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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5일 부천 복사골문화센터에서는 부천문화재단이 주최한 건강한 문화생태계 만들기 씨앗포럼의 다섯 번째 주제로 ‘다문화커뮤니티와 문화예술정책’이 진행되었다. 다문화커뮤니티의 문화적 현실을 살펴보고 이주민들과 함께 살기 위한 문화적 방안 등을 모색해 보는 시간이었으며, 우리 사회의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만들자는 취지로 이날 필자도 맨드라미 씨앗을 선물로 받았다.
누구를 위해 지켜야 할 가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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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자인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사무국장은 한국 사회에서 2005년 이후부터 통용되기 시작한 ‘다문화’라는 호칭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누구를 위한 다문화인가를 먼저 생각하자고 하였다. 우리사회가 구성원 간 ‘다문화’ ‘다문화주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가치인지, 다문화주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올바른 논의를 해본적도 없었으며, 철학이 부재한 상태에서 몸집만 키워낸 것이 지금 한국의 ‘다문화’라고 지적하였다. 그간 시행해온 다문화주의는 주류문화가 비주류문화를 관용하거나 방치하는 것과 같으며 이를 반성하고, 멀티컬처Multi-culture, 다문화에서 인터컬처Inter-culture, 문화 간로 개념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진짜 다문화주의는 소수문화집단의 제도적, 문화적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며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일 때 진정한 다문화주의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랜 세월 이주노동자 상담을 해오면서 문화의 진정한 힘을 경험했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현재 한국 사회는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다문화프로그램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행사를 위한 행사에 그치고 있고 사람을 살리는 깊이 있는 문화적 접근이 아쉬운 실정이라고 짚었다. 때문에 지역문화재단(문화기반시설), 전문예술인(예술단체), 이주민 지원단체, 이주민공동체가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끝으로 다문화라는 것은 ‘다문화프로그램’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일상적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점임을 강조하며 다양성의 가치, 다른 것에 대한 인정 없는 다문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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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가 아닌 통합프로그램 필요
토론자로 나선 안산 원곡동 문화예술단체인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 대표이자 독립기획자 유승덕 씨는 지난 2년간의 안산 원곡동 사례를 소개하였다. 리트머스는 한국인과 이주민을 구분하지 않는다. 예술가가 있을 뿐이다. 그는 최근의 다문화라는 말이 불편하며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문화로 구분 짓는 게 아닌 삶 자체를 기획하는 게 바로 문화이기 때문이다. 근년 들어서 문화예술활동을 근간으로 한 다문화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단기적인 프로그램에 불과한 데다 지원금에 의존하다 보니 실질적인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항상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하였다. 문화예술기획자들이 다문화프로그램을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문화예술전문가들이 이주민 지원단체, 이주민 커뮤니티와 결합되어 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해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며, 정부의 다문화공모사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낙하산 지원정책에 불만을 토로하며 연속성 없는 일회성 지원프로그램은 결국 소모적일 수밖에 없고, 유럽처럼 장기적인 지원이 진행되어야 비로소 일상에서의 다문화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한국사회의 고립, 문화커뮤니티로 해결
토론자 소모뚜는 한국 생활 14년째로 최근 버마난민 지위를 얻은 이주노동자로 지금은 ‘다문화 다국적+노래단’의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언어는 권력이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언어 때문에 겪었던 한국 사회에서의 고립을 문화로 탈출할 수 있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이주민들과 한국사회 간의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한국에 온 이주민들에게 커뮤니티는 안전한 생활을 위해,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필요하며, 인식에 따라 이 커뮤니티는 단순한 모임에서 정치적, 사회적 의식을 키우는 커뮤니티로 변해간다고 하였다. 특히 이주민들과의 문화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람을 살리는 더불어 사는 문화정책 개발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발제와 토론 이후 청중과의 질의응답을 통한 자유토론시간에는 허울뿐인 다문화공모사업의 문제점, 결혼이주여성에게 편중되어 있는 문화정책, 정부부처의 중복지원에 대한 오류에 대한 지적과 상호토론이 진행되었다. 우리사회가 진정 꿈꾸고 만들어가야 하는 다문화주의 실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이자 철학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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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진아는 익산문화재단 문화예술팀장으로 지역문화 및 시민문화활성화 사업을 맡고 있으며, 전북대 신문방송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한국방송작가협회 정회원이자 KBS 작가, CBS PD로도 일했으며 공저로 『재미있는 전주이야기』가 있다.
jina2600@nat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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