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월드뮤직엑스포 ‘워멕스(WOMEX)’가 지난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서 개최되었다. 2012년 거문고팩토리, 2013년 숨[suːm]과 잠비나이에 이어 올해는 노름마치가 공식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와 또 다른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Weekly@예술경영] 282호는 20주년을 맞은 워멕스(WOMEX) 현장에서 만난 세계 음악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워멕스와 월드뮤직 그리고 한국 음악에 대한 담론을 소개하고자 한다./[현장+人]벤 멘델슨(Ben Mandelson) WOMEX 창립 이사 /[현장+人]브라힘 엘 마즈네드(Brahim El Mazned) 비자 포 뮤직(Visa for Music) 창립 감독/[현장+人]WOMEX 2014를 찾은 각국 기획자들

좋은 음악, 아니 음악만이 있을 뿐...

월드뮤직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용어가 생성된 순간부터 끊임없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 있던 ‘월드뮤직(World music)’의 의미 또한 변하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월드뮤직의 시작은 단순히 비서구(Non western)의 음악을 서구에 소개한다는 취지에서 생겨난 마케팅 용어로부터 출발했다. 이렇게 소비와 생산이라는 피상적인 개념으로만 보면 월드뮤직이라는 용어 그대로를 직역한 ‘세계의 음악’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 출발이야 어찌되었든 세계 최대의 월드뮤직마켓 워멕스(WOMEX, 이하 워멕스)에서의 최근 쇼케이스 행보들을 살펴보면 그러한 의미는 ‘다행히도’ 퇴색되어 보인다. 소위 말하는 비서구 국가의 음악뿐만 아니라, 권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국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고, 아시아의 음악의 경우에도 2000년대 초반의 쇼케이스 무대-영어권 국가의 교포이거나 유럽에 기반을 둔 아시아 음악밴드-외에도 자국의 지원을 받아 직접적이고 능동적으로 소개되는 경우(한국, 인도, 말레이시아)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월드뮤직이 이제는 ‘글로벌’의 의미가 더 강해지면서 국가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이는 월드뮤직이 가지는 국제정치적인 의미는 줄어든 반면, 각 국가나 권역들이 점점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위치에 섰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런데 마침 최근 들어 이러한 움직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프리카-중동의 음악을 소개하는 음악 마켓이 출범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올 11월 12일에서 15일까지 아프리카의 모로코 라바트라는 도시에서 제1회 출범식을 가질 비자 포 뮤직(Visa for Music, 이하 VFM)이 그 이름이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하여 더 분주해진 워멕스. VFM은 어떤 의미일까. 순례길로 알려진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도심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시다데 다 쿨트라(Cidade Da Cultura, 문화의 도시)의 올해 워멕스 부스 박람회를 방문하였다. 세계 각양각색의 부스 전시 사이에서 VFM의 총감독, 브라힘 엘 마즈네드(Brahim El Mazned 이하 브라힘)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티미타르 페스티벌(Timitar Festival)이라는 아프리카 모로코 지역의 월드뮤직 축제의 감독으로 20년이 넘은 베테랑 축제 기획자이다. 올해 워멕스 공식 쇼케이스 심사위원(7인의 사무라이)이기도 했던 그는 VFM 출범소식까지 겹쳐 워멕스 내 가장 바쁜 인사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어렵사리 만난 자리이지만 그의 얼굴에는 생기와 여유가 넘쳤다. 모로코 부스 한 편에 마주 앉아 새 마켓과 월드뮤직의 이모저모에 대한 대화를 나누어보았다.

2014 워멕스에 설치된 티미타르 페스티벌 부스 모습

▲ 티미타르 페스티벌 부스 모습

월드뮤직 그리고 비자 포 뮤직

이수진 VFM을 출범한다고 들었을 때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아프리카-중동 마켓은 유럽 등 서구뿐 아니라 아시아 등 다른 권역과 연결하기에 지리적으로 매우 좋은 연결점(Bridge)이지 않나. 어떻게 이 마켓을 출범시키게 되었는가?

브라힘 엘 마즈네드(이하 브라힘) 나는 이 일을 해온 지 20년 정도 되었다. 이 일을 해오면서 세계의 마켓과 페스티벌을 다니게 되었다. 워멕스를 비롯하여, 팸스(PAMS, 서울아트마켓), 에이팸(APaMM), 상하이 아트마켓(China Shanghi International Arts Festival) 등이다. 다양한 마켓을 다니면서 발견하게 된 것은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는 네트워크를 공유할 플랫폼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수진 나 역시 한국음악 기획자로서 항상 아시아 국가 간의 연대와 네트워크에 대한 필요성을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한국음악에 대한 관심이 적다. 전통음악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인식하기 때문에 어렵고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거꾸로 해외의 월드뮤직 시장을 통해 소개된 한국음악은 전통음악과는 다른 시선으로 새롭게 받아들인다. 같은 한국음악인데도 말이다. 아프리카와 중동은 어떠한가?

브라힘 아프리카-중동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그렇기에 능동적으로 아프리카와 중동이 먼저 교류를 하고 능동적으로 아프리카와 중동의 음악들을 소개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수진 월드뮤직 시장 내에서 월드뮤직의 의미도 바뀌고 있다. 단순히 비서구 음악이라는 정의와는 다르게 최근에는 음악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월드뮤직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VFM이라는 이름을 비롯하여 소개된 책자에도 마찬가지로 월드뮤직이라는 용어를 찾아볼수가 없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브라힘 월드뮤직이라는 정의는 우리가 사는 곳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서구에 사는 사람들은 서구가 아닌 곳의 음악, 즉 우리(아프리카-중동)의 음악이 월드뮤직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서구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음악 자체를 월드뮤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한 이유로 VFM에도 월드뮤직이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았다. 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음악에는 구분이 없다. 단지 두 가지 분류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음악(Good)과 그렇지 않은 음악(Bad) 정도로 말이다. 다만 음악 내의 장르 중에 클래식, 재즈 등등의 장르적 규명은 있다고 생각한다.

이수진 그러나 아프리카와 중동이 아닌 사람들은 VFM으로 소개되는 음악들을 단순히 월드뮤직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VFM만의 목표가 있는가?

브라힘 두 가지 목표가 있는데, 첫 번째는 우리의 입장으로서는 이국적이기만 한 우리 음악을 보여준다거나 전통만을 취하는 우리 음악을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서울아트마켓에서 한국의 컨템포러리한 작품들을 다수 함께 선보이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현재’의 아프리카와 중동 음악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가장 크다. 음악적으로 좀 더 이야기해보면 한국도 마찬가지지 않나. 잠비나이를 예로 들어 볼 때 악기도 음악도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더 발전된 음악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음악이 국가와 세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VFM이 이러한 역할도 하기를 기대한다.

두 번째로는 아프리카-중동간 국가들의 네트워크이다. 10억 명의 인구가 아프리카 50개국에 살고 있다. 외국인을 제외한 순수 아프리카인들은 7-8억 명이 살고 있다. 이번 VFM의 포커스는 중동인데, 그 이유는 전쟁과 기근 등 국가적인 갈등으로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중동과 해외로 이주해 있다. 중동은 두바이와 카타르 등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이 있고, 이는 좋은 시장이 될 수 있다. 또한 언어도 한몫하는데, 아프리카의 북부 국가들이 대부분 아랍어를 쓰고 있다. 아프리카 내 북부와 남부의 교류, 그리고 아프리카와 중동 간의 교류 등 국가 간의 네트워크를 이어갈 좋은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수진 얘기한 것처럼 아프리카에만도 다양한 국가들이 있는데, 다양한 음악이 있을 거다. 워멕스처럼 포커스 지역을 두고 개최국을 옮겨가면서 개최할 계획도 있는가?

브라힘 물론 좋은 아이디어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첫 번째 개최지를 유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물론 그렇게 하고 싶다. 아프리카에만 50개국이 넘는 국가가 있다. 그만큼 다양한 음악과 문화가 있다.

아프리카 그리고 중동 음악

이수진 지금 티미타르 페스티벌(Timitar Festival 이하 티미타르)의 감독 일도 겸임해서 하고 있다. 두 가지 일은 어떻게 병행하나?

브라힘 두 개의 팀을 따로따로 운영하고 있다. 티미타르 사무국은 모로코 아가디르에 있고 VFM의 경우 모로코의 라바트에서 개최할 예정에 있다. 두 곳 모두 정부(모로코 문화부)의 후원을 받고 운영하는 기관(Institution)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 외에도 아직 재원 조성을 위한 후원금을 마련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문화예술 네트워크, 미디어와의 파트너십으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이수진 일을 함에 있어 어려움은 없나?

브라힘 물론 많다. 쉽지 않다. 재정 문제, 정부 문제, 비자 문제... 예를 들어서 밴드 중 한 팀은 비자를 승인받지 못해서 일하기 굉장히 어려웠다. 국가 간의 갈등으로 인해 모로코에서 비자를 승인해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들을 해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수진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최근 월드뮤직 시장에 소개되는 뮤지션들의 음악적 행보라든지 한국 음악 그룹들도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하여 창작에 굉장한 관심을 보이고 있고, 실지로 그러한 무대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도 이러한 창작에 관심이 있는가?

브라힘 그렇다. 확실히 창작에 있어서 대중적인 요소를 많이 필요로 한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젊은 뮤지션들은 전통을 바탕으로 하여 퓨전, 랩, 힙합, 일레트로닉 등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역시나 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들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전통이 매우 완성도 있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수진 쇼케이스 심사에도 이런 것들을 반영하나?

브라힘 적절하게 포션들을 나누어 선발하고 있다. 지역적 요소, 아프리카 음악, 중동 음악, 전통음악, 퓨전 그리고 어쿠스틱 음악과 재즈 음악을 13%씩 균형을 맞추어 선발한다.

이수진 젊은 세대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누고 싶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경우 어떻게 그들의 음악이 교육되고 전승이 되는가?

브라힘 두 가지 경우가 있다. 가족 간의 세대 전승이 되는 경우가 있다. 전통이 깊을수록 더 그러한 성향이 강하고, 21세기에 들어서는 중고등학교의 교육을 통해 배운다. 대학 교육 내 전공과 같은 체계는 없다. 그들이 가족들이나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후의 삶은 그들에게 달렸다. 그들 스스로가 음악 교육자가 되거나 뮤지션이 되거나 아프리카 내를 이동하면서 음악을 배우고 교류하면서 살아간다. 아프리카에만 50개국이 넘고 동, 서, 남, 북 아프리카의 음악이 굉장히 다른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수백 개의 다양한 아프리칸 음악들이 있다. 이들의 삶 또한 다채로울 수밖에 없고 새로운 음악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음악적으로 굉장히 풍족한 국가라고 자부한다. 수도급의 도시에서 하룻밤에 이루지는 음악 공연만 200개가 넘는다. 클럽, 펍, 야외 공연장 등 여러 곳에서 자유롭게 음악 공연이 펼쳐지는데 그 이유는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만족성 때문이다. 중동의 경우도 음악적 수요는 많은 편이다. 다만 아프리카와 분위기는 다르다. 실내 공연(Salon과 Indoor로 표현)이 더 많은 편인데 문화적으로나 정부적으로나 사회적인 분위기 등등 다양한 이유에서다.

비자 포 뮤직 그리고 한국 음악

이수진 장기적으로는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

브라힘 지금은 아프리카와 중동의 음악을 소개하고 아프리카와 중동 내의 안정된 네트워크를 갖는 것이 1차적인 목적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 남미, 유럽 등 다른 권역의 음악을 수입할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실지로 이번에 쇼케이스를 하는 아프리카 팀들은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도 많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남미와도 많은 교류가 있어왔다. 캐리비안 인들도 세계사적으로 보면 원래는 아프리카에 살지 않았는가? 실지로 많은 음악의 뿌리가 아프리카를 근원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넓은 곳에 근원적으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되살려 더 넓고 진정한 의미의 네트워크를 갖는 것이 비전이다.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아시아의 인사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해외의 쇼케이스도 수를 점차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서로 사고팔수 있는 진정한 시장의 역할을 해내는 것이 비전이다.

이수진 올해 노름마치가 워멕스에 선정되면서 벌써 네 번째 한국음악 단체가 소개되고 있다. 이렇게 한국 음악이 유럽의 월드뮤직 시장뿐만 아니라 아시아 간의 네트워크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되는데, VFM이 좋은 선례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향후 한국 음악의 진출 방향이나 아시아의 네트워크에 대해 조언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브라힘 한국 팀들이 워멕스를 시작점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은 아주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시장은 크지만 한계가 있다. 가까운 미래에 한국의 음악이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 다른 시장에도 널리 소개되길 바란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아프리카와 중동은 한국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삼성과 현대 등 기업들의 진출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문화를 이용하는 것은 더 큰 힘을 가지게 할 수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는 한국의 문화콘텐츠도 조금씩 자리 잡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K-POP이 그러한 예이다. 한국의 음악도 중동의 음악 마켓에 소개되길 바란다. 아시아의 네트워크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한국이 아시아의 교량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본다. 서울아트마켓과 에이팜으로 한국에서 그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많은 해외의 델리게이트들이 한국을 통해 아시아를 들여다보고 있다. 계속해서 연결점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사진촬영_[Weekly@예술경영]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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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필자소개
이수진은 한국음악단체의 공연을 기획하고 해외와 교류하는 국제교류 프로듀서이다. 종려나무프로덕션을 설립하여 거문고팩토리의 음반 제작감독과 해외투어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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