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예술견본시는 작년 유럽을 기반으로 한 현대공연예술국제네트워크(IETM)의 위성회의에 이어 이번에는 가칭 아시아현대공연프리젠터네트워크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일본,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예술가, 프로듀서, 기획자, 행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동경예술견본시> 현장지난 3월 초 도쿄에서는 동경예술견본시(이하 TPAM), 페스티벌/도쿄, 아시아현대공연프리젠터네트워크 컨퍼런스 등 다양한 공연예술 행사들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이렇게 아트마켓, 국제컨퍼런스, 국제축제가 연계되어 진행되는 방식은 비단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향은 아니다. 미국 최대의 공연예술마켓인 APAP 컨퍼런스는 국제공연예술협회(ISPA) 연례회의와 국제적인 실험극 축제인 언더더레이더(Under The Radar, UTR)와 함께 개최되고, 상하이아트페어(CSIPAF)는 상하이국제예술제와 함께 진행되며, 2006년에는 IETM 회의를 유치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서울아트마켓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서울세계무용축제와 연계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아시아공연예술축제연맹(AAPAF), 2006년에는 아시아공연예술포럼, 2007년에는 IETM 위성회의와 같은 국제회의를 동시에 개최하였다.


마켓, 축제, 네트워크 미팅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 극대화

<페스티벌/도쿄> 포스터 앞 기념사진
이렇게 다양한 국제행사들이 동시에 개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축제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트마켓에 참가하는 국내외 기획자들에게 축제 관람의 기회를 제공해 축제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아트마켓 입장에서는 국제컨퍼런스를 계기로 보다 전문적인 기획자들의 마켓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특히 해외 기획자들에게 연계 축제의 공연을 관람하게 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자국 공연예술을 소개할 수 있게 된다. 행사 참가자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한 곳에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행사가 함께 진행되는지를 보고 아트마켓 참가여부를 결정하는 기획자도 있다. 이렇게 아트마켓, 국제컨퍼런스, 국제축제는 공동, 연계 개최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TPAM과 연계하여 개최된 페스티벌/도쿄(이하 F/T)는 TPAM의 오프닝 리셉션부터 관객 유치에 성공하고 있는 듯 보였다. 올 TPAM에 참가한 기획자 대부분이 축제 공연을 관람하였고 몇몇 기획자들은 벌써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일본 공연을 초청하는 데 관심을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F/T의 예술감독 치아키 소마(Chiaki Soma, 사진)는 내년 축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전신인 도쿄국제예술제부터 2-3월 중 개최되던 축제 기간을 11월로 변경하게 되면서 TPAM과 이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간을 옮기게 된 이유를 묻자 그녀는 웃으며 &ldquo;돈 때문&rdquo;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 대답한다. 그동안 TPAM에서 얻는 국제적 네트워크와 교류의 성과를 생각하면 축제 개최 시기 변경은 그녀에게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ldquo;TPAM과 함께 시기를 옮기는 것도 고려해봤다. 하지만, TPAM을 지원하는 기관은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이고, F/T를 지원하는 기관은 도쿄도(都) 지방정부라 행정적인 이유도 있다.&rdquo; 일본 정부의 회계연도(전년 4월부터 다음해 3월)에 대한 고려와 일본 대학의 방학시즌인 3월이 젊은 공연 관객을 개발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이유가 있었고, 11월 개최를 통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나 다른 아시아지역 축제와의 연계 등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겠지만, 그녀는 TPAM과의 이별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올해 F/T에는 이윤택 연출의 <오델로>가 초청되었는데, 치아키 소마가 밝힌 축제의 프로그래밍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했다. &ldquo;대화가 되는 예술가, 즉 신뢰할 수 있는 예술가를 초청합니다. 공연을 초청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위험과 책임을 축제가 지겠다는 의미니까요.&rdquo;


아시아 공연예술 네크워크에 대한 관심 높아

<아시아현대공연프리젠터네트워크 Asia Contemporary Performing Arts Presenters‘ Network> 컨퍼런스 현장TPAM은 작년의 IETM 위성회의 유치에 이어 이번에는 가칭 아시아현대공연프리젠터네트워크(Asia Contemporary Performing Arts Presenters&lsquo; Network) 컨퍼런스를 연계행사로 기획하였다. 덕분에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예술가, 프로듀서, 기획자, 행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에서는 춘천마임축제의 최석규 프로듀서와 한국베세토위원회의 이규석 이사가 초청되었다.

이 네트워크의 목적은 IETM과 같은 자발적인 네트워크를 아시아 지역에서도 구축하여 아시아의 현대공연예술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모임을 개발하고자 함이다. 올해 컨퍼런스는 비공개회의와 공개회의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공개회의에서는 &lsquo;프리젠터의 정의는 무엇인가&rsquo;부터 &lsquo;프리젠터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rsquo;, &lsquo;아시아에서 컨템포러리는 어떻게 정의해야 하나&rsquo;, &lsquo;프리젠터 네트워크라는 명칭대로라면 예술가들의 참여는 배제하는가&rsquo; 등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그 동안 아시아 지역에서 예술가 간, 기획자 간 정보교환의 창구 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네트워크가 없어 늘 목말라 있던 기획자나 예술가들의 질문이었을 것이다. 민간영역의 자발적인 네트워크 개발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언어도 문화도 너무나 다양한 아시아 지역의 네트워크가 과연 IETM처럼 운영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참가자들은 아시아의 네트워크 모임을 구축하는데 앞서, 이 모임이 &lsquo;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목표 설정&rsquo;이라는 각자의 숙제를 안고 첫 번째 모임을 끝마쳤다.

다음 회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진 못했지만, 아시아 지역 아트마켓과의 연계나 국제축제와의 연계 방안 등을 논의하여 두 번째 회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동경예술견본시, 페스티벌/도쿄, 아시아프리젠터네트워크 컨퍼런스 등 세 행사는 유기적으로 잘 결합되어 실제로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행복했던 동거는 올해가 마지막으로, 내년에는 서로 다른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이들은 또 어떤 파트너를 찾아 행복한 동거를 꿈꿀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동경예술견본시(Tokyo Performing Arts Market) 1995년 창설되어 올해로 13회를 맞는 아시아에서는 가장 역사가 깊은 국제공연예술마켓이다. 매년 9월에 개최되다가 2006년에 휴지기를 가진 후, 2007년부터는 매년 3월에 개최되고 있다.  >페스티벌/ 도쿄(Festival/Tokyo) 페스티벌/도쿄의 전신은 1988년 시작된 도쿄국제공연예술제(Tokyo International Arts Festival)로, 도쿄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되면서 명칭을 변경했으며 축제의 예산 규모 역시 기존의 5배 이상으로 커졌다.




동경예술견본시(Tokyo Performing Arts Market, TPAM)

페스티벌/도쿄(Festival/Tokyo)
아시아현대공연예술프리젠터네트워크(Asia Contemporary Performing Arts Presenters Network)

현대공연예술국제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for Contemporary Performing Arts, IETM)
APAP(Association of Performing Arts Presenters)
국제공연예술협회(International Society for the Performing Arts Foundation, ISPA)
상하이아트페어 (China Shanghai International Arts Fair, CSIPAF)
아시아공연예술축제연맹(Association of Asian Performing Arts Festivals, AAPAF)






안주은

필자소개
안주은은 연극영화, 문화예술경영학을 전공하였고, 국제현대무용제(MODAFE) 사무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거쳐 2006년부터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교류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