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류의 확산으로 문화예술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예술분야의 기반 확충이나 효과적인 지원정책은 아직 미흡한 편인데 반해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번 연재는 공연예술분야에서의 한류가 어떤 의미인지, 현장 종사자들이 어떻게 체감하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지속적인 공연예술한류를 모색하기 위한 향후 과제들을 짚어봤다.
연재순서
① 공연예술한류란 무엇인가
② 왜 공연예술한류에 주목 하는가-산업화
③ 왜 공연예술한류에 주목 하는가-경쟁력
④ 왜 공연예술한류에 주목 하는가-문화적정체성
⑤ 지속가능한 공연예술한류의 모색-공공의 역할
⑥ 지속가능한 공연예술한류의 모색-문화정책적 과제

한류는 음악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장르의 공연예술 관계자들에게 가장 큰 화두이며, 케이팝(K-pop) 아이돌 스타의 해외 진출부터 시작하여 최근의 싸이 열풍까지 음악은 한류의 가장 중심부에 서있다.

한국가수들의 근황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관계자들이나, 호텔을 강남에 잡아줘서 매우 고맙다고 말하는 페스티벌의 게스트, 익숙하게 한국가수의 곡을 연주해서 동영상을 보내오는 해외뮤지션들을 보면 이렇게 한류가 가까이 있나 싶다가도, 정명훈, 장영주, 장한나 등 기라성 같은 연주자가 나오고, 전 세계의 음악콩쿨을 한국학생들이 휩쓸다시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을 한류라 하지 않으며, 매년 많은 국악인들이 국가의 지원으로 국제무대에 진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전통음악이 한류의 중심에 가까이 가고 있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 또 한류는 아득하게 먼 이야기이다.

케이팝을 중심으로 한 상업음악을 제외한 어떤 음악 장르에서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요사이 누구나 가야 하는 길처럼 인식되는 한류. 지금 언론에서 떠들고 있는 한류를 진정한 한류라고 인정하지는 않지만, 결국 전 세계에 한국의 음악공연예술의 한류가 한 번쯤은 흘렀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 가지 방향성에 대하여 고민해 보았다.

가야금 연주 모습

새로운 한류는 본류(本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가 음악한류를 이야기 하면서 자주 예를 드는 것이 스페인의 플라멩코, 포르투갈의 파두, 브라질의 삼바 등인데,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한류와 현재의 한류 간의 가장 큰 괴리감을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위에서 예를 든 음악들은 그냥 음악의 장르가 아니라 그 민족과 국가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음악들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플라멩코와 함께 수백 년을 울고 웃었고, 전 세계 사람들은 플라멩코를 들으면서 자연스레 스페인의 모든 것을 떠올리며, 실제로 스페인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그 음악을 통해 스페인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은 한류를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출발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는 한류를 통하여 무엇을 얻고 싶은가에 대한 방향성의 문제이기도 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 한류를 통하여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경험하고, 미래를 상상하게 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우리의 가장 근원적인 모습부터 시작을 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에 아리랑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었다. 아리랑은 지금까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노래라고 알려져 있으며,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슬픈 선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울게 하고 웃게 했다. 굳이 찾자면 아리랑과 같은 콘텐츠가 음악한류의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음악이지만, 우리의 역사이고, 우리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한류는 일류(一流)이어야 한다

세계의 음악공연예술시장은 날로 상업화, 전문화가 되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속에서 한류가 하나의 브랜드를 가지기 위해서는 한국의 음악공연예술이 세계에서 일류가 되어야 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온 음악에 대하여 아무도 그 수준에 관하여 평가하지 못하였다. 그저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온 신비롭고 새로운 음악이었고, 아무도 그 음악에 대하여 연구하거나, 다른 음악과 비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해외의 다양한 음악 장르에 대하여 그것이 최상급 공연인지 아닌지를 구별해 낼 수 있는 것처럼, (이것은 상업적인 평가가 아니라, 예술적 평가를 말하는 것이다) 세계도 우리의 음악을 판단하고 평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기에, 요즘 들어 우려스러운 두 가지 부류의 연주자가 있다. 한 부류는 자신의 실력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해외공연 나가기에만 급급하며, 자신의 음악이 한국음악의 정수인 체 하는 연주자이고, 또 한 부류는 뛰어난 자신의 실력을 믿고 아마추어 수준의 연주자들을 함께 데리고 나가 공연을 하는 연주자이다. 특히나 서양의 악기가 포함된 경우는 더욱 더 한심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는데, 서양음악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동반되지 않거나, 수준 미달의 연주자가 동행하여 도리어 전체적인 평가와 수준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우리의 음악공연예술의 수준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자리에서조차 종종 볼 수 있는 이런 일들은 한류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 중의 하나이다.

장구를 연주하고 있는 노름마치 공연 모습

▲ 노름마치의 공연 모습

외국 팀과 서로의 전통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노름마치의 모습
▲ 노름마치의 공연 모습

새로운 한류는 합류(合流)와 교류(交流)가 함께할 때
비로소 성공 가능하다

이제는 음악공연예술 그 자체로만 한류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를 위하여 가능한 모든 시스템과 관계자가 함께 힘을 쏟아야 한다. 직접적으로는 각종 관계기관들의 역할분담과 지원시스템 개발, 조직적인 홍보마케팅 등이 있을 수 있고, 간접적으로는 연주자 양성을 위한 교육시스템, 국내 내수시장의 활성화, 각 음악공연예술 분야에 대한 연구와 아카이브 구성 등이 있을 수 있겠다. 또한, 이러한 한류가 일정 부분의 시장성을 가지지 않고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문화를 기반으로 한 산업으로의 접근도 필요하며, 현재는 이러한 시스템 전체가 그 나라의 문화예술의 수준이라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문화사적 관점으로 비틀즈가 인도의 라비 샹카를 스승으로 모시고 음악적인 교류를 시작한 것이 동양의 문화가 서양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듯이, 다양한 문화를 기반으로 한 연주자들 사이의 끊임없는 교류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일방적으로 우리의 음악공연예술을 퍼다 나르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음악은 다른 어떤 장르보다 쉽게 정체성을 가지게 할 수 있으며, 변형 및 협업이 용이하기 때문에 비단 같은 음악뿐만 아니라, 무용과 연극,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와의 교류 속에서도 새로운 한류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의 한류는 지나치게 상업적인 태생적 한계와 기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연문화예술인들에게 하나의 “스트레스성 대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류가 확대되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뿐, 그 성공 유무에 상관없이 우리의 많은 공연예술들은 충분히 고귀하고, 위대하다는 사실이다.

조금은 늦은 감이 있지만, 황병기와 빌리 조엘이 함께하는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김덕수와 U2가 함께 연주하는 ‘진도 아리랑’을 들을 날을 꿈꿔본다.

계명국 필자소개
계명국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LG아트센터 공연기획팀에서 근무했으며 2007년부터 (사)자라섬청소년재즈센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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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지속가능한 공연예술한류의 모색-공공의 역할
⑥ 지속가능한 공연예술한류의 모색-문화정책적 과제
⑦ [칼럼] 우리가 한류에 대해 착각할 수 있는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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