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사람들’은 예술경영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미 있는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으로서 한국예술경영학회, 문화다움,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8인의 예술경영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동시대 예술 현장의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나아가 예술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자 한다.
미술관

‘예술경영사람들’의 첫 번째 인물은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 관장이다. “예술의전당에서 양평군립미술관까지”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철순 관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 예술경영의 역사에 관한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는 듯했다.

예술의전당 공채 1기,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초대 사무국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학과 1기, 양평군립미술관 초대 관장, 문화모임 서종사람들 창립, 우리동네음악회 기획 등 그에게는 ‘초대’, ‘창립’의 경력이 많다. 맨땅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것에 흥미가 많다. 게다가 이철순 관장은 무엇 하나라도 남다르게 일을 하는 스타일의 소유자다.

재료공학과, 사회학과, 예술경영학, 행정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전공했고, 현장에서의 활동 또한 예술경영 및 문화기획 실천가, 문화정책 전문가, 연구자, 그리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 등 다양하다. 예술의전당에 근무하면서 전시 사업, 공연 사업, 교육 사업, 예술 기획, 홍보·출판, 대외 협력, 예술 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들을 수행했으며, 노동조합 초대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철순 관장과의 인연이 20년을 넘어가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생동감과 상상력이 샘솟는 모습은 변함이 없다. 중학교 때부터 문화예술을 가까이 했던 경험이 기획의 원천으로 작용한단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하고, 그림 구경하고, 연극 보고, 소설 읽는 것을 좋아했단다. 그래서 그는 “예술은 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1984년 예술의전당에 입사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예술경영 기반이 매우 취약했기 때문에 ‘사람들‘을 통해서 예술경영을 배웠단다. 그래서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를 소중하게 여긴다.

이 글에서는 양평 지역에서의 문화실천 활동을 중심으로 한 이철순 관장의 예술경영 세계를 다음 다섯 키워드로 조명해 보고자 한다.


Ⅰ.철학과 원칙이 있는 미술관 경영

이철순 관장은 “미술관은 철학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양평군립미술관은 ‘현재에서 미래로(From Now to the Future)’를 지향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메카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 가치를 중요하게 추구한다. 그래서 10년 후쯤 ‘한국 현대미술을 늘, 가장 잘 보여 주는 미술관, 한국 현대미술의 동향과 방향키를 가늠할 수 있는 현장으로서의 미술관’이 되어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철학과 비전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그는 운영 원칙을 수립했다. 구체적인 운영 원칙과 전략이 없는 비전은 공감과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수사학에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양평군립미술관의 운영 원칙은 PICS(Planning: 기획 중심의 미술관, Interactive: 참여하는 미술관, Creative: 창의적 문화 생산의 미술관, Special: 전문적인 미술관)이다. 최근에는 2단계 운영 원칙 RS(Reliability: 신뢰도 높은 미술관, Ruputation: 좋은 평판의 미술관, Service & Serving: 고객 섬김의 미술관, Security: 안전한 미술관, Superiority: 우월한 미술관)가 새로 제시되었다.


Ⅱ.환경담당원도 예술경영을 생각하는 토털서비스

양평군립미술관의 환경 담당원, 경비 담당원, 큐레이터 등 직원들은 모두 매달 1회씩 문화예술 현장을 다녀온다. 이철순 관장의 토털서비스 경영 철학에 따른 것이다. 미술관 직원 모두가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때, 미술관을 찾는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철순 관장은 토털서비스 경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직원들 간의 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고, 보람을 느낄 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한편 양평군립미술관은 토털서비스 경영 철학에 따라 전시, 교육, 공연 등의 활동이 총체적으로 연결되어 기획된다. 2015년 ‘미술관음악회’에서는 슈베르트 시리즈가 연주되고 있다. 미술관의 사회적 교육 활동과 예술 창조 활동이 고객 체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통합된다.


2014 팸스초이스에 선정된 블랙스트링(왼쪽)과 이희문(오른쪽)의 공연 모습

▲ 양평군립미술관 외경과 주말어린이예술학교 현장 (사진제공: 양평군립미술관)


Ⅲ.고객 명단을 가지고 있는 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은 개관(2011. 12. 16) 이래 60만 명이라는 많은 관람객이 다녀갔다. 특히 재방문율이 상당히 높은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는데, 양평군립미술관의 ‘전시 감상 수기 현장 미술 실기대회‘는 관람자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철순 관장은 ‘문화장(Culture Field)’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미술관의 영향력 범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고객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양평군립미술관은 고객 명단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는 양평군립미술관이 ’문턱 낮은 미술관‘이 되어 모두가 예술을 생활화하는 공간으로 정착되길 바라고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의 관람객 특징을 보면, 애호가보다는 가족이 많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학부모가 아이를 동반하여 올 경우, 관람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술 체험 실기대회 참여, 주말 정기교육 참여 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있다. 특히 이철순 관장은 “양평군립미술관이 어린이들의 ‘마음의 고향‘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도시와 농촌 간의 경제적 격차보다는 문화적 향유, 접촉 기회 차이, 문화적 불평등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려서 체득되지 않으면, 커서도 즐길 수 없는 것이 문화예술이다. 어려서부터 접촉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 미술관이 문턱을 낮추고, 학교와의 협력이 잘 되고 있어 미래 예술 생활화의 기반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좋다“라고 그간의 성공적 행보를 설명했다. 현재 양평군립미술관은 교육청과의 협력 사업, 학교별 방문 교육, 주말 체험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Ⅳ.자발적 지역 문화 커뮤니티 운영을 위한 1/N 법칙

이철순 관장은 서울에서 양평으로 이사하며, 양평 지역의 문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1998년에는 양평예술인협회 이사를 맡으면서 양평군 제1회 ‘맑은 물 사랑 걷기 대회’를 기획했고, 1999년에는 ‘중미산 휴양림 숲 속의 음악회’를 기획했다. 또한 2000년에는 ‘문화모임 서종사람들’을 창립하고, ‘우리 동네 음악회’를 기획했다. 우리 동네 음악회는 2015년 8월 현재 149회에 이르고 있다. 이철순 관장은 이러한 점에서 지역 사회의 자발적 문화 모임의 성공 법칙을 제시했다. “문화모임 서종사람들을 통해서 배운 게 있다면 NGO는 철저히 1/N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모임이기 때문에 참여의 보람을 느끼려면 모두가 균등한 참여, 역할, 그리고 책임감이 필요하다. 특히 성과를 회장이나 특정인이 독식하지 않고 1/N으로 나누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이다. 그는 지금도 양평에서 살면서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기획들을 구상하고 있다.


Ⅴ.말보다는 구체적 실천력

이철순 관장은 “예술경영자는 화려한 말보다는 구체적인 성과로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한다. 예술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실천력, 추진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술관 경영자는 리스크 관리, 주변의 이해 당사자 간의 이해 조정, 비전 설정, 미션 수행 및 과제 달성이 현실적으로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예술경영자의 또 다른 역할과 관련해 “예술경영자는 자신이 무대 출연 주인공이 아닌 조정,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라고 제시한다. 양평군립미술관이 2014년 경기도내 공사립 미술관 평가에서 1등을 받아 경기도지사 기관 표창을 수상한 데에는 이철순 관장의 구체적인 실천력이 뒷받침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14 팸스초이스에 선정된 블랙스트링(왼쪽)과 이희문(오른쪽)의 공연 모습

이철순 관장은 “1984년 3월 19일 예술의전당 건립 본부에 첫 출근한 이래 이제 ‘들려줄’ 나이가 되었다니 아직은 이른 나이지만 감회가 새롭다. 조그만 것이지만 나의 경험을 나누고 품앗이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예술경영인으로서의 철학과 소신에 관한 이야기를 끝마쳤다.


사진촬영_박창현(Chad Park)


필자소개 필자소개
임학순은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이며, 문화비즈니스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정책을 전공했으며 예술경영, 콘텐츠산업, 문화예술교육, 무형문화유산 분야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예술경영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이전에는 한국문화정책개발원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근무한 바 있다. 주요 저서로는 『창의적 문화사회와 문화정책』, 『문화예술교육사업과 파트너십』 등이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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