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청년 문화예술인과 예술 현장 진입을 앞둔 예술가, 그리고 예술경영 전공자 등을 위한 문화예술 인력 현장 사례집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를 출간한다. 문화예술계 30인의 선배 예술가, 예술경영인들의 진로 사례를 발굴해 청년 문화예술인들에게 다양한 예술 현장 직업군들을 소개하고, 청년 문화예술인들의 진로 개척에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 사례집은 문화예술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정보 개발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기획 및 자문 회의를 통해 예술 현장 분야별 전문가 30인을 선정했다. 그리고 선정된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활용 가능한 실질적인 진로 현장의 다양한 사례들을 담아냈다. 남인우한지영송현민이지향황정인김혜진전우공성하영장정아김현아이희문박귀섭이기쁨최보윤이홍이 김현옥이경성유영봉윤민철김지명박경린양지윤홍성재이대형김형재홍은주선미화성유진강선애변홍철서희영

작가, 전시 기획자, 아트딜러, 아트컨설턴트와 매니지먼트 등 그동안 미술계에서 변홍철 대표가 쌓아 온 경력은 복합적이다. 2007년 문을 열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아트컨설팅 회사 ‘그레이월’은 그러한 그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회색을 뜻하는 ‘그레이’는 기존의 전시장을 의미하는 화이트큐브와 달리 모호한 의미를 갖는다. 영리와 비영리, 두 가지를 모두 포괄하기도 한다. 그는 현재 기업의 문화 마케팅 기획, 컬렉터를 위한 아트컨설팅, 전시 기획, 작가와의 협력 및 제작뿐만 아니라 비영리 기관과의 협업 등 예술을 매개로 한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예술을 통한 소통과 관계를 고민하는 그는 미술계 내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그는 “모든 일이 우연에 따라 흘러왔다”라고 이야기한다. 변홍철 대표를 만나 다각적으로 변하는 미술계에서 그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중심축과 좌표는 어디에 있는지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우연의 흐름에서 필연을 만들어 가는 그만의 항로를 탐색해 보자.



  • 약 력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학부 및 대학원
    •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 예술경영(Visual Arts Administration) 대학원
    • 現 그레이월 대표
  • 기획 및 진행

    • 2001 용산가족공원 조각공원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및 작가 어시스턴트
    • 2002 제2회 미디어시티,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 국제부 코디네이터
    • 2003 제2회 경기도 도자기비엔날레 전시 코디네이터
    • 2005 제3회 경기도 도자기비엔날레 세계도자기념품전, 뉴욕현지 협력 코디네이터
    • 2006 제6회 광주비엔날레 전시코디네이터
    • 2008 <Young Korean Artists> 싱가포르 갤러리 80
    • 2011 프로젝트 참여
    • 2012 삼성 갤럭시 노트 크리에이션 프로젝트(Samsung Galaxy Note Creation Project)_정연두 작가와 컬라보레이션
    • 2014 한국국제아트페어( KIAF) 주빈국 커미셔너 에르메스 코리아 쇼윈도 프로젝트
    • 2015 〈BANYAF〉 Art Fair/ Festival 디렉터〈Looking Out/ Looking In〉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Art Stage Singapore) 한국특별전

고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조소를 전공하셨어요. 아마 학창 시절부터 아트컨설턴트를 꿈꾸신 건 아니었을 것 같네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제 커리어의 모든 시작은 우연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말씀하신 대로 예술고등학교부터 대학원을 졸업하기까지 조소를 공부했습니다. 아트컨설팅을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죠. 그런데 대학원 재학 중에 작업을 하다가 우연히 연장에 다치는 작은 사고가 일어났어요. 그 일로 작업을 잠시 쉬게 됐습니다. 2001년이었는데, 로렌스 제프리스라는 전시기획사에서 용산가족공원에 조각공원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 중이었죠. 때마침 프로젝트 차 한국을 방문한 외국 작가를 도와주면서 동시에 해당 프로젝트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할 사람을 구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작업실이 있었고, 카투사로 군대를 제대해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되어 대학원 졸업 전이었지만 우연치 않은 기회에 작가의 어시스턴트이자 코디네이터로 일하게 됐죠.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의 아르바이트일 뿐이니 단순히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트컨설턴트로서의 본격적인 커리어는 아니지만, 그 프로젝트를 계기로 작업과 작별을 고하고 전혀 다른 전시 기획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된 셈이에요.

전시 기획에서 아트컨설팅으로 전향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중간에 뉴욕으로 유학을 가신 것으로 아는데, 유학 생활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용산 조각공원 프로젝트 이후, 운이 좋게도 연이어 ‘미디어시티서울’, ‘제2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에 전시 코디네이터로 참여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전시 기획에 완전히 빠지게 됐죠. 전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무척 즐거웠거든요.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결국 전시 기획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004년에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유학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미술 시장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공부한 뉴욕대의 예술경영학과 전공 과정이 비영리와 영리 섹션으로 나뉘어 있었던 거예요. 저는 영리 섹션을 선택했는데 수업 진행 방식이 독특했죠. 교수는 진행자 역할을 하고 딜러, 컬렉터, 경매사처럼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전문가를 직접 찾아가 수업을 듣는 형식이었습니다. 한번은 프린트 공방에 갔는데, 리처드 프린스의 작품을 만들고 있었어요. 다른 학생들은 디렉터의 강의를 듣기 바빴는데, 이상하게 제 관심은 ‘작품의 가격’에 집중되더군요. 수업 후 가격을 묻고, 작품 2점을 사서 한국 클라이언트에게 보냈어요. 사실 한국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할 때 알던 몇몇 컬렉터들의 부탁이 있었거든요. 그게 첫 거래가 됐습니다. 이후 학교 다니면서 뉴욕, 런던에 있는 화랑과 아트페어를 찾아다니며, 한국 컬렉터 혹은 당시에 막 개관한 한국의 신생 화랑과 해외 갤러리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게 됐죠. 미술 시장이 빅뱅을 이루던 때라 작품의 거래가 활발했고 전 그때 그 시장의 중심인 뉴욕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흘러온 거죠.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아트컨설턴트라는 직업은 그 개념이 막연해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작품을 소개하고 작가를 연결하는 사람
혹은 그런 일’에 개념을 한정하는 수준이죠.
제가 하는 일은 그보다 좀 더 넓은 영역을
다룬다고 생각해요.


기업과 작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작가 지니서와 에르메스가 함께한 에르메스 쇼윈도 프로젝트 ▲ 기업과 작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작가 지니서와
에르메스가 함께한 에르메스 쇼윈도 프로젝트

아트컨설턴트가 딜러와 비슷한 개념인가요? 아직은 아트컨설턴트가 어떤 일을 하는지 확실하게 정의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진행하신 업무를 설명해 주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아트컨설턴트라는 직업은 그 개념이 막연해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작품을 소개하고 작가를 연결하는 사람 혹은 그런 일’에 개념을 한정하는 수준이죠. 제가 하는 일은 그보다 좀 더 넓은 영역을 다룬다고 생각해요. 지금 운영하는 회사 그레이월은 개인 컬렉터의 거래뿐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 관련 전시나 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4년 ‘제13회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동남아시아 주빈국 커미셔너 활동을 계기로, 그동안 제가 구축한 국내외 갤러리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트페어를 조직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어요. 이외에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작가의 전시, 갤러리와의 계약 등 모든 거래는 제가 담당해요. 사실 기업의 아트 프로젝트, 작가 관리는 기존의 갤러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일과 겹치는 측면이 있습니다. 단지 전시 공간을 두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그레이월만의 안목과 콘텐츠를 지니는 것이 차이점이 될 수 있겠죠?

아트컨설팅 회사가 진행하는 일의 폭이 넓군요. 물론 회사의 수익 창출 사업이 주가 되겠지만 그레이월만의 기획으로 대표님의 예술적 욕구를 발산하는 프로젝트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이 서면 경제적 이익을 떠나서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는 편이에요. 예술가들과 신선한 창작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이끌어 내는 일이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올해 1월 문화역서울 284에서 진행한 〈One〉은 작가 최수앙의 작품 ‘The One’에게서 받은 영감을 안무가 김나이가 춤으로 꾸민 무대였어요. 제가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시각미술을 바탕으로 하지만, 다양한 예술적 시도에는 늘 열려 있습니다.

국내 기업과의 프로젝트에서는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시나요? 2008년부터 기업이 문화예술 분야 투자를 본격화했어요. 신제품이 나왔을 때 문화마케팅을 사용하는 방식이죠. 처음에는 사적인 자리에서 이를 담당하는 기획자에게 조언을 하다가 그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로 연결이 됐습니다. 대표적인 사업이 삼성 〈갤럭시 노트 창작대전-Note is Art〉입니다. 공모를 통해 일반인들이 갤럭시 노트로 그린 그림을 모집하고 정연두 작가가 이를 사진 작업으로 실행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모든 프로그램과 전시를 기획했죠. 국내에서 활동하는 아트컨설턴트가 많은 편인가요? 큰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많은 사람을 알아야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지네요. 오히려 너무 쉽게 진입해서 문제라고 봅니다. 요즘 ‘아트컨설턴트’라고 자칭하면 바로 ‘입문’이거든요. 그 안에서 옥석을 가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예술경영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풍부한 실전 경험을 통해 충분히 실력과 경력을 쌓을 수 있어요. 중요한 척도는 전공과목 이수나 학위가 아니라 ‘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고 있느냐’예요. 최근에는 미술에 대한 존중과 근본적인 이해 없이 입문하는 사람들이 꽤 있거든요. 저는 이런 사람들은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작품을 일반 제품과 동질의 상품으로 생각하면 절대 안 되죠. 작가에 대한 존경 없이 아트컨설팅을 통해 일확천금을 하려는 사람들은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술에 대한 넘치는 열정이 필수라고 할 수 있죠.



요즘 ‘아트컨설턴트’라고 자칭하면 바로 ‘입문’이거든요.
그 안에서 옥석을 가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예술경영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풍부한 실전 경험을 통해
충분히 실력과 경력을 쌓을 수 있어요.
중요한 척도는 전공과목 이수나 학위가 아니라 ‘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고 있느냐’에요.


미술에 대한 열정을 강조하셨는데, 이외에 아트컨설턴트가 갖춰야 할 덕목이나 기술은 무엇이 있을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관계’예요. 화랑, 작가, 컬렉터, 기업과의 관계. 이 모든 관계항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기는 정말 힘이 들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관계는 또 다른 일로 이어지죠. 그렇기 때문에 매번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야 합니다. 사실 일을 하다 보면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끝까지 완수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요. 당장의 손해는 이후에 채울 수 있지만 관계가 깨지면 회복할 수 없죠. 뻔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인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봐요. 일이 힘들고 사람과의 관계에 치이더라도 끝까지 자신의 업무를 완수하고, 웃으며 떠나는 사람들은 또다시 찾게 되죠.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주빈국 커미셔너로 참여 당시 진행한 토크

▲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주빈국 커미셔너로
참여 당시 진행한 토크

안무가 김나이와 작가 최수앙이 협업한 <one>의 공연

▲ 안무가 김나이와 작가
최수앙이 협업한<one>의 공연


마지막으로 아트컨설턴트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릴게요.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막연히 이 위치가 ‘멋있어 보여서’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시도조차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선 아트컨설턴트라는 직업에 대한 판타지를 버려야 해요. 아트컨설팅 분야도 이미 인력 포화 상태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컨설팅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려면 미술에 대한 열정과 존경심을 최우선에 두고, 자기가 상상하지 못한 일이 펼쳐지더라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관계’예요. 화랑, 작가, 컬렉터, 기업과의 관계. 이 모든 관계항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기는 정말 힘이 들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관계는 또 다른 일로 이어지죠. 그렇기 때문에 매번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야 합니다.

사진촬영_장우제

※ 참고링크
문화예술 청년, 인생 UP 지원사업 가이드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문화예술선배 30인의 서른 가지 길

임승현필자소개
임승현은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런던 코톨드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Courtauld Institute of Art)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부터 『월간미술』 기자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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