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미래의 아티스트들은 어떻게 하면 ‘자립’하여 활동할 수 있을까. 상업적이지 않고, 자본의 혜택을 덜 받을 수밖에 없는 순수예술은, 일정부분에서 공공이 정책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본다. 공공에 무조건적으로 의지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공공미술의 개념처럼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주관하는 &lsquo;2012 제5회 미래문화포럼&rsquo;이 지난 7월 26일에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실에서 열렸다. 미래문화포럼은 201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문화예술분야의 변화와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하고, 필요한 정책의제를 공유하기 위하여 시작되었다. 2012년은 2011년 말에 발표한 <2012 문화예술의 새로운 흐름(trend) 분석 및 전망>의 10가지 주제를 공유하고 정책적인 시사점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번 주제는 &lsquo;불안한 미래의 예술창작자, 자립에서 길을 찾다&rsquo;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이동연 교수와 소셜 크리에이티브(Social Creative) 박진호 대표의 강연 후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자립음악생산조합’ 발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lsquo;자립음악생산조합&rsquo; 발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자립음악생산조합 : 진정한 독립을 꿈꾸는 &lsquo;어소시에이션&rsquo;

먼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이동연 교수가 &lsquo;자립음악생산조합&rsquo;에 대해 강연하였다. 이동연 교수는 지금까지 홍대 일대의 음악들은 &lsquo;독립&rsquo;적이라는 그들의 정체성에 따라 &lsquo;인디&rsquo;라는 단어로 주로 표현되었고 이는 음악 산업을 움직이는 거대 산업에 굴복하지 않고 그들만의 자율적인 음악 활동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런 표현은 &lsquo;인디 음악 씬&rsquo;의 초창기 모습으로, 최근 홍대 기반의 인디 음악들은 월드컵에 의한 시장 활성화,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 시장 평정 등의 사회적 현상에 발맞추어 현실적으로 살 길을 강구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생태계 변화 속에서 자립음악생산조합은 &lsquo;인디&rsquo;가 본래 의미를 실천하기에는 훼손되었음을 주장하고 &lsquo;자립&rsquo;이라는 단어를 통해 &lsquo;홍대&rsquo;를 벗어나 음악적 삶의 자립을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동연 교수가 소개한 자립음악생산조합에는 기획자, 제작자, 밴드 등 8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음악권, 노동권, 생활권 등 그들의 음악 활동에 꼭 필요한 것들을 원칙으로 정해놓았고 그들은 최소한의 자본으로 음악 생활을 하면서 사회와 함께 하는 공동체를 실현하고자 한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서 자립음악생산조합이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해서도 제시하였다. &lsquo;음악 씬&rsquo;에서 자율적인 주장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일단 조합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더 많아질 필요가 있으며, 생산조합이기 때문에 소비자를 어떻게 만나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또한, 소비자들이 의심 없이 그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그들만의 차별화된 콘텐츠 역시 다양하게 생산해야 하며, 새로운 문화적 어소시에이션으로 현실참여와 문화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프리랜서 유니온 : 프리랜서 창작자 협동조합

다음으로 소셜 크리에이티브(Social Creative) 박지호 대표의 발표가 이어졌다. &lsquo;사회적 약자&rsquo;인 프리랜서들은 왜 생산만하고, 그들의 삶과 생활은 없는지, 예술인복지법과 실업급여 등을 통해 프리랜서들의 기본 생활권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시작하였다.

박 대표는 일본의 로프트워크(Loftwork), 미국의 프리랜서 유니온(Freelancer Union)등을 언급하며, 이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자기소개 및 프로필 등을 함께 공개할 수 있도록 하여 시너지 효과를 꾀하고 있음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이런 식의 네트워크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lsquo;프리랜서 창작자 협동조합&rsquo;을 만들었다고 한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들로 구성된 조합은 ';액션, 프로젝트, 아이디어(Action, Project, Idea)';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서 업체와의 계약서 내용 공유 등 혼자 활동할 때의 부족했던 점을 조합을 통해서 보완하고 있다. 이런 식의 조합은 아직까지 모델이 없기 때문에 개척 정신으로 조합을 발전시키고 있고, 프리랜서들이 차별 받지 않고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진정한 &lsquo;자립&rsquo;을 위한 방법이 &lsquo;조합&rsquo;의 형태 밖에 없는가?

조합을 만들어내는 이유 중의 하나는 &lsquo;생산&rsquo;을 용이하게 하고자 함이다. 아티스트끼리 의견을 모으고, 자본을 모은다면 그만큼 에너지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발표의 과정에서 생산 이후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생산할 &lsquo;물건&rsquo;을 어떻게 유통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생산 전에 일차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유통할 곳이 없는데, 작품만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그 작품을 &lsquo;잉여&rsquo;적인 물건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lsquo;인디 씬&rsquo;을 포함하여 아티스트 개인의 예술적 고집 때문에 대중성을 획득하지 못한 것을 과연 &lsquo;조합&rsquo;이 해결해 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은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lsquo;불안한 미래&rsquo;의 아티스트들은 어떻게 하면 &lsquo;자립&rsquo;하여 활동할 수 있을까. 상업적이지 않고, 자본의 혜택을 덜 받을 수밖에 없는 순수예술은, 일정부분에서 공공이 정책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본다. 공공에 무조건적으로 의지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공공미술의 개념처럼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요즘 뜨고 있는 &lsquo;소셜 펀드&rsquo; 부분도 활용해 볼 수 있다. &lsquo;조합&rsquo;을 만든다면, 생산만 함께 하는 것이 아닌 공적기금이나 펀드처럼 아티스트 개인의 힘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조합 내에서 모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관련자료
2011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및 전망 보고서

배정자 필자소개
배정자는 대학로에서 연극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독립기획자로,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 사무국과 홍보마케팅 전문 기획사인 바나나문 프로젝트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는 예술가의 자립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기획자의 자립도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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