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자극적이다. 예술가에게 안정되고 편안한 요소는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데 좋은 요소가 아니다. 그렇다고 환경을 크게 바꾸며 작업을 해온 것은 아니다. 인간의 삶 자체가 끊임없는 변화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결과가 나올 거라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것, 그것이 힘이 되어 또 다른 원동력이 된다. 나는 누구하고도 비교되고 싶지 않다.
춤공간 Shin의 무대
2011년 한일공동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공연「영상과 춤의 만남」

▲▲ 춤공간 Shin의 무대
▲2011년 한일공동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공연「영상과 춤의 만남」

부산춤공간 Shin(이하 Shin)은 신은주무용단이 상주하고 있는 무용전용극장으로 2011년 8월 문을 열었다. 부산진구 범천동 미래병원 건물 10층과 11층이 Shin의 전용공간으로 건물 입구에서 극장까지 올라가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다. 10층은 극장, 11층은 레지던스 공간으로 이용한다. 천장이 높은 공간을 활용하였고, 무대는 턱을 만들지 않고 댄스 플로어를 객석 앞까지 이어 놓았다. 이 블랙박스 형태의 극장에서 관객은 춤추는 무용수의 숨소리를 바로 앞에서 느낄 수 있다.

Shin은 춤 전용극장이 보기 드문 부산에서 전문 춤 단체의 예술감독이 극장을 운영한다는 것만으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충분하다. 또한 자체적으로 레지던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Shin의 신은주 대표는 춤은 국제교류에 있어 단순히 작품을 선보이는 일회성 작업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해나가기 위한 공동 작업이 필요하고, 그를 위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어느 예술장르보다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춤은 몸을 쓰는 작업이기에 사람과 사람과의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Shin, 그리고 신은주

고영란 예술가에게 있어 공간의 의미는 특별하다. 당신에게 있어 Shin은 어떤 곳인가.

신은주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소망보다는 내가 뜻하는 춤의 길에서 연구해가며 함께 나누어가는 것을 실현하는 곳이 필요했다. 자유롭게 만들어내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행시키는 곳, 갇혀있기보다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열어가기 위한 구도求道, 거기에 극장이 있다. 극장을 통해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성을 생각한다. 내게 있어 극장은 다른 세계를 가진 사람들과의 교합지점이다.

고영란 Shin의 문을 열기 전, 개인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했다고 들었다. 스튜디오와 극장은 차이가 있다. 공간을 확대한 계기는 무엇인가.

신은주 2007년 남천동에 S스튜디오를 마련했었다. 작업공간이 필요했고 절실했었던 시기였다. 그곳에서 개인과 무용단의 연습뿐 아니라 가끔 사람들을 초대해 공연을 하기도 했다. 예술과 관계된 사람도 있었고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을 초청해 작은 공연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공연의 특성을 살리기에 제한된 느낌을 받았다. 춤 공간이 주는 공간성에 대해 고민했다. 내가 원하는 작품을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시스템을 갖춘 곳이 필요했다. 그러던 와중에 공간 메세나를 받게 되어 극장을 만들게 됐다.

고영란 어떤 과정을 통해 공간 메세나를 받게 된 것인가.

신은주 2008년 부산시가 메세나사업을 추진했을 때 인연이 되었던 기업이 대창메탈, 부산학원, 환경바이오다. 당시, 남천동에 있었던 S스튜디오는 지하공간이었다. 그 공간에서 메세나 기업들을 초청해 작은 공연을 열기도 했다. 기업에서는 S스튜디오에서의 작업과정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했다. 그때 부산학원에서 건물의 비어 있는 층을 선뜻 내주었다. 대창메탈과 환경바이오에서는 극장 내부를 만드는데 적극 협조해주어 Shin을 개관하게 됐다. 이 기업들은 지금까지도 메세나를 해주고 있다.

고영란 메세나 기업과의 관계를 어떻게 계속 유지할 수 있었나.

신은주 메세나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Shin에서는 기업의 문화 활동과 기업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공연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기업과 예술문화가 같이 갈 수 있는 방향을 함께 도모하고 있다. Shin의 공연뿐 아니라 외부의 기획공연 때도 기업의 직원들과 학원 강사, 학생들을 항상 초청해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메세나 기업들이 Shin과 신은주무용단의 활동을 지켜보며 성장의 기쁨을 함께할 수 있도록 늘 연계하고 있다.

고영란 공간을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과 보람된 점은 무엇인가

극장에서의 워크샵 모습

▲ 극장에서의 워크샵 모습

신은주 극장을 운영하기에는 부산의 문화실정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공연도 중요하지만 공연을 위한 준비 작업도 중요하다. 부산에는 공연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Shin도 공간의 하드웨어적인 시스템 측면은 갖추고 있지만 전문 인력이 없다. 대표인 내가 운영부터 기획, 감독, 안무까지 다 하는 실정이다. 춤 공연에는 무대뿐만 아니라 조명, 음악, 기획 등 다양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공연에 필요한 인재양성이 부산에서는 시급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2012년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에 선정된 것이다. 덕분에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고 무용단 단원을 상근직원으로 채용해 단원들의 급료도 조금씩 줄 수 있게 되었다. Shin에서의 레지던스 작업을 통해 단원들의 역량도 강화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안정적인 활동을 하기에 공간 가동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공간을 가지고 있기에 새로운 기획을 할 수 있고 그를 통해 예술문화의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건 큰 보람이다.

지역은 제한된 틀이 아니다

고영란 기획한 일들을 실행하는데 있어 지역이기 때문에 가지는 어려움은 없었나.

신은주 중앙에 비해 문화의 시장성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발전가능성이 굉장히 많은 곳이 부산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관심도와 반응이 높지 않다. 예술이 갖는 공공성과 예술성에 대한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다. 상주단체 지원으로 레지던스 공연과 극장 공연을 하면서 다양한 관객들을 만나게 되어 대상과의 관계성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런 고민들 속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지역이라는 특성이 어떤 제한성을 두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산은 바다라는 천혜의 자연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축복받은 곳이다.

고영란 예술성과 공공성에 대한 고민들 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당신이 펼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어떻게 결합시키나. 먼저 부산국제춤마켓부터 이야기해보자.

신은주 2010년부터 부산국제춤마켓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국 공연문화에 대한 정체성 파악과 세계 춤 시장의 흐름을 알고자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행사에 대한 정체성을 되묻게 되었다. 부산이라는 이름을 걸고 하는 행사이기에 부산을 덧입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는 극장공연과 야외공연으로 나눠져 있다. 항상 원하는 공연을 할 수는 없지만 관객들이 보고자 하는 것이 뭔지를 찾는 것은 필요하다. 특히 야외공연에서는 부산의 특성을 살리려 노력하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춤마켓은 4회를 맞이한다. ‘춤의 오늘과 이 시대’라는 주제를 담아 열흘 간 민속춤과 컨템포러리, 심포지엄으로 3단계로 진행할 예정이다.

고영란 개인이 국제적인 춤마켓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부산국제춤마켓, 레지던스 사업 등 다른 지역과의 활발한 교류를 진행해 오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 공연「그 꽃 한송이」

▲ 일본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 공연
「그 꽃 한송이」

신은주 다른 나라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모르던 시절의 국제교류는 한국을 소개하는 식의 공연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이라는 문화를 깊이 알고자 하는 정서가 많다. 그래서 예술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제교류는 하루아침에 하자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다년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초청공연을 다니며 공연을 보여주는 걸 경험하는 것보다 그 나라의 문화를 직접 경험해서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공연만 하고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정서와 문화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는 공동 작업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 역할을 레지던스가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국제교류를 통해 세계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게 되고 또 다른 발견과 자극을 받게 된다.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호기심 속에 사람을 이해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춤 하나, 언어 하나를 발견하는 시간에 정성이 들어가고 그것을 구체화시켜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작업이 되려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녹아있어야 한다. 그래서 특히 춤은 레지던스가 필요하다.

고영란 Shin에 마련돼 있는 프로그램은 다양한 걸로 알고 있다. 레지던스 사업 외에도 교육프로그램과 정기공연 등은 올해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신은주 정기공연에서는 부산의 이야기를 담을 거다. 지난해는 물을 주제로 한 <파란波瀾> 을 공연했고 올해는 <바다굿>이라 해서 전통과 현대, 그리고 다른 장르와의 협력을 통한 융합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으로는 명상음악과 함께하는 치유 프로그램과 어린이, 소외계층 프로그램이 있다. 예술꽃 씨앗 학교의 예술교육에도 참여하여 문화예술교육의 창조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실버프로그램도 마련해 노인들의 시간적 여유를 춤과 연관된 활동을 통해 건강한 삶의 재발견으로 연결하고 싶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작년처럼 부산의 명소 거리춤을 계획하고 있다.

어떤 것이든 처음부터 계획하고, 성공을 꿈꾸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니다. 좀더 진정하게 나를 바라보는, 삶을 바라보는 그래서 마음이 일치되는 삶을 추구하고 또 다른 방법들을 생각하면서 가고 있다.

고영란 현시점에서 공간 Shin의 대표이자 예술감독인 당신은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지향하고 있나.

신은주 우리 내면의 생명은 바다의 물과 같다. 나는 춤과 함께하는 삶을 사랑하고 노력하는 시간 안에서 깨어있고자 한다. 공간의 대표로서는 관객의 입장에서 차별화된 공연을 기획해야 한다. 예술감독으로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전통의 이야기를 풍성하고 깊이 있게 다뤄야 한다. 그런 것들을 근간에 두고 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춤이 새로운 언어로 만들어지는 것에 주력할 예정이다.

신은주 사진
신은주 신은주는 1988년 대학 4학년 때 KBS부산 무용 콩쿠르 대상을 수상했고  제9회 ‘몸’지 주최 무용예술상 무용연기상, 제1회 현대미학사 PAF 우수안무가상과 2011년 올해의 전문무용인상 최고상을 수상했다. 1997년 한국창작춤패인 [신은주무용단]을 창단하고 2007년 S스튜디오를 운영, 2010년 부산국제춤마켓을 기획·개최하며 본격적인 해외교류사업을 시작했다. 2011년 부산춤공간 Shin을 개관, 극장과 레지던스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부산춤공간 Shin은 현재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에 레지던스 사업으로 선정돼 지원받고 있다.
고영란 필자소개
고영란은 부산교육대학교 대학원에서 공연예술교육을 전공, 현재 월간 예술부산의 기자로 재직하며 도시재생문화공간과 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09년 월간 문학도시 신인작가상으로 등단했으며 2012년 발간한『부산예총50년사』의 예총 부문의 편집위원을 맡고 집필에 참여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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