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사람들’은 예술경영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미 있는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으로서 한국예술경영학회, 문화다움,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8인의 예술경영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동시대 예술 현장의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나아가 예술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자 한다.
미술관

나는 최광일 (사)한국공연관광협회 회장을 고등학교 대선배와 까마득한 후배로, 같은 논버벌 퍼포먼스의 제작자로, (사)한국공연관광협회의 회장과 부회장으로 오랜 기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고 있다. <사랑하면 춤을 춰라><점프>의 전용극장도 지근거리에 있고, 여러 가지 일로 자주 만나면서도 그때마다 새로움을 주는 환기력에 늘 놀란다. 오랜 시간 최광일 회장을 통해 직접 듣고 겪은 이야기들과 워낙에 넓은 주변 인맥들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적재적소에 두는 기획자’라는 인상과 ‘끊임없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온 연출가’라는 인상이 제일 크다.

일반적으로 ‘적재적소’는 어떤 일에 적합한 재능을 지닌 사람을 알맞은 자리에 둔다는 뜻이고 최광일 회장의 기본적인 능력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여기에는 어떤 물건이나 동작, 음악 등 관심을 가지는 모든 것을 꼭 있어야 하는 자리에 두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뜻도 포함된다. 회장이 주변에 전파하는 ‘환기력’은 전체 그림을 미리 그리고 두는 포석의 능력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예술경영사람들이 준비한 대담 자리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공교롭게도 십 년을 주기로 자신의 기획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는 점이었다. 이 짧은 글에서는 ‘십 년’을 키워드로 최광일 회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십 년
1993~ , 완성된 공연으로서의 콘서트 기획자

1993년 이전에도 많은 콘서트를 기획했으나, 본격적인 것은 1993년의 015B 콘서트일 것이다. 대형 가수였던 015B를 필두로, 김종서 콘서트, NEXT와 신해철의 전국 투어 및 모든 콘서트, 전람회와 김동률의 콘서트, 김건모 전국 투어, 유승준, 포지션, 임창정, 김민종, 신화, 솔리드와 김조한, 백지영, 자우림, 박효신, 성시경, 자우림, H.O.T. 등 2005년까지 대한민국의 대형 가수라 할 수 있는 모든 뮤지션의 콘서트 기획 및 연출은 모두 최광일 회장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주지하다시피 1990년대는 대한민국 가요의 전성기였다. 많은 가수들의 콘서트가 붐을 이루었지만, 최광일 기획·연출의 콘서트는 기존과 달랐다. 가수가 무대 위에 올라 자신의 히트곡들을 연이어 부르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었던 반면, ‘최광일브랜드 콘서트’는 그 공연의 콘셉트가 정해지면 철저하게 그 콘셉트에 맞추어 노래들이 선별되고 순서가 바뀌고, 이에 맞는 조명과 이벤트를 입히는 이전에는 없던 콘서트였다. 한마디로 관객은 콘서트를 넘어서 아주 잘 만들어진 공연 한 편을 감상할 수 있었다. 당시 이런 콘셉트 설정에 익숙하지 않았던 뮤지션들은 최광일 회장의 너무 많은 요구에 반발했다가도 공연이 이루어지고 관중들이 전혀 새로운 경험에 열광하면 다시 ‘최광일브랜드 콘서트’를 찾아왔다. 당시 ‘최광일브랜드 콘서트’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다양한 기술은 언제부턴가 국내 어지간한 콘서트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 넌버벌 퍼포먼스 <사랑하면 춤을 춰라> 공연 현장과 포스터 (사진출처: 사랑하면 춤을춰라)


두 번째 십 년
2003~ , 순수 창작물 제작과 오픈런

‘최광일브랜드 콘서트’에 영향받은 콘서트들이 중구난방의 성격을 띠게 되자, 2003년 그 당시 13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로 만들어진 뮤지컬 <댄서 에디슨>을 원작 및 연출로 세상에 내놓는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4년에는 이 작품을 넌버벌 퍼포먼스 <사랑하면 춤을 춰라>로 재탄생시켜 오픈런 공연으로 2015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금이야 인바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논버벌 퍼포먼스가 오픈런 공연을 지향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 <사랑하면 춤을 춰라>라는 작품 이름만 십 년이 넘도록 그대로이고, 사실상 공연은 매달 매년 그때그때의 사회적 분위기와 대상에 따라 바뀐 모습으로 관객 앞에 소개된다. 해외의 어느 무대에서는 20여 명이 넘는 배우들의 군무로 <사춤>을 경험하고, 또 다른 어떤 무대에서는 네댓 명 배우들의 움직임만으로도 충분히 <사춤>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낸다. 물론 전용극장에서의 <사랑하면 춤을 춰라>는 <사춤>을 느끼기에 최고이다. 그렇게 <사춤>은 15개 국가, 50여 개 도시, 5,000여 회의 공연을 선보인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 시기에는 다양한 국가 행사에서도 새로운 공연들을 만들어 대중에게 선보이게 된다. 2010년 상하이엑스포 서울관 예술감독을 필두로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전야제 총연출, 2012 여수세계박람회 <특별기획공연> 총감독, <엑스포 팝 페스티벌> 총연출, 2013년 전주국제영화제 개/폐막식 연출 등. 이 중 2012 여수세계박람회의 <엑스포 팝 페스티벌>은 최다 공연, 최다 가수 출연, 최다 관객 동원 부분에서 대한민국 공식 기록으로 인증 받았다. 당시 여수엑스포조직위는 대한민국 공식 기록 인증 기관인 KRI한국기록원을 통해 “2012년 6월 16일부터 8월 11일까지 최다 릴레이 공연 횟수(총 57회)의 국내 대중 가수 대형 콘서트 개최, 최다 가수 출연(총 166개 팀 496명), 최다 관람객 동원(83만 3793명)으로 대한민국 최다 기록으로 인증된다”라고 발표했다. 단일 행사로 이렇게 많은 가수들을, 그것도 대한민국 대표 가수들을 모아 적절한 자리에 배치할 수 있었던 힘은 단연 ‘최광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 번째 십 년
2013~ , 공연기획자들의 기획자

첫 번째 십 년이 작은 콘텐츠들을 재배치하고 옷을 입혀 새로운 공연물을 탄생시킨 시기라면, 두 번째 십 년은 전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끊임없이 다듬어 나간 십 년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롭게 시작된 십 년은 대한민국 콘텐츠의 세계 진출을 이루어 내는 기간이 될 것이다.

2013년에는 국내 최고 논버벌 작품들인 <사춤>, <난타>, <점프> 등 8개 작품, 7개 기획사를 모아 (사)한국공연관광협회를 설립한다.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 할지라도 그 작품만으로 확장성을 가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한국공연관광협회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작품들을 선별하여 하나로 묶어 내고 외래 관광객 유치와 서비스 향상, 창작 공연의 수준 향상 등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협회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기획사들에게는 가능하지 않았거나 어려웠던 일인 정부의 지원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협회라는 둥우리 아래 모인 작품들의 스타일이 제각각이듯 그 작품을 이끌어 가는 제작자나 스태프들도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엮어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각자의 스타일만큼이나 명확하게 차이가 나는 의견들이 충돌할 때면 나는 멀찍이 비켜 앉아 조마조마하지만, 때마다 회장이 낮은 목소리로 각자의 의견을 각자의 자리에 맞게 배치하고 의견을 하나로 모아 가는 과정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경이롭다.

한국공연관광협회의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으로 1,400만 명의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왔고, 그중 190만 명이 공연을 관람했다. 그런데 공연을 관람한 190만 명 중에 140만 명이 협회 회원 작품들을 관람했다. 이 정도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문화 산업이다.

현재 진행형인 세 번째 십 년 동안, 회장은 다음 세 가지를 목표로 두고 있다. 그 첫 번째는 한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이라 이름할 수 있는 아시아 최고의 퍼포먼스 페스티벌 행사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한국을 대표하는 메가 창작 콘텐츠의 개발이며, 세 번째는 한국형 공연관광타운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마포유수단지 멀티플렉스 설립을 정부와 추진하고 있다. 2019년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공연관광타운 멀티플렉스가 성공적으로 오픈하게 되면, 기존의 관광객들이 모두 거쳐 가는 한국의 관광 랜드마크가 될 것이고, 이곳을 찾기 위해 국내를 찾는 관광객의 수가 더욱 증가하리라 보인다.

이 시간들을 함께 겪으면서, 언뜻 멀리 있어 보이는 회장과 협회의 비전이 조금씩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것은 긴 세월 간 보여준 기획력과 추진력, 무엇보다도 사람을 아우르는 가슴 절절함의 그것으로 만들어진 단단한 실체 때문이다.


사진촬영_박창현(Chad Park)


필자소개 필자소개
김경훈은 광고와 언론을 전공하였으며,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논버벌 퍼포먼스 점프를 제작하였으며, 서울, 부산, 제주, 뉴욕 브로드웨이 등에서 전용극장을 운영하였다. 현재 새로운 창작콘텐츠 개발에 골몰하고 있는 중이며, (주)예감의 대표이사 및 (사)한국공연관광협회 부회장 및 (사)한국프로듀서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공연 제작, 공연 관광, 예술경영, 콘텐츠 산업 및 교육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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