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서울아트마켓’에서 진행된 ‘희희낙락’(이 프로그램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개최한 ‘한-중 문화예술 포럼’ 및 2014 서울아트마켓의 주빈국 활동의 후속으로 중국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이어 가고자 마련한 것이다)에 참석한 리 동(Li Dong)은 중국국가화극원(National Theatre Company of China, NTCC, 이하 국가화극원)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프로듀서로서, 제작 총감독 등을 거쳐 중국국가화극원의 국제교류를 총괄하고 있는 국제교류센터장을 맡고 있다.

그가 소속되어 있는 국가화극원은 중국청년예술극단과 중앙실험극단이 2001년 통합되면서 창설된 국립 공연예술단체로서,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연극 단체 가운데 하나이다. 창단 이후, 전통 문화의 계승과 더불어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공연 예술을 추구하고 있으며 신진 예술가들에게 창작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문화 예술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정책 흐름에 따라, 국가화극원 내에 국제교류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국제교류센터가 설립되어 있다. 리 동을 만나 국가화극원의 국제교류의 방향성과 단체의 동향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최근 국제교류센터의 주도로 <워 호스>의 중국판 라이선스 작품을 선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화극원의 과거 작업과 상당히 다른 노선인 것 같다. <워 호스>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리 동 중국판 <워 호스>의 의미는 단순한 라이선스 작업이 아닌 중국과 영국의 국립예술단체의 합작이라는 데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합작은 2013년부터 진행되었고, 2년간 영국국립극장과 견고한 신뢰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더불어 국가화극원의 창작진들은 합작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무대장치와 기술 부분을 예로 들자면, 현재 중국 예술단체의 무대 장비나 기술은 전문화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영국은 다르다. 무대감독의 지시에 따라 모든 기술팀이 일사불란하게 관련 업무를 맡아 진행하고 신속하게 처리한다. 국가화극원은 중국을 대표하는 예술단체로 각 방면의 예술 인재를 배양하여, 문화예술의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작업에 함께한 중국의 무대기술팀은 이후 국내의 무대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무대뿐만 아니라, 중국의 제작팀에게도 영국국립극장의 기획력을 학습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지난 2년의 작업은 배우와 연출가들에겐 새로운 메서드를 받아들이고 훈련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였다. 작품에 참여한 리우딴이라는 국가화극원의 신진 연출가는 합작을 통해 크게 성장했다. 향후 국가화극원의 기대주가 될 것이다.


국가화극원의 국제교류센터는 국제교류협력부에서 확장되어 국가화극원 산하의 독립된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직의 변화 이후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리 동 국가화극원의 국제교류협력부서는 단체의 해외 출국 수속, 재정 지출 등의 행정 업무를 관리하는 부서였으나 대외 교류가 늘어나면서 해외 진출의 기획 전략과 해외 합작 관련 업무를 주관하는 국제교류센터로 재정비되었다. 최근 중국은 정책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대외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 특히 문화 방면의 교류는 눈에 띄게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국가화극원의 국제교류센터 설립 또한 중국 정보의 정책 흐름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대외 협력을 전담하는 부서를 통해 기획 전략을 수립하고, 전문 인력을 꾸준히 양성해 장기적인 대외 교류의 성장을 모색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중국판 <워 호스>가 해외 단체와의 장기적 협력의 일환으로 진행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 중국국가화극원에서 공연한 <워 호스>와 <대추나무>, <기념비> 포스터 (사진제공: 중국국가화극원)


합작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 내부의 인재 양성이라는 부분이 흥미롭다. 국가화극원에서는 소속 연출가 외에도 민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연출가를 선정하여 창작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가?

리 동 최근 국가화극원에서 신작을 창작한 연출가 황잉은 민간에서 활동하는 젊은 연출가로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며 연극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국가화극원에서 선보인 신작 <대추나무>는 연간 프로그램 가운데 제작비의 규모가 큰 편이다. 국가화극원은 제한된 재원으로 활동하는 민간의 연출가들이 작품에 전념할 수 있도록 창작 자금과 플랫폼을 지원한다.
또한 동방선봉극장의 일부를 리허설과 레지던스 등을 운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로 리노베이션하여 청년창작센터를 오픈할 예정이다. 현재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중국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공간을 마련해 주고 해외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도모하는 등 다방면에 걸친 프로그램 구성안을 논의 중이다.

젊은 연출가들은 창작 예산에 대한 재원 외에도 공간, 전문 인력의 부재 등 다양한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국가화극원은 내부의 연출가 외에도, 매년 주목할 만한 예술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민간 극단의 젊은 연출가들을 선정한다. 선정된 예술가들에게는 창작에 대한 제작비, 공간, 기획 및 홍보 등 전면에 걸친 지원과 더불어, 향후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플랫폼도 함께 제공하고자 한다.


국가화극원의 제작 예산은 창작극, 고전, 실험극 세 종류로 나뉜다. 그렇다면 각각의 재원이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리 동 제작 예산은 크게 세 종류 작품으로 나뉜다. 첫째는 창작극이다. 창작극은 긴 호흡의 작품 창작 기간, 성공 가능성 등 여러 가지 위험 요소가 있으나, 고유의 생명력이 언제나 중시되어야 하는 만큼 예산의 상당 부분을 신작을 위해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반면, 실험극은 창작극보다 더욱 낮은 성공률과 작품을 둘러싼 논쟁 등 더욱 많은 쟁점을 안고 있다. 비록 예산은 여타 제작 예산에 비해 낮은 편이나, 새로운 공연 포맷과 무대 언어의 탐색 및 개발이 필요한 만큼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고전 작품의 제작 예산을 들 수 있다. 고전은 여러 방식으로 재창작되고 있다. 셰익스피어를 시작으로 브레히트 등 서양의 작품 외에도, 국가화극원에서 오래전에 창작되어 연극계의 한 획을 그은 레퍼토리들을 재발굴하여 공연을 올리고 있다. 2013년 <기념비>라는 작품의 재공연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새럼의 무녀>, <이곳의 새벽은 고요하다>, <생사장> 등이 매년 국가화극원의 ‘고전 레퍼토리’ 프로그램으로 공연될 예정이다.
민간이라면 제작 예산을 통해 실험성이 강한 다양한 작품들을 시도해 볼 수 있겠으나, 공연예술계의 관객 개발 또한 국가화극원의 주요 미션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모두가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극장에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

▲ 중국국가화극원 전경 (사진제공: 중국국가화극원)


다시 국제교류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포럼에서 한·중 양국 간 영화 및 연예계 등의 교류가 활발한 데 비해, 연극계의 교류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향후 교류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리 동 그동안 한·중 연극계의 교류는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작품 혹은 연출가 중심의 단순 교류에서 확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양국의 교류가 미미했던 과거에는 이 같은 교류가 충분히 의미가 있었겠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방면의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는 연극계의 교류에도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양국 영화계의 교류를 살펴보자. 중국의 영화 시장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섰다. 매년 급속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세계 1위인 미국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의 성장과 함께 제작 편 수도 급증했다. 한국의 영화계 역시 꾸준한 발전을 이뤄 왔으며, 장기간의 발전을 통해 창작, 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방면의 수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활동 중이다. 그들에겐 한국 시장의 규모가 한계일 수 있으나, 대신 세계 무대를 대상으로 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반대로,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데 비해 그에 발맞춰 나아갈 수 있는 인재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도 중국과 근접하여 교류가 용이하다. 그 결과, 중국의 시장과 한국의 인재가 결합하는 형식의 교류가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음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계에 비해 연극계는 충분한 시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시장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양국의 교류 또한 작품, 예술가의 교류를 넘어 새로운 콘텐츠의 교류와 합작으로 저변을 넓혀가길 기대한다.


콘텐츠의 교류와 합작이라면 이미 상업 공연예술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미술관 리 동 그렇다. 상업 공연예술 분야에서는 콘텐츠 교류 등을 통한 합작이 이뤄지고 있다. 아쉬운 점은 기존의 서양 작품의 아시아 라이선스 차원 등에서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고유의 콘텐츠 교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창작되어 평단과 관객에게 두루 인정받은 공연들 가운데, 중국 시장에 적합한 작품을 선정해 개발하는 작업에 관심 있다. 한국과 중국은 문화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으나, 그 속에서는 미묘한 정서적 차이가 있다.
몇 년 전, 국가화극원의 연출가 티엔친신과 함께 작업하며 한국의 극단 미추 및 국립극단과 합작을 진행한 바가 있다. 처음 한국 극단 미추의 배우들과 작업을 했을 때에는 그들의 작업 방식과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해 작품에 그들의 장점을 충분히 녹여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경험이 국립극단과의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되어 보다 원활한 창작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추후 한국의 연출가 및 기획자와 합작의 기회가 생긴다면, 장기간에 걸쳐 중국 시장과 관객을 조사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 또한 연출가가 중국 배우들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워크숍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는 합작의 기초를 닦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작업으로, 최소 6개월의 기간을 두고 진행해야 할 것이다. 현지의 공연 시장을 충실히 이해하는 것이 합작의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한국과 합작의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


사진촬영_박창현(Chad Park)


필자소개 필자소개
이희진은 프로듀서그룹 도트의 프로듀서로 한국공연단체의 공연투어매니지먼트 및 해외공동제작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베세토 페스티벌의 국제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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