 121개의 발표가 있었고, 전 세계 37개국에서 온 280여 명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이번 대회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예술경영 최신 트렌드 수용
대회를 개최한 안트베르펜 대학은 1852년에 설립된 유럽 내 가장 큰 규모의 응용경제 및 경영학부를 자랑하는 곳으로, 문화예술경영학과는 바로 경영학과에 속해있다. 대회는 경영대학 건물을 중심으로 고풍스러운 본관을 오가며 진행되었는데, 학술 발표만이 아니라 매일 저녁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어 개최지의 문화적 역량을 엿볼 수 있었다. 3일 저녁 패션박물관에서 시작된 오프닝 파티, 옛 맥아 제조공장에 설치된 악셀 베어부르트(Axel Vervoordt)의 컬렉션, 특이한 건축 디자인을 자랑하는 안트베르펜 박물관(MAS), 다국적 하역창고단지 내 건물을 개조한 카토엔 나티(Katoen Natie) 기업의 미술관(HeadquARTers)과 갈라 디너파티 등 예술과 후원의 관계를 생생하게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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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MAC 본관입구 |
AIMAC 발표장 |
학술 발표는 전체 네 개 분야의 주제, 즉 소비자 행동, 전략적 마케팅, 인적자원관리(HRM), 문화정책 등으로 구성되었다. 전체 미팅에서 주최 측은 기술 및 환경 변화에 따른 트렌드를 주도하거나 새로운 마케팅 구조와 연구 프레임을 제시하는 경우, 그리고 전지구화와 지역 간의 새로운 관계, 문화 거버넌스 및 평가체계 관련 이슈 등을 논문 선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았음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여러 세션들이 동시에 진행되는 관계로 모든 발표를 들을 수 없는 상태에서 청중의 인기 주제에 대한 선택은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를테면 소셜미디어나 디지털 기술에 따른 접근이나 관람객 개발에서의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나 지표 개발 등과 같은 주제에는 많은 청중이 몰리는 반면, 지역문화에 대한 정책적 연구와 접근은 상대적으로 작은 숫자를 기록한 것이 그렇다. 그럼에도 AIMAC은 동구권과 남미, 아시아 등의 새로운 지역적 맥락이 확산된 데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장웅조(오하이오 주립대 예술정책 및 경영프로그램 박사후보) 씨가 ‘게임의 변화: 소규모 예술단체를 위한 소셜 미디어’(Game Changer: Social Media for Small Arts Organization)라는 주제로 발표를 해 호응을 얻었다. AIMAC은 박사과정 학생에 대해 비교적 개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젊은 사고와 트렌드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 출신 학자들의 발표가 있었다. 일본은 대체로 현지 대학교수들이, 대만과 싱가포르는 영국의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를 하고 있는 경우였다. 관객개발과 인종 및 문화연구, 만화 등 문화산업의 저작권 문제, 기업문화마케팅 등의 주제로 모두 9명이 발표를 하였다.
20년 후 예술경영의 지형도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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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테이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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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오후에는 라운드테이블이 준비되었는데, 문화경영학자 데이비드 트로스비(David Throsby)가 ‘앞서보기: 20년 이후를 위한 예술, 문화, 경영과 정책의 도전’(Looking ahead: challenges to the arts, culture, management and policy in the next 20 years)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최우수 논문상은 주제적 범주의 확장을 근거로 요리와 영상, 방송 등을 다룬 연구팀에게 돌아갔다. 7일에는 브뤼셀로 옮겨 ‘유럽문화경영트레이닝센터’ 주최로 대토론회가 개최되었으며, 최근 문화예술 영역의 공적 자금 축소 현상에 대해 예술단체들의 대응과 재원 확보 전략을 놓고 예술 현장 전문인과 정책입안자들이 모여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학회를 통해 문화예술경영의 학적 근거가 상당부분 진전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은 큰 소득이었다. 물론 AIMAC은 경제 및 경영 분야 학자들이 문화예술 분야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이지만, 방법론이나 연구 성과에서 충분히 설득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응용경제’ ‘예술과 경제’ ‘예술마케팅’ ‘문화기업가정신’ 등의 용어가 일반화되어 있음을 확인한 것도, 오히려 문화예술경영을 통해 경제 및 경영 분야가 새로운 전망을 찾아가는 것으로 읽혀졌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경영의 접근이 경영학적 구도와 예술적 구도를 갖는다는 점에서 양 날개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가느냐가 쟁점으로 남는 듯하다. 다른 기회를 빌어 이러한 구도에 대한 분석을 다룰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간단한 보고를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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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신의는 프랑스 파리4대학(소르본느)에서 미술사학 석사와 DEA를 마치고, 인하대에서 문화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와 문화예술경영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문화예술정책과 박물관·미술관 경영 관련 연구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 청주, 부천 등의 지자체 정책자문 및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기 위원, 인천문화재단 이사를 역임하였다. 현재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이자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장이다. lunapark@kh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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