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자와 패널들이 가장 강조한 것은 에든버러프린지가 초청이 아닌 자유참가방식을 기본으로 하는 자발적 무한경쟁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극장 섭외, 비용 부담, 결과와 성과에대한 책임 모두 공연팀의 몫이므로 면밀한 진출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한다.

‘에든버러프린지 로드쇼 in 서울’이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 사무국의 공동주최로 지난 17일 대학로 아르코시티 소극장에서 열렸다. 에든버러프린지 로드쇼(이하 프린지로드쇼)는 일종의 ‘참가 설명회’로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에 참가를 희망하는 공연단체들에게 신청 절차, 극장 섭외, 홍보, 마케팅 등 실무정보를 제공하는 행사이다. 프린지로드쇼는 매년 1월에서 3월 사이에 개최되는데, 올해는 뉴욕(1월 11일, APAP 개최 기간)을 시작으로 에든버러(1월 31일), 런던(2월 14일), 아들레이드(3월 12일)를 거쳐 서울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비영어권 도시에서 열린 첫 프린지로드쇼,
국내 관심과 열기 반영


<에든버러프린지 로드쇼 in 서울> 현장프린지로드쇼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최되고 그것이 서울이라는 점보다는 다른 로드쇼 개최 도시들과 달리 서울이 유일한 비영어권 도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영어권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한국 공연단체의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 그리고 그 열기를 감지한 에든버러 사무국의 노련한 마케팅 센스를 보여준다.

아침 10시, 공연예술 종사자들에게는 새벽 같은 시간이지만 약 120여 명이 모여 에든버러에서 날아온 두 명의 프린지 스태프의 설명을 경청하였다. 설명회는 공연장과 공연자 매니저인 Holly Payton과 프로모터 담당인 Dani Rae가 현황과 진행방식들을 설명하고, 이전에 에든버러프린지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한국 공연팀의 담당자들이 축제 참가 준비와 현지에서의 실무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부 &ldquo;에든버러프린지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rdquo;에서는 에든버러프린지에 참여하는 절차와 극장 및 숙소 섭외, 공연 준비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2부 &ldquo;프린지에서 어떻게 공연을 판매할 것인가 : 언론홍보와 마케팅&rdquo;에서는 현지에서 관객들과 프레스, 그리고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극장과 축제의 프로그래머들의 관심을 어떻게 모으고 후속작업을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1, 2부의 주제와 발표 내용은 모두, 오랜 기간 축적되어온 노하우들이 잘 정리된 에든버러 사무국이 제작한 책자 내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오히려 이후에 소개된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에 참여했던 한국 공연팀들의 경험과 실무정보가 보다 생생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공연팀의 몫,
&ldquo;목표와 자산을 면밀히 점검하라&rdquo;

에든버러프린지 바로 보기

[사진제공_에든버러프린지 사무국]발제자와 패널들이 가장 강조한 것은 에든버러프린지가 초청이 아닌 자유참가방식을 기본으로 하는 자발적 무한경쟁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극장 섭외, 비용 부담, 결과와 성과에 대한 책임 모두 공연팀의 몫이므로 면밀한 진출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

에든버러프린지의 관객성향, 공연환경, 마켓과 교류의 장으로서의 기능 등 환경파악과 참가팀이 얻고자 하는 진출의 목표가 무엇인지, 작품이 현지 공연환경에 소구할 수 있는 내용-작품의 예술성 자체가 아닌 다른 문화권을 대상으로 한 소구력-을 담고 있는지, 또한 외국의 생경한 환경에서 초청이 아닌 자유경쟁을 펼칠 기획적인 역량이 있는지 등의 자기분석이 중요하다.


자기 분석: 목표의 설정과 자산 점검

무엇보다 자신의 진출 목표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든버러프린지 진출, 더 나아가 해외진출의 목표와 기대 효과는 아래와 같이 다양할 것이다.

&bull; 자신의 예술적 성장과 영감을 얻는 기회로 삼을 것인가?
&bull; 그간의 예술적 성과를 국제무대에서 확인받고자 하는가?
&bull; 프리젠터들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해외진출의 기회를 얻고자 하는가?
&bull; 현지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에서의 활동기회를 성장시키고자 하는가?
&bull; 현지 공연을 통한 수익창출을 기대하는가?

공연단체의 예술적인 지향과 운영의 목표에 따라 이들 목표의 우선순위는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자 설정한 목표가 현지의 상황이나 단체가 갖고 있는 예술적인, 기획적인 역량과 비교했을 때 타당한 기대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목표가 예술적인 평가와 경제적인 수익성 확인이라면, 더욱 더 자기 작품이 현지의 관객 또는 비평가들의 취향에 부합하는가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예술적인 평가와 수익성이라는 것은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일수도 있지만, 현지의 다른 문화에서 오는 주관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이번 프린지로드쇼에서 이야기된 에든버러프린지 진출시 유의점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진출 전략 수립   >공연장 선택   > 소통    > 지치지 않기


에든버러, 매력적이지만 전부는 아닌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에게 국제교류는 새로운 세계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많은 예술단체들이 관심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또한 지난 몇 년간 <난타>, <점프>, <한여름 밤의 꿈>, <보이첵> 등 에든버러프린지를 통해 경제적, 예술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늘어나기도 했다. 이러한 예술가들의 니즈와 그간의 성과가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에든버러프린지에 대한 열망으로 지속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축제에는 그만큼 많은 기회들이 놓여있을 것이다. 그러나 &ldquo;모든 길이 에든버러로만 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rdquo;라는 최석규 프로듀서의 말처럼, 에든버러가 국제교류를 위한 유일한 창구는 아니다.

2007년을 기준으로, 에든버러프린지에서 공연된 작품을 보면 연극(31%)과 코미디(30.5%) 같은 언어 영향력이 큰 장르 비율이 61.5%에 이른다. 반면, 프린지 사무국의 소개에 따르면 관객의 78%가 영국 관객이며 나머지 22%가 해외에서 방문하는 관객이다. 이 22% 안에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 국가 관객이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하면, 비영어권 공연작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는 관대한 관객의 수는 그만큼 한정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냉정과 열정사이

따라서 막연히 에든버러프린지에 진출하여 큰 성과를 볼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각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반드시 에든버러프린지에서만 얻을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고민하고, 에든버러뿐 아니라 각각의 &lsquo;새로운 길&rsquo;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서울 로드쇼가 에든버러프린지 사무국의 스태프들과 기 참여 공연단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국제교류와 에든버러라는 축제 공간에 대한&lsquo;열정&rsquo;은 유지하되, 시장분석과 정보취득, 자기 확인을 통한 진출 결정이라는&lsquo;냉정&rsquo;을 찾아가는 기회가 되었길 바란다.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
에든버러프린지 진출 매뉴얼 <에든버러프린지 A to Z>
에든버러프린지 서울 로드쇼


유병진

필자소개
유병진은 서울프린지네트워크에서 근무하며 국제교류의 기본을 배웠다. 인천문화재단의 예술인 역량강화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에든버러페스티벌과 오리악거리극축제 등을 참관하였으며,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행한 <에든버러 프린지 A to Z> 제작과 &lsquo;아시아공연예술기초자료조사&rsquo; 사업에 참여했다. 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교류팀에서 서울아트마켓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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