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철학과 콘셉트를 바탕으로 공연예술의 근원을 탐구하고 모색해 볼 수 있는 산실로서의 공공극장은 공연예술인들의 오랜 염원이다. 아르코시티극장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극장 임대료와 극도로 상업화된 공연들이 난무한 지금 이 시대, 대학로 활성화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아르코시티극장 조감도2009년, 100여 개가 넘는 극장들이 운집해 있는 대학로 한복판에 아르코시티극장이 새로 문을 연다. 기존 극장 수효만으로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대학로에, 극장 하나가 더해진다는 사실은 기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2004년 12월 착공에서부터 2008년 12월 준공되기까지 아르코시티극장에는 많은 관심과 기대가 모아졌다. 차별화된 철학과 콘셉트를 바탕으로, 공연예술의 근원을 탐구하고 모색해 볼 수 있는 산실로서의 공공극장은 공연예술인들의 오랜 염원이다. 말하자면 아르코시티극장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극장 임대료와 극도로 상업화된 공연들이 난무한 지금 이 시대, 대학로 활성화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인가 하는 기대 말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재단법인 아르코시티 문화재단이 운영을 맡은 아르코시티극장이 오는 6월 정식 개관을 앞두고 드디어 지난 3월 6일부터 프리오픈 기념공연에 들어갔다.


관객들, “나무랄 데 없이 편하다”

극공작소 마방진의 <강철왕> 첫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 아르코시티극장의 외관은 여전히 조금 황량한 모습이다. 공연 시작 20분 전. 건물 1층에서부터 소극장이 있는 지하 2층까지 사람들이 북적대기 시작하고서야 비로소 새 극장의 존재감이 눈앞에 확인된다. 엘리베이터를 뒤로 하고 내려밟은 계단의 구조가 독특하다. 건물 앞뒤로 이어져 어딘가 미로를 연상케 해 재미있기도 하고, 잘 활용하면 그 자체로 연결 통로 이상의 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매표소가 있는 안내 데스크와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극장 객석 공간과 의자마저도 관객들의 극장 이용 소감은 대체로 나무랄 데 없이 편안하다는 평이다. 물론 국고 지원으로 새로 만든 극장인데, 이 정도 시설이야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극장 측은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기까지 다양한 준비들을 해왔다고 한다.

아르코시티극장은 지난 1월 &lsquo;대한민국연극퍼레이드&rsquo;에 이어 정식 개관 이전까지 계속되는 프리오픈 기념공연을 올리고 있다. 시험 가동이라 할 수 있는데 좀더 세심하게 극장 시설 등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극장의 2층 사이드 객석은 시야장애석으로 판명되어 보수에 들어갈 예정이며, 한겨울에 진행되었던 &lsquo;대한민국연극퍼레이드&rsquo; 공연 중에는 객석 이곳저곳에 온도계를 설치해 관극 환경을 개선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출입문 근처 객석부터 가장 구석자리까지 환기를 비롯한 소음측정을 마치고 보완책을 마련했다는 것이 극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물론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들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이 정도 준비라면 앞으로 일어날 다양한 변수들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ldquo;장르 막론 다양한 실험 가능&rdquo;

아르코시티극장의 벽면에 붙어있는 극공작소마방진 <강철왕> 포스터첫 프리오픈 공연을 마치고 나온 <강철왕>의 고선웅 연출은 아르코시티극장의 소극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ldquo;연극이든 무용이든 어떤 공연이 들어와도 다양한 무대 구현을 하기에 좋은 극장인 것 같다. 중심축이 잘 맞아서 세트 제작하기도 좋고, 깊이가 깊고 트랩무대가 있어서 어떤 작전을 짜느냐에 따라 여러 방면으로 활용도 가능할 수 있다. (배우의 등퇴장이나 세트를 이동시킬 수 있는 측면커튼인) 소대가 많고 사이드 라이트 같은 것들이 잘 갖춰져 있는 것도 작업자들에겐 극장이 가진 강점이다.&rdquo; <강철왕> 역시 이러한 무대를 십분 활용한다. 예를 들어, 마지막 트랩 무대가 솟아오르는 장면의 경우, 다른 극장에서는 덧마루를 사용했지만 아르코시티극장에 들어오면서 극장 설비만으로 구현이 가능해졌다. 아르코시티극장 공연팀 이주환 기술감독은 장르를 막론하고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것을 본 극장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다.

프리오픈 기념공연으로 선정된 공연들도 가지각색이다. &lsquo;어워드 프로젝트&rsquo;의 일환으로 각종 연극상 수상작들을 올리는 한편, 공간의 기능성과 다양성을 탐색하고자 무용, 클래식, 전통, 다원예술 등 장르의 벽을 뛰어넘은 작품들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약 3달 간 무대에 오를 프로그램이 최종 확정되었다.

공연명

장르

공연기간

공연장

단체명

동녀의 봄
(원제: 두드리 두드리)

연극

3월11일~3월22일

대극장

극단 창파

조금 먼저 만나는
미래의 우리음악

음악

3월23일~3월25일

대극장

슬기둥

FAT SHOW_영혼의 삼겹살,
혹은 지옥에 모자라는 한 걸음

다원

4월2일~4월3일

대극장

국제다원예술제
페스티발 봄 2009

마제스틱과 함께 하는
클래식 바이러스 Ver. 1.0

클래식

4월4일~4월5일

대극장

루스초이 뮤직

벨기에-한국 댄스프로젝트
&lsquo;4 Solo Dances';

무용

4월11일~4월12일

대극장

국제다원예술제
페스티발 봄 2009

안녕, 모스크바

연극

4월17일~4월30일

대극장

지구연극연구소

We, on
(West, East, Old&New)

다원

5월2일~5월6일

대극장

숙명가야금연주단/
라스트포원

카드게임

무용

5월8일~5월9일

대극장

이고은발레단

벨기에-
한국 댄스프로젝트

&lsquo;4 Solo Dances';

무용

5월12일

대극장

국제다원예술제
페스티발 봄 2009

죽기살기

연극

5월16일~5월27일

대극장

극단 실험극장

Posing Project B-
The art of seduction

무용

5월30일~5월31일

대극장

국제현대무용제
MODAFE

강철왕

연극

3월6일~3월29일

소극장

극공작소 마방진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연극

4월25일~5월10일

소극장

2009 서울연극제 참가작
목화레퍼토리컴퍼니

보이첵

연극

5월14일~5월24일

소극장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소극장, 전형적 블랙박스형 벗어나고자

구체적인 시설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2층으로 나뉜 대극장은 1층에 336석(휠체어 6석 포함), 2층에 162석의 좌석을 갖추었다. 무대막이나 세트를 매다는 세트배턴이 메인무대에 27개, 후무대에 7개, 객석상부에는 무거운 장치물을 매달아 올리는 포인트 호이스트가 8개 갖추어져 있다. 하부무대에는 오케스트라 피트를 비롯해 무대 아래로 소품 및 배우들이 등퇴장할 수 있도록 바닥을 분리하거나 재조립할 수 있는 트랩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메인무대와 후무대에 7개 조명설치 구조물이, 무대 옆에는 장치를 매달거나 조명 작업을 위한 사이드갤러리에 가변적으로 사용가능한 36개의 회로 역시 보유하고 있다.

아르코시티극장 극장 무대 사진

한편 소극장의 경우 130석의 고정석과 이동이 가능한 120석의 좌석을 갖추었다. 전형적인 블랙박스극장 형태를 극복하고자 포인트 호이스트를 준비했다. 대극장과 마찬가지로 트랩무대 설비를 보유한 것도 아르코시티극장 소극장의 특징 중 하나다. 소극장과 대극장 각각 분장실을 갖추고 있으며, 극장 자체에 마련된 한 개의 연습실이 공연팀에 열려있다. 두 극장에서 동시에 공연이 올라가게 될 경우에는 소극장 팀과 대극장 팀이 번갈아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하게 된다고 한다.

이밖에 아르코시티극장은 약 70여 대가 수용 가능한, 대학로 극장으로는 보기 드문 주차 시설을 갖추었고, 유아 동반 관객들을 위한 모자방을 운영한다. 지하 2층 소극장과 3, 4층으로 이어지는 대극장 사이의 2층 공간은 통합 안내 데스크로 운영할 계획이다. 두 극장이 너무 떨어져 있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실로 다양한 쓰임이 가능한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특별한 조명이나 음향시설은 없지만 전시를 비롯한 소규모 행사를 위해 열려 있는 지하 이벤트홀은, 외부 공연예술계에 개방하는 것도 고려중이다. 사소한 것 하나에서도 단순히 공연을 만나는 극장을 넘어서 대학로 공연예술인들을 만날 수 있는 사랑방이자 허브의 역할까지 수행해내는 극장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아르코시티극장의 바람이다.


유통을 넘어 &lsquo;소통&rsquo;하라

물론 이제 막 개관하는 극장에 부족한 점이 없을 리가 없다. 홈페이지 오픈 지연이나 제대로 된 안내 표지, 하우스 매니저들의 유니폼 미비 등 전반적인 극장 운용에 있어 아직은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들도 종종 눈에 띤다. 하지만 곧 일반 관객들로 구성된 모니터 요원들이 활동을 개시할 것이라 하니, 정식 개관 이전까지 조금씩 나아져가는 극장의 모습을 지켜보는 여유도 필요할 것 같다. 이렇거나 저렇거나 각종 제반 문제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도 관객들을 위한, 공연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으로서 아르코시티극장이 책임져야 할 역할은 자명하다. 다양하고 실험적인 공연예술제작 및 유통은 물론이고, 공연예술인과의 원활한 소통과 관객개발을 담당해야 할 &lsquo;공간&rsquo; 이상의 의미를 가진 극장, 그것이 바로 이 시대 이 사회, 아르코시티극장이 지향해야 할 길이다.


김슬기

필자소개
김슬기는 월간 <한국연극> 편집팀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lsquo;공연예술&rsquo;이 아니면 할 수 없는 &lsquo;무엇&rsquo;을 찾으려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