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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창작집단 뛰다(이하 뛰다)는 화천으로 간 지 1년여 만인 지난 8월 2일 자신들이 몸소 가꾼 폐교에서 ‘지역공연예술단체의 창작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는 그들이 화천으로 이주한 이후 변화된 환경과 여건에 대응하려는 의도와 앞서 진행했던 3주간의 국제워크숍과 교류프로그램을 정리하는 의미가 혼용되어 있었다. 심포지엄 사회는 아시아나우의 대표 최석규 씨가 진행하였다. 발제는 뛰다의 배요섭 연출가와 극단 도리노게끼죠의 나카시마 마코토 연출가가 맡았고 패널로는 평론가 안치운, 극단 노뜰의 배우 이지현, 문화컨설팅 바라의 권순석 등이 참여하였다.
뛰다는 2001년부터 10여 년 간의 서울중심의 활동을 뒤로하고 화천의 조그만 폐교로 이주했다. 뛰다는 거의 매년마다 창작품을 만들며 만만치 않은 생산력을 드러내었고 그들의 레퍼토리는 지역축제나 극장에서 선호되어 왔었다.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하던 예술단체가 이동이 쉽지 않는 지역으로 이주한다는 것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도 남았다.본지133호 하우투 “뛰다, 화천에 정착하다”보기 사실 예술단체가 폐교에 입주해서 문화공간화하는 정책은 이제 좀 철이 지난 논의에 속하지 않는가. 작업공간의 확보라는 매력에 비해 생활의 불편함, 예술활동에 필요한 정보와 교류의 고립감, 경제적 부담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뛰다의 선택이 호기심을 자아냈던 것은 그들의 남다른 운영방식 때문이었다. 카리스마 있는 대표중심의 동인제 극단이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은 그러려니 해왔지만, 뛰다는 전단원의 만장일치로 대·소사를 결정하는 의사결정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그들이었기에 이주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내심 그 귀추가 궁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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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향할 것인가
사회자는 발제자와 패널들에게 도시에서 시골로 이주한 예술단체가 안정된 창작구조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들,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예술단체의 역할, 작업환경의 변화에 따른 단체의 정체성 고찰, 이주예술단체의 미래상 모색과 같은 주제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다.
배요섭 연출가의 발제는 3주간의 다양한 워크숍에 대한 감흥어린 회고를 통해 예술가로서 겪고 있는 환경적, 정신적 변화를 드러내었다. 그는 새삼스럽지만 ‘왜 연극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충실하게 던질 수 있게 된 자신과 극단의 변화를 되짚어보려는 듯 보였다. 느려진 삶의 속도감과 밀도변화로 타 예술가와의 교류에 대한 예민함과 성찰적 태도가 강화된 것 같았다. 트러스트무용단과의 3주간의 창작워크숍에서의 무용과 연극의 역할바꾸기, 인도, 일본 등 아시아 예술가와의 연극메소드 워크숍, 일본 톳토리현의 극단 도리노게끼죠와의 워크숍의 내용이 거론되었다.
이어서 뛰다와 유사하게 20년간 도쿄에서 활동하다가 돗토리현으로 이주한 도리노게끼죠의 사례가 발표되었다. 도쿄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일본연극의 중심이었지만 진지한 연극정신에 충실한 연극보다는 점점 더 방송활동이나 문화산업에 의한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었다고 한다. 도리노게끼죠는 연극에만 충실할 수 있는 생활과 조건을 원했고 고민 끝에 연출가의 고향인 돗토리현으로 이주하여 지역극장을 짓고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기술스태프를 포함한 14명의 단원이 풀타임으로 일하며 운영되고 있지만 반면에 경제적 압박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두 극단은 유사한 고민을 지니고 있었고 자신들의 이상을 이주라는 방법으로 실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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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요섭 연출가 |
나카시마 마코토 연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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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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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패널로 나온 평론가 안치운은 우선 이러한 예술단체의 이주라는 현상이 예술적 필연성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자본집중화에 따른 도심의 고밀도화와 지역의 공동화에 따른 사회적 변화임을 거론하였다. 그는 현재 한국연극이 과잉의 연극이고 새로움의 강박에 몰려있다고 진단하였지만 그렇다고 시골이나 도시라는 특정 환경이 연극의 본질에 순연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연극은 미래지향의 예술이라기보다는 과거지향의 예술이며, 황홀했던 연극의 순간을 떠올려주는 과거를 회복하려는 태도가 본질적으로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배우 이지현은 10년 전 극단 노뜰이 원주로 이주한 이유는 밀도 있는 자신들만의 연극을 천천히 만들어보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사실 연극의 상업화가 진전되는 시기에 그 흐름에서 빠져나와 시골로 향하는 것은 도전이었으며 쉽지 않은 선택이었으리라. 결과적으로 노뜰은 지역에서 풍요로운 시간과 삶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자신들의 극단은 다시 근본적인 질문에 처해져 있다고 했다. 초기의 신선한 에너지와 즐거운 작업태도의 활기는 식고 창작에 대한 치열함은 옅어져간다는 자각으로 인해 진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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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다는 창작활동을 중요시해왔고 더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위해서 삶의 근본적 조건을 변화시키는 선택을 했다. 이주라는 시도의 뿌리에는 삶의 중심성과 주체성에 대한 열망이 자리할 것이다. 그들은 정연한 연극적 메소드나 현실적인 단체운영에 대한 모색보다는 삶의 근본적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에 합의했고 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민들과 지나치게 가까운 생활의 거리가 오히려 버겁다는 배우의 고백을 통해 그들의 삶의 감각틀이 조용히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시골생활에는 초보인 그들은 화천이 선사한 느린 속도와 사람과의 관계에 어리둥절하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미래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몸과 마음으로 겪어낸 자리에 연극의 과거가, 또한 살아있는 연극언어가 깃들여지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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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세형은 서울시립대학교를 졸업했으며 공연예술아카데미 극작평론과정, 성공회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극단 알을 거쳐 극단 이다에서 연출작업을 했고, (주)CH Play의 예술감독 겸 프로듀서로 재직한 바 있다.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본지 편집위원이다.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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