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術救國. 이 짧은 문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이었던 조성환 선생이 독립운동을 함께 했던 동지 동해 한흥교의 아들인 항일음악가 먼구름 한형석에게 예술을 통해 나라를 구하라하며 내려준 훈구이다. 실제로 한형석은 이후 음악을 공부하고 한국청년전지공작대를 거쳐 이범석의 광복군 제2지대 정훈참모, OSS특수부대 그리고 해방 후에는 동포송환에 이르는 무려 12년간의 독립운동가의 길을 갔다. 그는 이 기간 동안 <압록강행진곡>, <조국행진곡>, <광복군제2지대가>, <국기가> 등 현존하는 대다수의 독립군가를 작곡하였을 뿐만 아니라 <흘러가는 저 구름>, <여명의 노래>, <우리나라 어머니>, <작은 새의 노래>, <자매의 노래> 등 수 많은 서정가곡을 남겼다. 1937년에는 중국 최초의 오페라 <리나>, 1939년에는 한국 최초의 오페라인 <아리랑>을 작곡 발표하였다.


&ldquo;백원의 야서(野鼠)보다 예술교육이 급박하니&rdquo;

그런데 한형석을 주목해야 하는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는 중일전쟁에서 부모를 잃고 방황하는 고아와 부랑아들을 위해 당시 국민당 정부의 지원 아래 &lsquo;중국아동극단';을 만들고 예술교육을 통한 전쟁 상흔의 치유와 희망 만들기를 계속 하였다. 1948년 귀국 후 그는 정부 고위직을 마다하고 고향 부산에 내려 와서도 한국전쟁에서 버려진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해 자신과 친지들의 사재를 모아 &lsquo;자유아동극장';을 설립 하였다. &lsquo;자유아동극장';은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의 효시이다. &ldquo;백원의 야서(野鼠)보다 중요한 예술교육이 급박하나 나라의 사정이 궁핍 하고 풍전등화로 여기에 미치지 못하니 뜻 있는 몇 사람이라도 먼저 나서는 것이 후대의 동량을 위해 마땅하다&rdquo;는 창립선언의 문구는 지금 들어도 가슴 뭉클하다.

지난해 내한 공연을 통해 화제를 몰고 왔던 엘 시스테마 &lsquo;시몬 볼리바르 유스오케스트라';의 음악성과 역동적 모습에서 우리는 구스타브 두다멜의 천재성보다 더 소중한 이면을 바라보아야 한다. 1975년 존경 받는 경제학자이며 첼로 연주가였던 에브라우 박사는 마약과 총기사용, 폭력으로 방황 하는 빈민층의 아이들 10여 명을 모아 베네수엘라 도시의 작은 차고에서 음악교육을 시작 하였다. 이후 이 음악교육프로그램이 문화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청소년의 사회공동체 의식을 배양하는 사회학적 건강성에 주목한 정부는 엘 시스테마 라는 국가적 프로그램으로 확대 하였으며, 급기야 &ldquo;모든 국민은 음악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rdquo;는 구절을 헌법에 명시하기에 이른다.


국가의 관심 여부 성과에서 엄청난 차이

그 동안 시스테마를 통해 배출된 인원이 40만 명을 넘고 베네수엘라 전역에 127개의 유스오케스트라, 100여 개의 어린이 오케스트라가 활동하며 37만 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 한다고 한다. 베네수엘라는 두다멜과 루이스라는 세계적 지휘자와 연주자를 배출 하였고 세계 최고 수준의 클래식 강국으로 성장 하였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엘 시스테마 청소년들이 예술 분야는 물론 진출한 각자의 사회분야에서 공동체 실현에 앞장서는 건강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음악활동을 통한 직업의 기회가 많아 졌으며, 이러한 성과들이 그들의 이웃과 조국에 환원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형석과 에브라우. 한 개인의 선각적 의식이 경우에 따라서는 한 국가의 문화역량에 얼마나 크게 기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다만 그 선견지명에 대한 국가의 관심 여부는 성과에서 엄청난 차이를 가져 온다. 문화예술정책의 목표가 예술인 중심이냐 또는 국민이냐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한 국가의 문화예술정책과 경영에 있어 이들 두 선각자의 사례는 깊이 고민하고 배워야 할 문화적 사건이 아닐까 한다. 지난 설날 해양문화학자인 철학가 이지훈 박사가 보낸 문자메시지의 맨 뒤의 문구이다. 藝術救國 !!!


차재근

필자소개
차재근은 부산문화예술교육협의회 회장, 전문예술단체한울림합창단 대표, (전국)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동아시아 한민족디아스포라 네트워크 예술감독을 맡고 있으며, 동아대학교 음악문화학과 대학원 석박사과정에서 문화예술교육과 예술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