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리티시 박물관 아트숍 ▲ 메트로폴리탄 쇼핑백 세심한 부분까지 최고급 디자인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2015 미술시장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미술관 203개 중 카페 및 아트숍 등을 운영하는 미술관은 77개(37.9%)이며, 관련 수입은 전체 수입의 9.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의 환경과 많은 차이가 있지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은 2011년 상품판매(약 6천8백만 달러)와 카페운영(약 2천6백 달러) 등 부대수입이 전체수입의 약 30% 정도를 차지하였다. 국내외 미술관의 부대수익 현황을 비교하고, 기본적인 전시 외에 부가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현재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은 무엇인지 등 미술관의 적극적인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최병식 경희대학교 교수를 만났다.

공공시설 자립경영 전략 필요하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경우 대략 해마다 칠만 명이 방문하지만, 아트페어 부스 높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조명이 설치된 위치, 환기시스템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 최 교수는 아트페어를 방문하는 전문가들 조차도 세부적인 공간구성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트페어 부스는 높이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고 분위기도 매우 달라진다. 뮤지엄 역시 다를 바가 없다. 한 전시가 기획되는 데에는 무려 300여 단계를 거쳐야만 관객들에게 선보여질 수 있다는 숨은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극소수에 그친다. 그리고 관객들이 보는 것은 전체의 노력 중 3%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고 최 교수는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문화예술 인프라를 급속도로 확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물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장소성도 중요하지만, 용도와 콘텐츠가 더욱 중요하다고 최 교수는 언급했다. 국내에 문화예술시설은 많지만, 콘텐츠가 태부족인 것은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비전과 철학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미술관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 교수는 건물이 완성되면 미술관도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술관이 사회기반시설,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국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철저한 경영전략으로 무장한 세계 유수의 트랜드를 간과한 의견이라고 말했다.

미술관 운영에 많은 공적자금이 들어가고, 작품 구입비용이 갈수록 엄청나기 때문에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기증, 기부를 유도하고 고객 중심의 공격적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진 여러 나라는 100여년이 넘도록 이러한 의식구조를 축적해왔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경영구조를 형성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와는 달리 유럽과 미국의 미술관은 공적자금 지원이 적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라는 질문에 최 교수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미술관 건립 과정을 보면 대부분 전문 인력을 사전에 채용하거나 가치 있는 작품을 구입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전략을 구축하기 보다는 건물을 짓는 일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말한다. 지속가능한 가치 있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 위치와 규모 내지는 파급효과, 수익구조, 특히 매년 운영비의 상당부분에서 자립할 수 있는 고도의 전략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파리의 깨브랑리 박물관 정원
세계 유수한 미술관은 대부분 정원을 동시에 조성하고 있으며, 힐링코스를 포함하고 있다. 뒷면은 건물입구에 정원과 어우러진 카페이며, 관람객과 시민들이 즐겨찾는다. ▲ 파리의 깨브랑리 박물관 정원
세계 유수한 미술관은 대부분 정원을 동시에 조성하고 있으며, 힐링코스를 포함하고 있다. 뒷면은 건물입구에 정원과 어우러진 카페이며, 관람객과 시민들이 즐겨찾는다.

테이트 갤러리는 문을 닫아도 카페는 문을 닫지 않는다

영국의 유명한 미술관인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 카페는 미술관 전시만큼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장소이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미술관은 카페를 잘 짓는 미술관인가?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미술관의 본질, 소장과 전시 기능이 충실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외에 특별 프로그램 및 부대시설이 잘 되어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 교수는 미술관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으나 한 가지 필수적으로 고려해야하는 것은 가능한 역량만큼이라도 자립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예산부족으로 작품을 단 한 점도 구매하지 못하는 국내 미술관이 적지 않다. 외국의 유수한 미술관에서는 재정난 때문에 소장품을 팔아서 경영난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현실을 깨닫고 한국의 미술관 역시 최소한의 운영전략을 새롭게 해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효율적 운영을 위해 부대시설에는 정원, 아트숍, 카페, 레스토랑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장점으로 테이트 갤러리 카페 입구는 전시장 입구와 다르며, 미술관이 문을 닫아도 카페는 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언급했다. 또한 아트숍은 터바인홀 왼쪽 전면에 위치하여 입구에서 입장하는 관람객들에게 가장 먼저 눈에 띄게 설계되었다. 그는 아트숍 외에 세계 많은 미술관에 조성되어 있는 정원을 언급했다. 대표적으로 L.A의 게티센터(The Getty Center), 파리의 로댕미술관(Musée Rodin), 깨 브랑리 미술관(Musée du quai Branly), 덴마크 루이지애나 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등 많은 곳에서는 시민들에게 사색과 힐링 공간으로 정원을 개방하고 있으며, 야외에서도 다양한 입체 작품들을 전시하면서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뮤지엄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중남미박물관 아트숍 모마 디자인 스토어

▲ 중남미박물관 아트숍

▲ 모마 디자인 스토어

예술상품 제작·유통을 위한 제언

그렇다면 예술상품과 유통을 담당하는 아트숍은 어떨까? 뮤지엄 아트숍은 백조와 같다. 물 위는 우아한 자태이지만 물 아래에서는 쉬지 않고 움직여야만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미술관 아트숍의 고급스러움과는 달리 그 상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작가와의 협업, 원가절감, 창의적인 디자인, 판매 전략 수립, 선호도 조사, 일반상품과의 연계성 등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예술가들이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작품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순환적구조가 왜 실현되지 못하는지 궁금했다. 만약 민간이 지원하지 못하다면 공공이 그것에 대해 지원해주는 것은 어떨까?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미술관의 독창성을 강화한 디자인과 품목으로 타깃을 분명히 한 후 그에 맞는 상품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좋을 수 있으나, 불특정다수를 위한 상품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서 그는 물고기를 줄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지원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원정책으로 예술상품을 제작한 후 다양한 유통 플랫폼, 미술관 아트숍을 포함한 유통구조를 통해 제공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며 미술관들도 협업을 통해 수익구조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좋은 예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전 세계 7-8개의 아트숍을 운영하고 있으며 MoMA 디자인은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카드회사와 연계하여 판매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비영리는 영리보다 훨씬 더 영리적이어야 한다

비영리적 본질을 가진 뮤지엄 운영은 무엇보다도 가치 있는 콘텐츠 못지않게 운영자의 공격적 경영구조가 생명과 같다고 말한다. 그는 경제가 문화를 견인한다는 생각이 바뀌고 있으며 문화가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고 한다. 감성의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문화예술은 위대한 자산이 된 것이다.

이어서 그는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에 방문했을 때의 경험을 말했다. 먼저 그가 만난 사람은 부관장이었다. 부관장의 전직은 우리나라의 KT에 해당하는 대규모 통신회사의 임원이었다. 모든 미술관의 지출과 수입은 그의 결재 없이는 불가능했고, 미술관 살림을 위하여 우리로서는 생각지도 못하는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란 것은 그와의 미팅이 끝난 후 보존 수복담당 학예사 연구실에 들어섰을 때였다. 200호 쯤 되는 티치아노의 작품 한 점을 무려 4년째 수복에 매진하고 있었다. 한 미술관에서 이렇게 극단적인 면모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최 교수는 핵심은 설립 못지않게 운영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에서도 하루 속히 치열한 사회현장이 반영된 문화전략, 기획, 경영 전문가를 배출해야 할 것이며 미술관 현장 역시 이와 같은 현실적 문제를 고유 업무만큼이나 최우선 과제로 생각해야 한다. 시종일관 최 교수의 관점은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최병식 교수는 미술평론가이자 현재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 정책자문위원(2009-2010), 예술의전당 미술 자문위원(2010-2012),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위원회 위원장(2013-2015) 및 미술은행 운영위원 역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뉴뮤지엄의 탄생>, <박물관 경영과 전략>, <미술시장트렌드와 투자>, <미술시장과 경영> 등 미술관련 저서 30여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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