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탁툭탁, 간드락소극장 마당을 뛰어노는 아이들의 발자국 소리.
크하하하, 공연 내내 키득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엄마의 웃음소리.
흡- 후우, 한숨을 내쉬는 어르신의 소리. 쯧쯧, 혀를 차시는 어르신의 소리.


여러 소리들이 하모니를 이룬다. 여기는 제주, 간드락소극장. 지금은 오월의 가족극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간드락소극장은 제주의 문화테러집단(?!) 테러제이가 뚝딱뚝딱 손수 지은 작은 소극장이다. 처음에는 무대와 객석 등 극장의 공간을 만들었지만 공연장비가 없어, 조명장비와 음향장비를 빌려 공연을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살림을 채워가듯, 부족하지만 공연 장비를 채워나가고 2007년에는 예쁜 마당을 만들어 관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간드락 소극장을 찾은 관객들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다양한 작업들을 시도해왔다. 자체 제작한 창작극의 공연, 연극, 실험극, 외부강사를 초청한 워크숍, 도내 음악인들의 음악공연, 독립영화상영 등. 그러던 중 ‘자파리연구소의 창작극 페스티벌-간드락소극장에서 공연그네 타자’ 사업이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소극장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테러제이 내에서 자체 제작한 공연 네 편과 극단 나무와 공동제작한 한 편, 총 다섯 작품의 공연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제주에서 만들어 제주 관객과 함께 하는 극장

처음에는 관객몰이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2004년부터 개관하여 여러 작업들을 진행해 오긴 했지만, 사실 고전을 면치 못한 적도 많았다. 한두 명의 관객을 앉혀두고 공연을 하는 날도 많았고, 관객이 없는 날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던가.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프로그램 중반으로 갈수록 점점 입소문을 타게 되었는지, 어린이 단체예약이 물밀듯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떤 작품의 마지막 날에는 자리가 없어 공연을 못보고 돌아가는 관객도 생기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100명도 겨우 겨우 앉는 객석을 120여명이 자리를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들어오지 못한 관객들도 그만큼 된다는 것. 실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우리생애 또 그런 날이 올까, 하는.

간드락 소극장을 찾은 관객들
또 즐거웠던 것은, 바로 새로운 작품을 창작해낼 수 있는 기쁨. 그리고 제주에서 만들어낸 작품을, 바로 제주의 관객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보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극장이기에 할 수 있는 시도들도 원 없이 해볼 수 있었던 것이다. <악의 꽃>이라는 실험극 형태의 작품은 무대바닥 한켠을 파내는 작업을 하였다. 그렇게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무대를 모래로 가득 덮어 스모그와 어둠, 조명 그리고 부토 공연자 사이에서 도무지 이곳이 극장인지, 어디인지 모를 만큼의 공간성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했다.

단편영화로 제작되었다가, 연극무대로 재구성되어 올려진 <어이그 저 귓것>이란 작품은 &lsquo;제주소리극&rsquo;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며 관객층을 새로이 구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간드락소극장의 선전으로 제주에서도 하나둘씩 소극장문화가 부활하기 시작되어, 꾸준히 작업을 하는 극장들이 하나둘씩 주변에 생겨나기 시작했고 제주의 관객들에게 더 이상 소극장은 낯선 곳이 아니게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관객에게 다가가야 할 때

시끌벅적한 2007년의 간드락소극장 작업들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바탕이 되어주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 여건이 작용한 것인지, 요즘은 관객들이 다시 줄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사람들을 만날 것인가, 어떻게 당신을 만날 것인가.

관객들이 보내온 공연료
올해부터 간드락소극장은 공연료를 반찬으로도 받기로 하였다. 경제가 어려워 너도나도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요즘, 우리는 그들에게 어려운 공연료 대신 그들이 먹는 밥을, 반찬을 나눠달라고 제안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예술이, 문화가 그들에게 다가서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관객몰이가 어렵고, 극장의 재정상태가 어려워 극장식구들이 극장운영비가 점점 줄어들면서 어떻게 하면 수입이 늘어날까, 하는 고민을 거듭하면서 아차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처음의 &lsquo;마음&rsquo;.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라는 것. 문화에 대한 목마름을 나누기 위함이었다는 것.

욕심을 버리기란 어렵지만, 막상 놓고 나면 홀가분해지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고 있다. 오늘도 한 가족이 간드락소극장의 공연으로 행복해하며 돌아갔다.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나눠준 반찬으로 한 끼 식사를 배불리 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최은미

필자소개
최은미는 제주의 젊은 문화단체 테러제이(Terror J)와 제주 &lsquo;머리에 꽃을&rsquo; 거리예술제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극단 자파리연구소의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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