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플라잉 심포니 키즈 콘서트_프스터

지난겨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Frozen)>이 극장가를 휩쓸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 작품은 계절을 지나 봄까지 열풍이 이어지며 애니메이션 부문 흥행 역대 1위를 차지했다. 바람은 극장을 벗어나 곳곳으로 불었다. 이디나 멘젤(Idina Menzel)의 &lsquo;렛잇고(Let it go)&rsquo;가 히트하며 OST가 차트 정상에 올랐고, 관련 서적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다시 썼다.

클래식 음악 공연계에도 애니메이션의 바람이 예고됐다. 주식회사 토스터가 기획한 <플라잉 심포니: 키즈 콘서트>';가 관심의 초점이다. <플라잉 심포니>는 직접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상에 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 &lsquo;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rsquo;과 &lsquo;동물의 사육제(Carnival of the Animals)&rsquo;를 연주하는 형식의 공연이다. 피아니스트 조재혁, 이효주, 이병욱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참여한다. 5월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공연을 앞둔 이 공연을 기획한 토스터의 허성일 이사를 만났다.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가 더해진 3D 애니메이션

류태형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영화계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허성일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부터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갔다. 아버지는 미국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셨다. 졸업을 하고 전공을 따라 금융계에서 짧게 약 2년 정도 일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세상이었고, 오래 하지 못할 일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후 바로 영화 일을 한 건 아니다. 여행을 많이 다녔다. 유럽과 인도를 혼자 누비다 보니 하고 싶은 걸 시도할 용기가 생겼다. 좋아하던 영화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전부터 개봉하는 영화는 빠지지 않고 보곤 했다.

그렇게 결심한 이후 명필름(당시 MK픽처스)에 들어갔다. 영화 공부를 했던 것도 아니고 할 줄 아는 게 영어밖에 없었다. 해외사업팀으로 시작했고 현장에도 참여하며 영화를 배웠다. 이후 20세기폭스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제작투자를 맡게 됐다. 한국에서 한국 배우와 감독, 시나리오를 갖고 한국 영화를 만든다. 20세기폭스가 참여한 작품 중에는 2013년 신하균이 주연한 <런닝맨>을 꼽을 수 있다.

류태형과 허성일

류태형 20세기폭스에서 한국 영화 제작투자를 맡으면서 클래식 음악 공연 콘텐츠 제작에도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

허성일 인도 여행 중에 토스터 김승주 대표를 만났다. 의기투합한 거다. 내가 먼저 클래식 음악 공연 콘텐츠 사업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2012~2013년 <코리안 심포니: 키즈 콘서트> 초연 때 제작 및 연출을 담당했다.

류태형 토스터는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

허성일 예상하셨다시피 빵 굽는 토스터(toaster)에서 온 이름이다. 단 회사명은 &lsquo;toastor&rsquo;로 철자가 다르다. 갓 구운 빵처럼 바삭바삭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다. 클래식 음악을 비롯해 문화 전반의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플라잉 심포니: 키즈 콘서트>다. 1번 타자로 클래식 음악과 애니메이션의 융합을 계획한 거다.

류태형 <플라잉 심포니: 키즈 콘서트>가 5월 2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말씀대로 클래식 음악과 애니메이션의 결합이다. 두 예술 장르의 결합은 이미 디즈니의 <판타지아>로 익숙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다. 이번 프로젝트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 <플라잉 심포니>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허성일 <판타지아>는 훌륭한 작품이다. <판타지아> 이후에도 여러 시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영화에 창조적인 편집을 가해서 만들어내는 콘텐츠들이 이어졌다. 우리는 곡을 먼저 선정한다. 그 곡에 맞춰서 우리만의 재해석을 통해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판타지아는 극장 상영용이지만 <플라잉 심포니>는 만들어놓은 영화에 음악을 따다 붙이는 것이 아니고,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세상이 그리워하는 아날로그 감성을 담는다

류태형 우리나라 영화 관객과 클래식 음악 콘서트 고어의 특징을 고려할 때 <플라잉 심포니>는 초점을 어디에 두었는가?

허성일 우리나라 영화 관객은 20대 여성 층이 가장 크다. 한국 영화가 발전함에 따라 애정도 예전보다 커졌다. 예전처럼 마케팅을 통한 수단이 없이도 요즘은 콘텐츠가 좋으면 입소문을 통해서 관객들이 찾는다. 요컨대 콘텐츠 자체가 좋아야 한다. 이런 면을 클래식 음악에서도 기대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가 많지만, 우리가 잘 할 수 있고 자부심을 갖고 있는 애니메이션과의 결합을 통해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려 한다. 우선 아이들이 좋아해야 하고, 함께 온 가족도 빠져들 수 있어야 한다. 가족과 아이들이 다 함께 즐기고 음악을 즐겁게 접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콘텐츠를 지향하고 있다.

류태형 <플라잉 심포니>의 연주곡으로 &lsquo;동물의 사육제&rsquo;와 &lsquo;호두까기 인형&rsquo;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또 이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하는 데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은?

2013년 5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키즈 콘서트> 공연

▲2013년 5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키즈 콘서트> 공연 (사진제공_토스터)

허성일 2012년과 2013년에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주도하고 토스터가 애니메이션 제작 참여하는 식으로 <키즈 콘서트>를 공연했다. 당시엔 &lsquo;동물의 사육제&rsquo;와 림스키 코르사코프 &lsquo;셰헤라자데&rsquo;를 다뤘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관객 개발과 아이들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서 시작된 프로젝트인데, 호흡이 잘 맞아 우리 토스터가 계속 발전시켜 나가게 됐다. 영상과 음악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음악을 고르려 노력했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익숙한 음악, 가족이 함께 봤을 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고르려 했다.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해석을 선보일 것이다.

애니메이션 <바비 인형> 시리즈에도 &lsquo;호두까기 인형&rsquo;이 있었다. 발레리나 모션 캡처도 했었는데 우리는 이야기로서, 스토리텔링 자체가 그 안에서 음악이 대사처럼 나오면서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심어주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자체 기획하고 줄거리를 만들었다. &lsquo;동물의 사육제&rsquo; 역시 단편적인 동물들의 나열이 아니라 큰 그림에서 보면 이야기가 이어지는 스토리텔링 측면으로 접근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캐릭터 디자인, 이야기를 만들고 세계관을 만든 것이다. 각 25분 넘는 애니메이션으로 총 50분 분량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짧은 시간과 부족한 인력을 야근과 밤샘으로 커버했다. 그간의 노하우와 직원들의 의기투합으로 첫 사례를 잘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재단생한 생상스의 음악 ‘동물의 사육제’ 중 사자와 노새, 피아니스트 캐릭터


▲3D 애니메이션으로 재단생한 생상스의 음악 &lsquo;동물의 사육제&rsquo; 중 사자와 노새, 피아니스트 캐릭터 (사진제공_토스터)

<플라잉 심포니>는 보편적인 콘텐츠다. 한국어 대사로 된 콘텐츠, 한국말로 하는 공연은 한국말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우리는 대사가 없이 캐릭터의 행동과 음악뿐이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보편성을 갖는다.

류태형 <플라잉 심포니>를 실현시키면서 힘들었던 점은? 그리고 힘을 얻었던 점은 무엇인가?

허성일

허성일 새로운 것을 추구하다 보니 우리가 추구하는 작품을 보기 전까지 업계에 알리는 게 힘이 든다. 애니메이션 자체가 금전적으로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는 분야인데, 자체적으로 하다 보니 쉽지 않은 점도 있다. 아직은 플랫폼이 없으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영화 업계에 있으면서 느낀 바가 있다. 세상이 디지털화될수록 아날로그적인 것들을 그리워하게 된다. 일방적인 제시보다는 쌍방향 소통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최근 우리나라에 페스티벌 문화가 자리 잡은 것도 이러한 소통과 아날로그적인 것에 대한 수요와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류태형 다른 분야인 영화계에 있다가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를 겪어봤는데 어떤 점을 느꼈나?

허성일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관객들은 존재한다. 그러나 시장을 개척하는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는 진입 장벽이 높다. 여전히 보수적인 성격이 강한 세계다.

류태형 <플라잉 심포니>의 시장성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향후 토스터의 지향점은 어디가 될까?

허성일 DVD 시장은 많이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IPTV 같은 훌륭한 플랫폼이 생겨서 VOD 형태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해외 오케스트라들이 가족과 아이들을 위해서 공연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는다면 또 다른 형태의 한류가 될 수 있다. 해외시장 개척에 관심이 많다. 해외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고 기대도 된다. 클래식 공연만을 염두에 뒀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사업이다. 공연을 시작으로 원 소스 멀티 유즈를 통한 다양한 시도를 하려 한다. 디지털 콘텐츠로서의 매력도 있지만 일단 매년 한 편에서 두 편 정도의 공연을 <플라잉 심포니> 브랜드로 소개하고 싶다. 하나하나 콘텐츠를 쌓아가면서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더 큰 규모의 &lsquo;어린이 페스티벌&rsquo;을 지향하고 싶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진촬영_박창현(Chad Park)

필자사진_ 류태형 필자소개
류태형은 음악칼럼니스트로, 월간 [객석]에서 기자 및 편집장으로 일했다. KBS 클래식FM의 FM음반가이드(2011)를 진행했고, KBS 1TV 클래식 오디세이 음악 코디네이터를 역임했다. PBC 평화방송 FM음악공감과 KBS 한민족방송 통일열차, SBS 정석문의 섹션 라디오에 출연 중이다. 서울문화재단 평가위원이며 부천필 음악감상반, 여수 예울마루 아카데미 등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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