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13 예술경영 아카데미 LINK

▲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13 예술경영 아카데미 LINK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으로 공연예술 분야 1~2년차 기획자 및 제작자 대상의 역량강화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공연기획제작 특강을 시작으로 4주간의 창의력 강화 러닝 커뮤니티, 그리고 2박 3일간의 기획력 강화 실전 워크숍까지, 약 두 달간 3단계의 체계적인 흐름으로 기획된 획기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좋아하는 공연을 통해 세상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일으켜보겠다는 거창한 꿈을 안고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 주 한 해를 거듭할수록 기존의 프레임에 갇혀 목적 없이 허겁지겁 누군가를 뒤쫓아 가는 듯한 자신을 발견했다. 흐트러진 마음가짐을 다잡고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선택한 프로그램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새로운 배움에 목말라 있는 동지들을 만났다.

공연기획제작 특강- 기본을 다지고 시야를 넓히다

오전 9시 사무실 책상이 아닌 대학교 강의실에서 하루를 시작하며 오랜만에 1학년 개강 첫날의 설렘을 느꼈다. 이어진 첫 강의, 첫 질문. 당신의 공연은 어디서부터 시작합니까? 공연업에 종사해오며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에 바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두산인문극장, <사천가>, <목란언니>,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 등 예술성, 사회성, 대중성을 겸비한 다양한 작품들을 기획, 제작해온 두산아트센터 김요안 수석프로듀서는 이러한 물음에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ldquo;공연기획제작 프로세스는 동시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발전되고, 새로운 예술로 확장되고 있다.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발굴해낸 관객의 요구는 씨앗이 되고 기획자는 이를 발화시켜 열매를 맺게 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시대적 흐름을 주시하고 대상을 관찰하는 것이다.&rdquo; 첫날부터 그간 놓치고 있던 기본을 상기시켜주는 중요한 강의였다.

뮤지컬이라는 한 분야에만 몸담고 있다 보니 마치 우물 안 개구리처럼 바깥 세상을 보지 못한 채 제한적인 시각으로 문화예술계 전체의 흐름을 바라보고 판단해온 것 같다. 특강 이틀째 펼쳐진 전시, 무용, 국악, 축제 등 다양한 장르 매체 간 일어나고 있는 협업과 융합사례발표 및 강연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도심 속 버려진 공장 건물은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되고 이러한 이색적인 공간에서 현대무용과 록밴드가 협연을 펼친다. 한국전통 국악은 호주 단체와 연계되어 재즈, 퍼포먼스와 융합되고, 축제는 지자체와 협업하여 지역예술교육의 기반이 되고 있다. 문화를 통한 다양한 협업과 융합의 아이디어 및 사례를 접하며 나는 어떻게 창의적인 생각을 발현하여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기획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이는 특강 후 4주간 펼쳐질 창의력 강화러닝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된다.

▲ 러닝 커뮤니티의 발표 모습

▲ 러닝 커뮤니티의 발표 모습

창의력 강화 러닝 커뮤니티-&ldquo;너에게 나를 보낸다&rdquo;

때론 일에 대한 과도한 애정과 집중력이 철옹성 같은 자기만족과 위안을 초래하기도 한다. 마치 내가 스티브 잡스가 된 것처럼 스스로 기획한 일에 유혹 당한다. 그리고 이내 좌중의 미흡한 반응에 수많은 좌절을 경험하며, 사회와 업계가 정해놓은 틀에 나를 맞춰가기 시작한다. 매주 수요일마다 4주간 펼쳐진 창의력 강화 러닝 커뮤니티는 나를 되돌아보며, 협업을 통해 콘크리트처럼 딱딱하게 굳어져버린 생각의 틀을 깨고 기획자로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의력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수업의 시작은 간단한 질문에서 출발하였다. 여러분이 4주간의 시간 동안 배워가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ldquo;창의력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것.&rdquo; 공연계에서 감히 &lsquo;칼퇴&rsquo;를 하며 만원 지하철을 지나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강의장에 모인 우리는 모두 하나의 목소리도 답했다. 그 간절한 바람에 이어진 두 번째 질문,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창의력은 무엇입니까? 수많은 창의력 대장들이 모인 광고판에서 영화 카피라이터로 독보적인 행보를 쌓아온 윤수정 강사의 질문에 다들 묘한 자신감과 확신에 찬 미소를 보였다. &ldquo;뭔가 새로운 것, 남들과는 다른 생각&rdquo; 등 모두가 외쳤던 답은 &lsquo;차별화&rsquo;라는 키워드로 모아졌다. 시나리오에 설정된 완벽한 오답을 치유하기 위해 잘못된 차별화를 적용했던 창의력의 실패 사례들이 소개되었다. 대상이 공감하지 못하는 생각들을 강제로 주입시키려 들거나 내가 돋보이기 위해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행위들. 창의력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된 다양한 실패 사례들이 공유된 후, 진정한 창의력을 위한 해답이 한 문장으로 정의되었다. &ldquo;너에게 나를 보낸다&rdquo;



당신은 크리에이티브 한 사람입니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질문에 자신이 없어졌다. 세상이 정해놓은 큰 틀 안에서 우리는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잘못된 답을 지적받는다. 이런 실패의 트라우마 때문일까. 내가 던진 답이 오답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현장에서 자꾸만 나를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자신을 믿고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 나만의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 가는 것. 크리에이터로서 나를 파악하고 나를 찾아가는 강의의 시작은 몸을 활용한 몇 가지 간단한 심리 테스트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 맞닿은 손바닥의 길이가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눈을 감고 한쪽 손바닥을 힘차게 흔들며 커지고 있다는 암시를 건다. 그리고 다시 손을 맞대었을 때 한쪽 손바닥이 커지는 기적을 경험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의 바로미터를 나타낸다는 말에 내심 안도감을 느끼며, 나의 강한 믿음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새삼 놀란다. 이렇듯 우리는 &lsquo;너(관객)&rsquo;에게 다가가기 위한 문화기획을 함에 앞서 첫째, &lsquo;나&rsquo;를 믿음과 동시에 주도권 가지고 즐겁게 일해야 하며, 둘째, 전문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ldquo;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rdquo;에 대한 질문을 통해 지속적으로 목적의식을 되새겨야 한다. 주도권, 전문성, 목적의식 3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 근거 있는 자신감이라면, 실로 모든 것이 답이 될 수 있으리란 강한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이는 창의적 기획을 함에 있어 장애 요소가 되었던 나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날려버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 러닝 커뮤니티 윤수정 강사의 강의 모습

▲ 러닝 커뮤니티 윤수정 강사의 강의 모습

&lsquo;나&rsquo;의 스토리텔링을 &lsquo;너(관객)&rsquo;에게 보내기

&ldquo;지피지기면 백전백승&rdquo;이라 했던가? 끊임없는 관찰과 질문을 통해 파악된 &lsquo;너(관객)&rsquo;에게 근거 있는 자신감이 충만한 &lsquo;나&rsquo;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lsquo;보내는&rsquo;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 찾아왔다. &ldquo;꿈과 스토리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rdquo; 미래학자 롤프 옌센의 『드림 소사이어티』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시작된 수업에서 사람들은 왜 이야기에 감동하고, 또 이야기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다양한 미션이 실시되었다. 그중 자기소개 미션은 이야기의 힘을 즉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선생님은 두 명의 화자 중 나에게 다가와 인생을 살면서 슬펐던 순간을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모든 소개가 끝남과 동시에 선생님은 청자에게 소개 내용을 상기시켜보라고 요구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적인 소개 항목을 나열한 사람의 이야기는 기억하지 못한 채 18년 동안 키웠던 반려견이 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을 이야기로 풀어낸 나의 이야기와 소개를 기억할 뿐이었다. 이렇듯 사랑, 우정, 이별 등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본 공통의 감정을 발굴하여 &lsquo;너(관객)&rsquo;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나만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소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크리에이티브가 반영된 기획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물에 영혼을 불어넣을 때면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이 합법적 마약으로 재탄생하고 평범한 검은색 머리 끈은 머리카락을 움켜쥔 1인 독재자가 되었다. 때론 서로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첫 대면부터 분주하게 대화하고 생애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첫 경험을 같이 공유하고 실행한다. 강의실 의자에 앉아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수업이 아닌 생각하고 실천하는 미션들을 수행하며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도 행복했던 네 번의 수업 말미에 윤수정 선생님은 항상 다음과 같이 말했다. &ldquo;재미있었나요? 바로 이게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일입니다. 나의 심장 뛰지 않는데 그 누가 내가 만든 콘텐츠를 기억하겠습니까? 의무감이 아닌 가슴 떨림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대상에게 놀라운 첫 경험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창의적인 기획입니다.&rdquo;

▲ 워크숍 참가자들의 단체 사진

▲ 워크숍 참가자들의 단체 사진

기획제작 워크숍-기획자의 길

쉼 없이 달려온 지난 두 달여 간의 특강과 러닝커뮤니티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2박 3일간의 워크숍이 가평에서 펼쳐졌다. 징검다리 연휴 때문인지 평소 1시간 30분 거리의 연수원에 5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하였고, 모두들 피곤함을 느꼈지만 대학 MT 이후로 근 10년 만에 찾은 가평의 공기는 모든 것을 상쇄시킬 만큼 상쾌했다.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글쓰기 핵심 전략 강의에 이어 3단계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배우고 훈련했던 모든 것을 실습하고자 프로젝트가 주어졌다. &ldquo;2030년, 20년 후 미래의 공연을 기획하시오.&rdquo;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를 상상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생각을 발현하는 것. 이내 머릿속에는 4주간의 러닝커뮤니티의 배움도 까맣게 사라지고, 2013년의 현실에서 좀처럼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발상을 위한 지속적인 훈련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며 6조 모두 최대치를 끌어올려 무사히 발표를 마칠 수 있었다.

워크숍 3일째, 전체 프로그램을 2시간여 남기고 문화예술계의 원로인 강준혁 이사님의 &lsquo;기획자의 길&rsquo; 강의가 시작되었다. &ldquo;좋은 예술을 접하는 것은 마치 세례를 받는 것과 같아서, 내 에너지의 파장을 한번 튜닝한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rdquo; 공연을 처음 보았을 때의 벅찬 감동을 잊어버리지 못해 공연 일을 시작하였고 이제 다른 누군가에게 가슴 떨림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기획자가 되고자 한다. 이렇듯 좋은 예술의 파장은 끊임없이 퍼져나가 세상을 정화시키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의 감정을 공유하는 선후배 문화 기획자들이 있기에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든든하다.

관련자료
2013 예술경영아카데미 LINK <공연기획제작 특강> 강의 자료
2013 예술경영아카데미 LINK <기획력 강화 워크숍> 워크북 자료

성준명 필자소개
성준명은 대학 시절 뉴욕근교의 자원봉사단체에 근무하며 우연히 접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매료되어 공연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가슴 떨리는 공연을 기획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현재 창작뮤지컬 전문 프러덕션 에이콤 인터내셔날 기획마케팅팀 대리로 근무하며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및 <완득이>의 홍보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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