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에서 활동하는 공연기획자 로라 드레인(Laura Drane)은 영국의 예술경영 전문지 [아츠 프로페셔널](Arts Professional) 최신호에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독립기획자와 관련한 흥미로운 글을 기고했다. 작년에 영국 정부가 단행한 예산 축소와 기관 통폐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예술 기관과 극장의 위기를 타개할 방편으로 독립기획자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제안하는 것이 글의 요지였다. 로라는 육아휴직을 예로 들며, 상근스태프의 대체인력으로 프리랜서인 독립기획자를 고용하는 것이 이미 일반화되어 있다고 얘기한다. 문화예술계의 현장 감각과 숙련된 업무 처리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말하는 독립기획자 고용의 장점과 요구조건은 다음과 같다.

독립기획자 고용의 장점

- 유연함, 가용성, 대응력(Flexibility, Availability and Responsiveness)
독립기획자는 다양한 상황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과업을 진행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프로젝트 과정 중에 스케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 새로운 생각과 신선함, 에너지(New Thinking, Freshness and Energy)
독립기획자는 조직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조언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새로운 생각과 신선한 영감을 줄 수도 있고, 조직은 프리랜서를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 숙련된 기술과 지식, 전문성(Skills, Knowledge and Expertise)
독립기획자는 통계분석, IT업무 등 기술, 해외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식과 정보 등 특정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전문지식이나, 기술력을 제공할 수 있다.

- 예산 절감 효과(Potential Financial Savings)
상근인력 채용 시에 조직이 부담하는 보험, 세금, 행정 처리 비용 등을 절약해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 프로젝트와 결과에 대한 집중력(Focus on Specific Projects or Outcomes)
독립기획자는 과업으로 설정된 프로젝트, 성취 목표가 구체적이고, 분명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독립기획자로서의 자질 요건

- 관점(Perspective)
독립기획자는 다양한 조직의 요청과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자기 철학과 일에 대한 관점이 있어야 한다.

- 협업 태도(Assistance and Support for Staff)
프로젝트와 연관해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이 독립기획자와의 협업을 통해 업무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 성취도(Productive and efficient)
프로젝트 마감 기일 내에 좋은 성과를 거둬야 한다.

- 네트워크 확장성(Networked)
과거에 진행한 일들이 현재 맡은 프로젝트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독립기획자의 필요충분조건 - 제도적 보완과 연대의 중요성

2011년 4월,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현대공연예술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for Contemporary Performing Arts, 이하 IETM) 정기총회본지 125호 리뷰 보기에서도 독립기획자를 화두로 삼은 몇 개의 워크숍이 열렸다. 그 중에 ‘독립기획자로 일하며 살아간다는 것’(The Independent Story: Living and Working as an Independent in the Field of Cultural Management)이란 주제로 열린 워크숍에는 영국, 터키, 캐나다, 독일, 스페인 등 여러 국가에서 온 62명의 기획자들이 참석해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독립기획자의 두드러진 활약과 고용증대는 프로젝트의 다양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그를 뒷받침해줄 제도와 지원의 차이는 국가별로 편차가 컸다.

런던의 제작 및 공연단체인 아츠어드민(ArtsAdmin)의 디렉터 주디스 나잇(Judith Knight)은 영국 사례를 설명했다. 영국은 예술가를 일반적인 사회구성원과 마찬가지로 복지제도의 울타리 안에 포함시켜 모든 예술인이 국민보험을 통한 사회보장 지원과 연금 지원을 받게 한다. 문화예술 종사자들은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각 분야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대변하는 노조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예술가, 제작인력, 기술자, 행정인력 등 직능별 세분화된 노동조합¹⁾들이 연말에 기관, 단체 대표자들과 협상을 통해 다음 해의 임금 기준과 처우, 복지 정도를 성문화해 지킬 것을 요구한다.

비엔나의 독립기획자, 사빈느(Sabine Kock)도 오스트리아 독립연극협회(Association of Independent Theaterwork)가 연간 30만 유로(한화 약 4억5천만원)의 예산을 별도로 책정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공연예술인들의 사회보장보험 일부를 보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독립연극협회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예술인과 독립기획자를 위한 최저임금과 고용법을 문화부에 제안하고, 공연법 개정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경우, 전문 공연예술인이라는 것을 정부 기준에 의거해 입증할 경우, 국민연금의 50%를 환급받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위의 고무적인 사례와 반대로, 슬로베니아, 터키, 스페인 등 예술인을 위한 사회적, 법적 제도가 미비한 국가에서 온 기획자들은 재정 위기를 겪는 극장과 기관에서 상근 기획인력이나, 상주예술단체에 대한 재정부담 때문에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프리랜서가 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적 지원금을 받아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해도, 독립기획자 개인 자격으로 정부 기금을 신청할 수 없는 것도 공통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프로젝트 단위로 기관이나 단체와 계약을 맺더라도 기획자 인건비에 대한 예산항목이 없어 다른 항목에서 돌려서 지급하거나, 선례가 적어 행정처리가 미숙해 어려움을 겪은 사례에도 여러 참석자가 공감했다. 뿐만 아니라, 독립기획자를 위한 국가연금이나 보험, 세금에 대한 사회적 안정망도 없어 장기적으로 삶에 대한 불안을 겪고 있었다.

워크숍 후반부에 주디스는 1970년부터 비주류 실험예술 장르의 독립기획자로 일한 본인의 경우를 예로 들며, 영국이 최소한의 예술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공연법을 갖게 된 것은 수십 년 동안 여러 단체들²⁾이 독립기획자, 예술가들과 함께 목소리를 낸 결과라고 말하며, 국가별, 권역별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마무리했다. 마찬가지로 독립기획자의 필요충분조건과 관련한 로라 드레인의 원고 배경에는 영국정부가 단행한 예산 삭감을 둘러싼 문화예술계의 제도와 정책변화를 읽을 수 있다. 결국 관련 관계자들과 현장종사자들이 이러한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상호소통과 연대가 갈수록 중요해진다는 것을 가늠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