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연예술 기관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였던 이전 행사 방식과 달리 컨퍼런스와 라운드 테이블을 축소하고 부스 전시를 없애는 등 프로그램에 변화를 꾀했다. 참가자 초청에서도 협력 프로그램 모색보다는 일대일 만남을 유도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작품 위주의 교류뿐만 아니라 각 예술가의 예술적 지향점과 맥락을 파악할 수 있어 향후 공동작업이나 다양한 방식의 교류 가능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확장시켜 주었다.

제4회 멕시코 공연예술 인카운터(Mexico : The 4th Performing Arts Encounter, 이하 멕시코 아트마켓)가 2009년 3월 11일부터 15일까지 멕시코시티에서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2003년 창설되어 2년 주기로 지난 3회까지 멕시코 게이트웨이(Mexico: Gateway to Americas)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던 것으로 2006년 6월 열렸던 3회 행사 이후 3년 만에 개최되었다. 2006년 행사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부스 참가 및 쇼케이스(공명)를 진행한 바 있다.

이렇게 변화를 겪게 된 이유는 정권 교체에 따른 조직의 변화와 함께 공연예술아트마켓이 국제교류 관문으로서 아트마켓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예술가에 대한 실리적인 도움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접점을 찾기 위한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불황에 2006년 이후 행사 지속이 불투명했던 까닭에 3회 행사까지 참가하였던 해외의 예술 관련 기관 및 단체의 참여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캐나다 외에 국가 간 협력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는데, 이에 따라 프로모터들 역시 남미 프로모터 연합(La Red)의 대거 참여 이외에 개인 참여가 많았다.


자국 예술가 지원에 중심을 둔 프로그램

참가자 초청 등 기획 방향에서도 멕시코뿐만 아니라 해외 공연예술 기관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였던 전 행사의 방식과 달리 컨퍼런스와 라운드 테이블을 축소하고 부스 전시를 없애는 등 프로그램에 변화를 꾀했다. 협력 프로그램 모색보다는 일대일 만남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참가자를 초청하여 오전에는 ‘만남의 장소’(Meeting Point)를 운영하고 오후에는 쇼케이스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관심있는 작품을 살펴볼 수 있도록 배치하였다.

'Reflection Journey' 프로그램

또한 관심 있는 국내외 정보를 공유하는 포럼(“Reflection Journey”)에서는 멕시코 국내외의 주요 프리젠터가 각 국의 장르별 예술경향을 소개했다(참여 발제자 홈페이지 참고). 이 포럼은 멕시코 예술가에게는 국내외 기관별, 프로모터별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참가 프로모터에게는 각 국가별 흐름을 조망하면서 최근의 시장 경향의 이슈를 읽을 수 있는 기회였다.


부스 폐지하고 프로모터-예술가 일대일 만남으로

부스전시를 폐지하는 대신 신설된 ‘만남의 장소’는 프로모터와 사전 등록한 멕시코 예술단체의 일대일 대면 프로그램이다. 한 명의 프로모터가 4일 간 총 30여 단체를 만날 수 있도록 진행되었다. 비록 제한된 시간이지만 각 예술가, 공연단체와 작품에 대한 보다 상세한 세부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다. 이는 작품 위주의 교류뿐만 아니라, 각 예술가의 예술적 지향점과 맥락을 파악할 수 있어, 향후 공동작업이나 다양한 방식의 교류 가능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확장시켜 주었다. 또한 행사에 참여하는 멕시코 자국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관심 있는 프로모터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좀더 적극적인 기회를 갖게 된다.

'Meeting Point' 프로그램

이러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한 일대일 미팅 프로그램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트마켓 개최 이전에 마켓에 참가하는 명확한 목표 설정과 서로에 대한 정보 제공, 수집이 선행되어야 한다. 몇몇 프로모터들은 이러한 프로그램 참여가 불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고, 자신의 이름표 위에 ‘ONLY MUSIC!’ 혹은 ‘NOT MUSIC’이라고 볼펜으로 직접 쓰기도 했다.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지향점과 부합하는 다양한 단체를 만나야하는 뚜렷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프로모터와 예술단체의 만남을 주선함에 있어 주최 측의 세심한 매칭은 필수이다. 프로모터와 공연단체 역시 자신이 이 미팅을 통해 얻고 싶은 것, 만나야 할 대상을 정확히 알고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프로그램은 쇼케이스나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예술단체뿐 아니라 사전 등록한 예술단체 모두에게 열린 형태로 진행되었다.


창작뿐만 아니라 교육과 사회 공헌 활동에 관심

멕시코 자국 내 각 지역 문화예술기관에서 온 참가자들의 고민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연의 창작과 개발뿐만 아니라 지역에서의 예술교육과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이 컸다. 미국과 캐나다 지역의 프로모터 역시 작품 교류나 실력 있는 예술가 발굴뿐만 아니라, 예술가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다문화사회인 자국 문화를 보다 활성화시키고 공연예술을 통해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강화하고자 했다. 실제로 미팅에서 만난 예술단체의 공연 이력을 보면 중남미와 미국 캐나다 등 북미까지를 넘나드는 작업이 적지 않았다. 권역별, 대륙별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이번 멕시코 아트마켓은 멕시코의 대표적 페스티벌인 센트로 히스토리코 페스티벌과 같은 기간에 개최되었다. 페스티벌에서 특히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한 연출가가 있었는데, 벨기에를 포함한 유럽과 미국의 아방가르드 공연예술을 선도하는 예술센터의 예술감독과 프로그래머 그리고 프로모터 등 마켓 참가자들 사이에서 그는 주목해야 할 예술가로 회자되었다. 아트마켓과 페스티벌이 연계되면서 작품뿐만 아니라 멕시코 예술가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광범위한 협력 관계로 열린 플랫폼을

멕시코는 북미와 남미 사이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한 이후 중남미는 하나의 역사를 이루고 있다. 짧은 방문 기간 동안 아트마켓을 통해 멕시코 공연예술 상황을 조망하고 예술적 흐름을 한 번에 파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무지한 이야기지만 미국의 텍사스 주가 과거 멕시코 땅이었음을 처음 알았고, 미국과 멕시코 접경에서의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있으며, 멕시코의 가정폭력 실태는 식민지 이후 멕시코가 놓여있는 지정학적 중간자의 위치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전 멕시코시티 틀라텔롤코 광장의 역사적 의미, 멕시코 공업생산지구의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이는 책자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멕시코 예술가들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그들의 생각이나 고민과 함께 듣게 되면서 보다 실제적인 이슈로 다가왔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한다. 북미와 남미 사이의 경계에서 특수하고도 보편적 상황 속에 멕시코의 예술가들이 고민하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 그리고 예술가의 고민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예술가의 미학적 도전과 실험이 중요하면서도 또한 열린 플랫폼의 역할 역시 한 몫을 차지한다. 과거 멕시코 공연예술아트마켓이 보다 열린 태도로 협력적인 관계에서 하나의 ‘관문’(Gateway)을 꿈꾸었다면 지금은 실리적인 차원의 ‘만남’(Encounter)을 지향하고 있다.

2006년 한국을 방문한 멕시코 게이트웨이의 감독은 “아이 하나를 먹이고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라는 속담을 소개하면서 “멕시코 게이트웨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수준의 협력관계, 즉 경쟁관계가 아닌 협조관계를 필요로 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 이번 멕시코 아트마켓 참가를 통해 열린 플랫폼은 다자간 협력관계, 일대일 협력관계가 서로 공존할 때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본다. 또한 그 지속성에 대해서도.

2009년 멕시코 공연예술의 흐름이 보다 열린 경계 위에서 멕시코와 세계 곳곳에서 함께 꽃필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중남미로 향하는 하나의 관문이 되어 주었던 멕시코 공연예술아트마켓을 통해 경계 위의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 접속해 본다.

제4회 멕시코  공연예술 인카운터(Mexico: The 4th Performing Arts Encounter) 멕시코 공연예술 인카운터는 멕시코 국립문화예술위원회(CONACULTA) 산하의 국립문화예술기금(FONCA: National Fund for the Culture and the Arts) 프로그램 중 하나로 공연예술의 열린 플랫폼을 지향하며 멕시코의 동시대 공연예술을 소개함으로써 해외투어, 공동작업, 레지던시 등의 국제교류와 자국 내 유통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공연예술마켓이다.


멕시코 공연예술 인카운터
남미 공연예술 프로모터 연합(La Red)
멕시코 센트로 히스토리코 페스티벌(Festival de Mexico en el Centro Historico)




임인자

필자소개
임인자는 현재 서울변방연극제 사무국장이자 한국거리예술센터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젊은 예술가들의 도전과 실험정신 그리고 예술의 절대 미학을 이상향으로 삼아 관객들의 뒤통수에 도전장을 내미는 일이 바로 예술적 소통이라 믿으며, 장르와 장소를 불문하고 이러한 소통을 도모하고자 하는 기획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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