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두산아트센터의 ‘스페이스 111’. 스코틀랜드 출신의 젊은 작가인 스테프 스미스(Stef Smith)의 신작 <스왈로우, Swallow>가 한국에서 낭독 공연으로 초연되었다. 스코틀랜드의 젊은 작가의 신작이 한국에서 초연된다는 것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대한 답을 두산아트센터와 트래버스 공동 프로젝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 객석에서 유독 눈에 띄는 금발의 관객, 트래버스 극장(Traverse Theatre)의 총괄 프로듀서인 린다 크룩스가 두 극장을 연계시키는 핵심 인물이다. 비가 오지 않는 한국의 날씨를 만끽하는 그와의 인터뷰를 담아 본다.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젊은 예술가들의 재능 발굴

이단비 트래버스 극장은 영국을 대표하는 제작 극장 중 하나이다. 우선, 극장 소개를 한다면?

린다 크룩스(이하 크룩스) 트래버스 극장은 52년 전에 에든버러에서 시작되었다. 그 창립자들이 미국인, 이탈리아계 스코틀랜드인, 영국인이듯 초반부터 국제적인 태생을 지니고 있다. 트래버스 극장은 스코틀랜드의 새로운 희곡들을 제작하는 것으로 명성이 나 있지만 단순히 스코틀랜드의 희곡들에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앞서 말했듯이, 트래버스 극장이 국제적인 태생에 기반을 둔 만큼 국제적인 파트너와 수년간 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전 세계를 무대로 해외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극장은 두 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큰 공간은 유동 객석 280석이고 작은 극장은 유동 객석 115석 규모다. 우리는 여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꾸려가고 있지만 극장의 자체 제작이 가장 중요한 취지이자 주안점이다. 그 외에도 인형극과 애니메이션을 위한 페스티벌, 어린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메지네이트(Imaginate) 페스티벌이 있고, 에든버러 국제 영화 페스티벌과 연계되어 있다. 8월에는 자체적인 페스티벌도 진행하면서 우리가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하고, 극장을 벗어나서 도시 공원 등지에서 장소 특정 공연(Site Specific Performance)들도 만든다.

또한 ‘아침 공연(Breakfast show)’을 제작하고, ‘점심 연극(Lunch Time Theater)’을 통해서 가능한 한 많은 작품을 만들어 관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려 노력한다. 어떤 관객들은 일찍 와서 짧은 아침 공연을 보기를 선호한다. 점심 연극 역시 짧은 공연을 의뢰하기에 굉장히 유용하다. 종종 아침 공연이 점심 공연으로 자리를 옮기고 이런 작업의 성과가 좋으면 저녁 공연으로 옮겨지기도 한다. 이렇게 시작된 공연들이 최근에는 오히려 큰 호응을 얻으면서 특히 뉴욕에서 인기를 얻는 등 국제적으로 초청되고 있다.

이단비 트래버스 극장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가 젊은 예술가를 발굴해 낸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트래버스 극장은 “New Writing(새로운 희곡)” 발굴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주안점을 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더 듣고 싶다.

크룩스 트래버스 극장은 뉴 라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글쓰기를 격려하면서 자극을 주고 흥미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연령대에 맞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중에서 예를 들어 클래스 액트(Class Act)는 전문 작가가 학생들과 직접 만나서 글쓰기를 하는 프로젝트이다. 6명의 작가가 여러 학교의 학생들과 글쓰기 작업을 하게 되고 그 작품들을 이틀에 걸쳐 공연으로 올린다. 전문 배우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공연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또한 극장 홈페이지를 통해서 일 년 중 몇 개의 기한을 두고 희곡들을 공모하기도 한다. 그 희곡들을 모두 읽어본 후에 그에 대한 각각의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 년 전, 극장이 50주년을 맞은 해에 ‘트래버스 50선(Traverse Fifty)’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에든버러를 소재로 전 세계 작가들에게 작품을 공모하였다. 총 640편의 희곡들이 제출되었다. 각 작품을 3-4 차례 읽어 본 후에, 그중에서 최종 50편을 추려 전문극단들에 의해 이틀에 걸쳐 낭독을 했다. 그리고 다시 7명의 작가를 뽑아 그 작가들과의 공연을 제작하게 되었다. 그중 ‘아침 공연’으로 만들어진 작품도 있고, 또 그중 3명의 작가는 ‘점심 공연’에 참여했다. 이들 작가 중 하나인 존 맥캔(John McCann)에게 작년에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위한 투표 논쟁에 대한 극을 써 달라고 의뢰했다. ‘트래버스 50선’을 통해 알게 된 또 다른 작가인 라클린 필포트(Lachlan Philpott)의 작품은 올해 독회가 예정되어 있고, 우리의 공동 제작자들을 통해 2016년에 호주로 진출할 계획이다.

우리는 5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7명의 작가를 발굴했고 3년에 걸친 과정을 통해서 미래의 작가들을 찾아냈다. 국제적인 작업을 장려하고 새로운 재능을 찾아내고 좋은 공연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그렇게 발굴해낸 작품을 폭넓은 관객층과 만나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운이 좋게도 8월에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열리면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이 도시로 모여든다. 도시의 인구가 두 배로 늘게 되고, 여러 문화 소비자들이 찾아온다. 트래버스 극장은 새롭고 혁신적인 작품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핵심 장소가 된다.

국제적 협업 지향의 핵심은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

이단비 새롭고 혁신적인 작품들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있어서 프린지 페스티벌과의 연계가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크룩스 물론이다. 그렇지만 트래버스 극장은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의 중간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가 프린지 페스티벌 프로그램의 일부와 연계되어 있지만, 사실상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과 공유하는 지점이 사실은 더 많다.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예술적인 우선순위에 있어서 그렇다는 얘기다.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이 최근에 새로운 예술감독(퍼거스 라이난, Fergus Linehan)을 영입했다. 그는 선임 감독과는 달리 ‘극(Drama)’을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의 사람이다. 그것은 8월에 열리는 에든버러 축제에서 극이 중요성을 띠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때문에 지난 몇 년간 크게 집중을 받지 못했던 극이 부각되면서 그러한 측면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획자들이 모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단비 트래버스 극장의 다양한 국제 교류 활동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 국제 교류의 방향성과 활동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는가? 두산 아트센터와 교류는 어떠했나?

크룩스 트래버스는 늘 국제 협업에 비중을 두었다. 앞서 얘기했듯이 트래버스의 창립 자체가 국제적인 뿌리를 지니고 있다. 지난 몇 년간의 작업들은 프랑스, 독일, 캐나다와 강한 교류가 있었다. 특히 캐나다 퀘벡(Quebec)과의 관계에 있어 그 본질은 정치적인 생각에 있어서의 유사점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한다. 2014년에는 퀘벡 지역의 새로운 희곡을 발굴하고 제작해내는 점에서 트래버스 극장과 닮아 있는 몬트리올의 라 리코흔 극장(Théâtre La Licorne)의 예술감독인 장 데니스 레덕(Jean-Denis Leduc)의 초청으로 스코틀랜드의 작품 4편을 프랑스어로 번역해서 몬트리올 관객들에게 소개한 바 있다.

역으로 리코흔 극장 측에서 퀘벡 출신 작가의 작품 3편이 트래버스에서 공연으로 소개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는 올해 페스티벌에서 퀘벡의 작가를 에든버러로 데리고 와서, 트래버스의 예술감독인 울라가 퀘백으로 가서 연출을 맡는 것이다. 그다음 해에는 스코틀랜드의 작가가 몬트리올로 가서 같은 과정을 밟게 되면서 말하자면 협력 작업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 외에는 이스탄불의 도트 극장(Dot Theater)과 얘기 중이고, 리오와 상파울로에서 활동 중인 브라질의 극작가들과도 작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과는 두산아트센터의 김요안 프로듀서의 주최로 국제 교류를 추진 중이다. 김요안 프로듀서와는 3년 전에 트래버스 극장에서 첫 만남이 있었고, 2013년에 두산 측과 트래버스 간에 작가와 연출가를 통한 교류 작업이 있었다. 이번에는 스테프 스미스의 <스왈로우>라는 낭독 공연을 위해 두산아트센터를 방문하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독회공연이 세계 초연이 되었다. 지금 현재는 교류의 방식,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얘기 중이다. 국제 교류 작업에 있어서 그 핵심은 늘 관객 앞에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일종의 국제적인 대화를 시도하려는 것이다. 교류의 과정을 통해서 특히 차이점보다는 유사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제적인 관객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이 다분하다고 본다.

협업의 출발은 인간관계의 신뢰로부터 나온다

이단비 트래버스 극장과 두산아트센터는 모두 신진 예술가의 발굴(Incubating Young Artists)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문화적 토대는 다르지만 같은 관심사를 지닌 극장과의 교류가 흥미로웠는가?

크룩스 두산아트센터와의 교류를 통해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한국 측 파트너의 진행이 아주 매끄럽고 효율적이어서 인상적이다. 스코틀랜드에 있는 우리 극장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 (웃음) 두산아트센터가 하는 제안들이 아주 명확하다. 어떤 목표에 대한 전략이 명확하다는 얘기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런 집중력과 추진력이다. 두산아트센터와는 시간을 두고 믿음을 바탕으로 관계가 형성되었다. 결국 협업이라는 것도 인간관계를 통해서 쌓여 간다고 본다. 서로를 더 많이 알아갈수록 더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러한 의미에서 국제 교류의 바탕도 결국 개인적인 관계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각각의 극장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 두산아트센터와의 작업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여러 교류 관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극장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일에 더 몰두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것은 결국 국제 무대에 올릴 신진 작품들을 발굴하는 것이다.

이단비 어제 두산아트센터에서 <스왈로우> 낭독 공연이 열렸다. 이 낭독 공연을 지켜본 소감이 어떠한가?

크룩스 기운이 나고 영감을 많이 주는 공연이었다.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역량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연출이 섬세하게 작품의 뉘앙스를 포착해 낸 것도 아주 흥미로웠다. 그리고 새로운 웃음 포인트를 많이 찾아낸 것 같다. 또한 젊은 여성 관객으로 가득한 객석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젊은 여성 작가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다는 게 놀랍고 기뻤다.

울라와 나는 그리 젊진 않지만 워킹맘으로서, 가족과 일을 모두 돌보고 있다. 영국에서 연극하는 여성, 힘든 일을 하는 여성에 대한 논쟁이 한참 뜨겁다. 올라와 나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결국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우리의 미래는 아이들이다. (웃음) 그 아이들, 그 미래를 위해 우리가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이단비 한국과 앞으로의 작업 계획이 있다면?

크룩스 현재는 작업 방식에 대해 고민 중이다. 예를 들어 <스왈로우>를 연출한 박지혜 연출이 에든버러에 와서 같이 일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제 본 낭독 공연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갑자기 떠올려 본 생각이다. 아니면 에든버러에 몇 명의 예술가가 와서 워크숍 같은 것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이러한 교류가 최소한 몇 년 이상의 지속적인 관계에 바탕을 두고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진촬영_박창현(Chad Park)

이단비 필자소개
이단비는 영문학과 공연예술학을 공부했고, 현재 독일어와 영어로 된 희곡들을 번역하며 극단 고래의 드라마투르그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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