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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30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는 한국큐레이터협회의 월례포럼이 열렸다. 한국큐레이터협회는 2010년부터 매월 월례포럼을 마련하여 다양한 주제의 토론을 통한 큐레이터 간의 상호이해와 교류증진을 도모해왔다. 7월 포럼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찬동 시각예술책임심의위원(전 아르코미술관장)을 초청, ‘큐레이터의 공적 마인드’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한국큐레이터협회 박래경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공공적 혹은 공공성이라는 용어는 상용되고 있으나 여전히 공공성을 적용하는 데 부족함이 있다”고 밝히고, 스스로 공공적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공표한 바 있는 일본 미술관의 사례를 들며 이번 포럼을 통해 공공성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정신적 치열함이 공적 마인드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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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를 맡은 김찬동 책임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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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동 발제자는 “자신은 오랜 기간 공공기관에서 일한 현장 경험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공공적 마인드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고, 큐레이터가 미술관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음에도 ‘정신적 치열함’이 부족하여 공적 마인드를 갖기가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을 밝혔다. 미국박물관협회의 윤리적 준거에는 ‘사립박물관/국공립박물관에서 일한다는 것은 기관을 대표하는 공인으로서 책임을 지게 된다는 의미’라고 명시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큐레이터가 약 700명 정도라고 추산하면, 이들이 공적 마인드에 준하는 인식을 갖는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힘이 될 수 있다고 발제자는 설명했다. 실제 미술계 현장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들은 개개인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사적인 이익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경향이 큰데, 이 역시 열악한 근무조건이나 환경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이렇게 근본적으로 큐레이터라는 조직문화가 형성되기 어려운 데다, 개별적인 움직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발제자는 예를 들어 한국큐레이터협회와 같은 단체가 큐레이터들의 개별적인 애로사항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힘을 쏟는 한편, 기본적인 원칙을 정해서 큐레이터들을 리드할 수 있다면 이러한 어려움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개별 큐레이터들이 전문성, 윤리성, 공공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 대한 끊임없는 전문화의 노력과 연마, 청렴한 윤리성을 지킴으로써 우리 사회 내에 혹여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있을지 모르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나 위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애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목소리를 내 의견을 개진하고 이것이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명분 혹은 계기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며 이를 위해 큐레이터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조직이 중심에 서서 다른 주변 관계자들을 결집시켜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를 위한 보다 현실적이고 가능한 구체적인 노력으로 발제자는 가령 한국큐레이터협회를 통해 적극적인 정책제안을 한다거나, 직업윤리성에 대한 강화책을 마련하여 큐레이터들이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큐레이터들의 급여를 비롯 자격증제도의 내실화, 이익단체 조직을 통한 사회복지혜택 제공 등이 거론되었다.
관행, 환경을 탓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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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례포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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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집중토론 및 질의 세션은 현장에서 오랜 시간 경험을 쌓아온 큐레이터들이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국공립기관 혹은 사립기관의 큐레이터들은 큐레이터의 실질적인 위상에 대한 고민과 함께 공공 마인드를 고려하며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가령 필자의 경우, 미술관에서의 경력이 아직 오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업무 진행과정을 생각해 보면, 보이는 부분부터 그렇지 않은 부분까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공공 마인드는 사라져버리고 고민도 하지 못한 채 현안해결에만 급급해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이런 행위를 합리화한다거나 관행이라거나 환경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는 감지하지 못하더라도 이번 포럼과 같은 기회로 큐레이터의 공공 마인드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된다면, 그리고 개개인 큐레이터의 노력들이 지속된다면 좋은 선례들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김찬동 발제자 역시 공공기관으로서도 늘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예술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과 더불어 가치의 변질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많은 노력들을 기울인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그리고, 단시간에 좋은 효과와 반응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령 한류, 애니메이션, 블록버스터 등의 문화산업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는 최근 한국의 경향을 설명하며, 이러한 산업이 가져다주는 경제효과도 염두에 두어야 하겠지만, 계량화된 수치로 과연 예술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 아울러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도 구체적으로 고민을 심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큐레이터의 공공 마인드란 각 큐레이터 개인의 심리나 신변의 문제, 더 나아가서는 미술관 문화의 정립까지도 포함하여 논의해야 하는 큰 그림에 해당하며, 큐레이터협회와 같은 큐레이터들의 자발적인 조직이 주축이 되어 역할을 분담하고 난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안으로 이번 포럼은 마무리 되었다.
사진제공 한국큐레이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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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현정은 영국 뉴캐슬대학에서 박물관학을, 런던 소더비인스티튜트(Sotheby’s Institute of Art)에서 현대미술사를 전공하고, 광주비엔날레(2004), 부산비엔날레(2006), 뉴질랜드 고벳브루스터 갤러리(Govett-Brewster Art Gallery, 2007)에서 일했으며, 2008년부터 현재까지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로 근무하며 ≪경기도미술관@안산≫ ≪세라믹스-클라이막스≫ ≪한국-호주교류전 The Trickster: 도깨비방망이≫전 등을 진행했다.
hyunjeungkim@hot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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