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소프트 전 회장이었던 빌 게이츠가 재단을 만들어 거액의 돈을 사회 기부로 환원한 예가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처럼 기부는 소위 부유한 개인들이 자신의 부를 사회로 환원하는 주요 방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 아름다운 재단에서 발표한「기빙 코리아」보고서를 보면 전체적인 기부에 대한 인식은 향상되고 있고, 개인의 소액 기부가 늘어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기부는 자선단체, 종교단체 등 자선 및 사회 복지 분야를 위한 것으로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기부는 아주 낮은 수준이다.


문화 분야 기부 유인을 위한 다양한 활동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아시아예술박물관(Asian Art Museum). 1989년 대지진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대형 펀드레이징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기부자들과 오랜 유대관계를 맺어왔지만 건물 완공 뒤인 지금은 새로운 방식의 펀드레이징이 필요해졌다.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 '베이 에어리어(Bay Area)'에는 비교적 부유한 사람들이 많지만 기부자 그룹은 적고 기부경쟁은 매우 심하다. 아시아예술박물관은 특화된 기부 영역을 만들어 더 작지만 충성도 높은 기부자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외국은 어떨까? 호주에서 발행하고 있는「기빙 오스트레일리아」에 따르면 1997년 이후 개인 기부가 88% 상승했고 앞으로도 계속 상승될 전망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
화 분야에 대한 기부는 상대적으로 작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문화 분야의 기부를 늘이기 위한 노력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3년부터 호주예술위원회는 문화 분야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호주 예술후원(Arts Support Australia) 부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호주 예술후원은 개인, 기업, 투자신탁회사, 재정 관리자 등 기부자를 대상으로 기부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문화예술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펀드레이징 교육과 멘토링도 실시하며 기부금 모집이 어려운 단체를 위한 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호주 내 기부 관련 단체와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문화 분야에 대한 기부를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해당 부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금까지 약 2천만 호주 달러(한화 약 190억 원)를 견인했다고 한다.


펀드레이징 관련 핵심 지식 다섯 가지

뉴욕 링컨센터. 미국의 기부 시장은 활성화되어 있는 만큼 경쟁이 심하다. 그중에서도 뉴욕은 최고의 부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메가 시티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들도 수두룩하다. 미국, 그중에서도 뉴욕은 명망가들로 이루어진 이사회 멤버들이 스스로 기부하거나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높은 브랜드 가치가 있는 기관들을 중심으로 캠페인 위주의 펀드 레이징 방법이 발달해 있다. 대규모의 캐피털 캠페인을 벌이며 이를 통해 장기적인 재정 안정도를 높이고자 한다.호주 예술후원에서는 기부와 관련된 사례별 연구 조사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부문 사업별로 사례 보고서를 만들어 배포하면서 문화예술단체들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 중「예술 분야의 기부 진작을 위한 최선의 행동」(멜리사 스미스, 2007)의 내용이 흥미롭다.

이 보고서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기부 프로그램 운영 관리자였던 멜리사 스미스(Melissa Smith)가 뉴욕,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LA, 런던의 총 50개 기관을 방문해 펀드레이징 관련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84명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얻은 결론을 정리한 것이다. 호주 시장에 적용해 볼 수 있는 23개 핵심 기관들의 사례를 통해 호주의 문화예술 기관이나 기부 관련 현업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펀드레이징 관련 핵심 지식을 네 가지로 정리하고 있으며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외적인 환경이 펀드레이징 스타일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경쟁 환경, 해당 기관의 사회적 포지셔닝을 세분화하고 규명하는 일이 중요하다.

둘째, 펀드레이징 행사를 통한 기부가 장기간 지속적인 기부로 반드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사회, CEO는 물론 전사적인 층위에서 지속적인 기부를 위해 선행투자 해야 한다. 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의지, 지속적인 대화, 멘토링이 내외부적으로 필요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경기장 조감도. 올림픽 사전행사부터 개최까지 막대한 문화예산이 투입된다. 이런 대규모 단발성 프로젝트는 기부경쟁을 가열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많은 기업 기부자들이 대형 프로젝트로 모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적으로 악화된 경제 상황도 기부경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셋째, 펀드레이징 관련 부서의 체계나 운영은 기부의 선순환구조를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기부를 모집할 수 있으며 동시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창구를 확보해야 한다. 장기적인 수입 및 기부의 관점에서 현실적인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넷째, 차세대 기부자, 차세대 기부 프로그램 운영자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기관은 새로운 기부자를 모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 내 인적자원의 펀드레이징 기술을 육성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가별, 도시별 특징 등은 유용한 정보

연구 보고서에는 이외에도 외적 환경과 포지셔닝, 기관의 역할, 이사회의 역할, CEO의 역할, 펀드레이징 프로그램의 역할, 예술 기부에 있어서의 미래적인 이슈 등에 관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저자의 연구가 기부 관련 현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 많은 무게를 두고 있고 주관적이고 경험지적인 방법으로 자료를 서술하고 있어 객관적인 연구 샘플로 쓰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로비 전경. 미국과 견주어 영국은 정부의 지원이 크기 때문에 기부는 지난 10~20년간 새롭게 발전된 펀드레이징 방법 중 하나에 속한다. 다수의 기관 이사회는 정부가 임명하여 그들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거버넌스에 있지 펀드레이징에 대한 책임은 거의 없었다. 최근에 몇몇 기관들이 별도의 재정자문 위원회를 설치하면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영국 로열오페라가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펀드레이징 핵심지식을 정리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기관에 찾아가 현업 종사자들을 일일이 인터뷰하여 필요한 내용을 조사하고 정리하고 있는 필자의 노력과 향후 맺게 될 네트워크의 힘은 부럽기만 하다. 보고서의 내용보다도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동기, 진행과정, 그 과정에서 얻게 되었을 인적 네트워크의 자산에서 더 큰 가능성을 보게 된다. 호주의 현장 종사자들이 이 보고서를 통해 펀드레이징에 있어서 얼마나 유용한 틀을 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의 시각에서 기부 관련 핵심 지식을 정리하고 외국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장의 기부 선배(?)들과 함께 기부 진작을 위한 최선의 행동은 무엇인지 정리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참고로 외적 환경 분석 파트에서 미국, 영국 등 국가별 특성, 샌프란시스코, 뉴욕, 워싱턴, 런던 등 도시별 특성, 지원 모델, 기부자 성향 등에 따른 기부 문화의 차이점을 서술한 부분은 우리에게도 정보가치가 높아 참고할 만하다.

▶보고서 원문보기

*본 보고서는 윈스톤 처질 재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았으며, 인터넷을 통해 열람이 허가된 자료입니다.


김소연

필자소개
김소연은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컨설팅팀에서 ';문화예술 기획경영 아카데미'; 기획운영을 맡고 있다. 예술단체 국제교류 및 해외진출지원, 해외콘텐츠 조사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문화예술단체를 위한 국제교류 조세제도 해설집> 집필에 참여하였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