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단계임을 감안할 때 현 제도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기보다 문화예술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운영 모델 중 하나로 생각하고 다양한 관점에서의 상상과 실천이 필요할 때다. 문화예술인뿐 아니라, 정책을 포함한 기획 매개자, 지역사회, 국가 등의 영역 간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해와 공유가 필요하다.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 기업 논의가 자칫 노동정책으로 치우지지 않고 어떻게 문화예술정책 안에서 의미있게 구체화할 것인가에 상상력과 행동이 필요하다.

지난 7일 삼성경제연구소 웹사이트 포럼 중 하나인 문화정책연구회에서는 ‘문화예술영역에서의 사회적 기업 : 가능성과 한계’를 주제로 내부 간담회가 있었다. 강의실을 가득 채운 참여자들을 보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대부분 문화예술 정책이나 홍보, 마케팅 등 전문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참여한 모임에 외부자로서 어색함도 있었지만, 현장 기획매개자로서 간담회를 지켜보았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관점

<문화예술영역에서의 사회적 기업 : 가능성과 한계> 간담회 현장「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의 현황과 과제」를 발표한 이은애 &lsquo;함께 일하는 재단&rsquo; 사무국장은 사회적 기업의 성장 배경에 대해 고용대책, 사회 서비스 산업 육성, 사회 통합, 섹터 간 가치 혼합이란 측면에서 설명했다. 간담회 내내 이은애 사무국장은 사회적 기업이 전통적 기업, 산업 모델의 정형화 되지 않은, 다른 모델의 상상과 실천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환가치와 수익 창출이라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폐해를 완화하고 틈새를 만들 수 있는 구체적 실천의 시작이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1980년대 중반 빈민운동이나 지역 공동체 운동에서 자체적인 움직임이 있었고, IMF 체제 이후 유럽의 사례가 소개되고, 제도 정비가 이루어져 NPO를 중심으로 활발해지더니 최근 사회적 기업 육성은 100대 국정과제로 채택되었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은 부족한 사회 서비스 확충 또는 취업취약계층의 고용 등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 중, 자체 수익구조를 갖추고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이 법에 따라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증제를 규정하고 인증 받은 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 및 기업 기부, 경영 지원의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전히 사회적 기업에 대한 해석은 다중적이며 이러한 논의는 여타 간담회, 심포지엄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담론에서 매우 중요하다. 자칫 이러한 논의를 소모적이거나 원론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문화예술의 동시대성에 따른 다층적 맥락을 이해하고 다양한 상상과 실천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되기 위해선 민법상 법인, 조합, 상법상 회사 또는 비영리민간단체 등의 조직형태를 갖춰야 하고 유급 노동자를 고용해야 한다.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구조를 갖추고,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이 있어야 하며, 정관이나 규약을 갖춰야 한다는 것도 포함한다. 이쯤 되면 현장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 기획 매개자들은 슬슬 머리에 스팀이 나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예비 사회적 기업 지원을 통해 사회적 기업으로 가기 위한 사전 준비 단계 지원도 활발하다. 2008년 11월 말 현재 218개 인증 사회적 기업 중 11개가 문화예술분야로 분류되는데, 제조, 복지, 재활용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이다. 또한 작년 연말 주요 사회적 기업과 노동부 등이 함께 주관한 사회적 기업 관련 아카데미 등과 같이, 지자체와 대학, 정부기관과 먼저 인증 받은 사회적 기업과의 협력으로 다양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다.

우려할만한 점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다양한 맥락에도 불구하고, 몇몇 아카데미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 아카데미 정도로 여겨지는 현상이다. 참여자들의 이해 부족이라기보다는 주관하는 쪽에서 문화예술과 사회적 기업이라는 관계 설정에 대해 다소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탓도 있다. 각각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에 따라 문화예술의 맥락 역시 변하고 있고 그에 따라 사회적 기업이란 조직이 어떻게 내외적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가에 대한 좀 더 집중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비 사회적 기업 지원, 일반 창업 프로그램과는 달라야

<문화예술영역에서의 사회적 기업 : 가능성과 한계> 간담회 현장문화예술 분야에서 인증 사회적 기업이나, 예비 사회적 기업 풀들을 살펴보면 문화예술교육, 공공미술 및 디자인, 생활체육, 지역문화 관광 등에 집중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분야는 기존 문화예술 교육, 공공미술 및 디자인 등 영역에서 조직 형태로 활동하는 단체들이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았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다. 염려스러운 것은 그러한 단체들은 공공기금을 통한 대규모 프로젝트나 지원 사업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 인증에 따른 공공시장 수요까지 확대하면서 일종의 독점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기업이란 수익구조를 가져야 할 기업 운용 모델이 기존 단체의 미션과 성격에 어떠한 피드백을 줄 것인지, 기존의 관계 설정을 했던 문화예술인들과 어떤 매핑이 이루어질지에 대한 고민보다 경영 및 재정 지원에 대한 관심이 먼저인 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토론 시간에도 이루어졌는데, 문화정책영역에서는 그러한 부작용들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최소화 할 것이고 문화예술 현장과의 간극을 줄일 것인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끝으로 국내외 사회적기업의 사례를 조직 형태별로 제시하고 문화예술 영역에서의 사회적 기업가의 과제를 설명했다. 무엇보다 사회권으로서 문화적 기본권에 대한 인식과 문화예술에 대한 통합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문화예술은 예전부터 공공적이었기에 공공재일 수밖에 없으며, 사회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리단의 실험

국내 사회적 기업 중 문화예술분야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단체가 노리단이다. 서울시 청소년 직업훈련센터인 하자센터는 인증 사회적 기업인 노리단과 ';오거니제이션 요리';를 비롯해 10여 개의 준비단을 운영할 정도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활동이 왕성하다. 노리단은 공연예술 콘텐츠 기획생산, 워크숍을 통한 교육프로그램 기획운영, 공공미술 및 디자인의 제작 설계를 주요 활동방향으로 가지고 있다. 1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60여 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고 2008년 약 14억 매출을 올렸다. 단원들은 노동부가 지원하는 급여 80여 만원을 포함해 총 120여 만 원의 평균 급여를 받고 있다. 자체적으로 고용 인원의 50%를 청년으로 하고 급여인상 시 가장 낮은 급여를 받는 사람부터 인상한다는 자체 규정을 가지고 있다.

홍대룡 대표는 무엇보다 자체적인 의사결정시스템을 통해 운영에 대해 구성원이 충분히 이해하고 그 내용을 공유하고 있는 점을 노리단 운영의 특징으로 들었다. 기존 문화예술 단체들의 조직 운영 방식이 여전히 몇몇 사람들에 집중되고 실질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기반이 되는 스텝들에 대한 동기부여가 전무했다는 것과 확실히 비교되는 점이다. 노리단은 노동부의 2년간 지원이 끊겼을 때 자체적인 수익모델을 가지고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노리단이 이러한 계획을 어떻게 실천해 가는가에 따라 문화예술 단체의 자생적 운영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다양한 모델의 하나

사실 노리단은 최근 사회적기업 홍보 광고와 모 기업 이미지 광고,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했다. 그래서일까. 토론회 때, 문화예술계에서 노리단을 섭외할 때 예상보다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우리가 달리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이제까지 문화예술계는 많은 문화예술인들의 무임금 노동의 악순환을 적잖이 이용해 왔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정말 돈이 없는데 무조건 임금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그러한 관계를 악용하는 사례가 생기고, 화폐가치가 아닌 사용가치를 나눌 수 있는 동기부여와 신뢰에 무관심했다. 무엇보다 그러한 시스템으로는 그들이 지향하는 문화예술은 건강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점은 소비생활에서 가장 기본인 싸면서도 좋은 것은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해외 사회적 기업의 경우엔 인터뷰를 할 때도 약간의 비용을 요구하는데, 필자는 그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많은 돈은 아니어도 상대방의 경험과 경력을 듣고자 하면 최소한의 무엇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문화예술계의 더욱 더 큰 문제는, 화폐가치에 집중되다 보니 원래 문화예술이 가진 내재적 사용가치와 사회적 의미에 대한 이해와 공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미 사회적 기업에 대한 우려와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초기 단계임을 감안할 때 비판의 날을 세우기보다 문화예술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운영 모델 중 하나로 생각하고 다양한 관점에서의 상상과 실천이 필요할 때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문화예술인뿐 아니라, 정책을 포함한 기획 매개자, 지역사회, 국가 등의 영역 간 이해와 공유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토론 시간에 나왔던 질문들, 사회적 기업들의 내용와 자정, 청년고용문제와의 관계, 사회적 기업의 사회 환원, 지원제도에 대한 집중 등에 대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 기업 논의가 자칫 노동정책으로 치우지지 않고 어떻게 문화예술정책 안에서 의미 있게 구체화할 것인가에 상상력과 행동이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해도와 각자 활동 영역의 차이 때문인지 짧은 시간 동안 열린 간담회는 다소 산만했다. 하지만 몇몇 사회적 기업 관련 행사가 마치 &lsquo;묻지마 투자&rsquo;를 연상케 했던 것이 비해선 좀 더 구체적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고민과 논의가 계속되어야 하는 숙제를 남겼다.


[참고사이트]
▶ 함께일하는 재단
http://www.hamkke.org
▶ 노동부 사회적기업 http://www.socialenterprise.go.kr
▶ 노리단 http://noridan.haja.net
▶ 문화정책연구회 http://www.seri.org/forum/culturalpolicy

[사진제공 : 문화정책연구회]


채은영

필자소개
채은영 _ 도시 일상 공간에서 자본과 제도와 건강한 긴장관계를 가진, 다른 시각예술의 지속적 상상과 실천을 하려고 노력하는 독립큐레이터. (http://blog.naver.com/uw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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