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가치와 이에 충실한 삶을 추구하려는 젊은이들의 '유쾌한 자유난장'이 현실의 구체적 정책방안으로 반영되기에는 좀 더 많은 논의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소통을 위한 토론문화가 문화예술계의 상호 합의적 가치창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지난 4월 문화예술 종사자들과 이를 지망하는 젊은 세대들을 위한 문화정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젊은 문화포럼’(문화체육관광부 주최)이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총 10개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는 이 릴레이 포럼은 매주 수요일, 주제별 관련 관계자들과 젊은 세대들이 패널로 참가해 ‘문화’를 매개로 한 ‘소통’이라는 취지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향후 정부의 문화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젊은 세대들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반영한다는 이 포럼에서는 각기 다른 기획위원들이 세션별로 참여해 각각 개별적인 형식과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문화를 통한 삶과 그것의 의미, 현장사례 등을 광범위한 주제를 포괄하는 각 세션들 그리고 7월에 예정되어 있는 종합심포지엄을 담은 정책보고서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간될 예정이다.


문화기획, 스스로가 중심이 된 적극적 관계 맺기

젊은 문화포럼 제 4세션 <꿈을 향한 문화계 젊은이들의 도전과 이야기> 현장지난 6일 대학로 일석기념관에서 열린 제4세션 &ldquo;꿈을 향한 문화계 젊은이들의 도전과 이야기&rdquo;는 문화기획의 가장 본질적인 물음에서부터 시작된다. 과연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예술을 통한 &lsquo;관계 맺기&rsquo;로 문화적 삶을 나누고 추구하고 있는 다양한 패널들의 경험담 속에서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문화기획 차원에서 어떤 존재(대상)와 관계 맺기를 지치지 않고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표현방식이 존재하는 동시에 스스로가 중심이 된 적극적인 관계 맺기의 주체성과 그것을 인식하는 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남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동네문화를 전개하고 있는 성남미디어공동체 늘봄 기획의 이상훈 실장은 자신의 활동을 배움, 나눔의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이것은 동네문화를 지향하는 아마추어에서 프로예술가나 문화인들이 지향하는 관계 맺기의 과정과도 동일하다. 문화를 통한 소통은 나의 욕구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나눔이라는 어떤 존재와의 공유가 전제되는 것이다.

온라인 사진전, &lsquo;똑똑도서관&rsquo;을 기획한 김태황 씨는 문화기획을 단순히 문화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의 입장에서 펼친 관계들이 부메랑이 되어 이어진다고 말한다. 창조적 아이디어가 파급시킨 새로운 소통은 그 자체가 하나의 방법론이기보다는 계속 꼬리에 꼬리를 잇는 인식의 확산 과정 속에 자리하는 셈이다.


예술의 생산과정 안에 향유의 방식 포함되어야

젊은 문화포럼 제 4세션 <꿈을 향한 문화계 젊은이들의 도전과 이야기> 현장
이러한 과정들은 시각장애인들이 만질 수 있는 그림책을 출간한 유알아트 김영현 대표, 촉각예술센터 빛을 만지는 아이들의 김지나 소장의 작업들에서도 읽혀진다. 처음에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림책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 작업은 실로 방대하다. 단순히 그림으로 보고 내용을 읽어나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손으로 만져 상상할 수 있는 동화책을 만든다는 것은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그녀는 예술의 생산과정 안에 향유의 방식 또한 적극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으며 그러한 경계를 인식하고 역량을 개발함으로써 문화예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최근 공공미술이나 공공문화의 붐은 문화생태환경의 반경을 확장시키는 일련의 작업은 새로운 향유자와 소통을 이루려는 관계 맺음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이 문화복지 차원에서 골고루 제공되지 않고 아직까지 개인이나 민간단체의 자발적인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이 밖에 예술가들에게도 취미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홍대를 거점으로 춤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노현지 씨의 경험담과 일반 직장에서의 자발적 예술동호회 활동 등이 소개되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과 꿈,
그러나 여전히 낯설고 험난한

이어 20일 대학로 카페 장에서 열린 제5세션 &ldquo;문화예술 분야의 일자리와 놀자리&rdquo;는 문화예술 분야, 특히 공연부문에 진출하려는 젊은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문화예술 분야의 일자리는 &lsquo;하고 싶은 일&rsquo;을 한다는 젊은 세대들의 열정과 꿈을 반영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실무과정을 배우기 위해 몸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 분야의 특성을 전제로 다양한 경험담이 소개되었다. 인턴제로 이 분야에 입문하게 된 발표자들의 경험담에서는 여전히 &lsquo;맨 땅에 헤딩&rsquo;이라는 이 분야의 낯설음과 입문의 험난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내용이 많았다.

젊은 문화포럼 제 5세션 <문화예술 분야의 일자리와 놀자리> 현장또한 입문 정보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문화기획이나 행정, 제작 등의 문화예술 인력을 교육시키는 아트스쿨의 현황 등이 소개되었다. 아트스쿨을 찾은 다양한 이력의 지망생들은 문화예술을 새로운 전문적 일자리로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대우나 복지, 불투명한 사회적 지위 등 이 분야를 진출하려는 지망생들이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경제적 어려움들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한편 창작자 입장에서 &lsquo;일자리&rsquo;의 중요성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 논다는 게 곧 일이 되는 창작자들에게도 안정적인 작업환경의 제공이나 기회가 필요며 새로운 시도를 도모하려는 신진 창작자들의 여건을 반영하는 지원구조도 보강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문화예술 분야의 일자리, 놀자리에 대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업 소개와 이 분야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정보공유 및 교육 커리큘럼 도입 등에 대한 여러 안이 제시되었다.


문화예술계 상호 합의적 가치 창출 기대

젊은 문화포럼 제 5세션 <문화예술 분야의 일자리와 놀자리> 현장
2008년 프랑스 문화부의 긴축성 예산 발표가 나자 공연예술계 종사자들의 항의가 거세었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 문화부 장관은 &lsquo;발루아(Valois) 토론&rsquo;을 제안 정부, 지자체,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연간 지속적인 모임을 진행했다. 정책과 예산편성, 지원의 합리화와 예술 교육, 고용창출 등 공연예술 분야의 전방위 영역을 대상으로 논의를 거쳤다.

미래지향적 문화비전의 창출이라는 이 포럼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젊은 세대들의 열띤 공방을 예상했지만 포럼은 비교적 차분함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문화적 가치와 이에 충실한 삶을 추구하려는 젊은이들의 &lsquo;유쾌한 자유난장&rsquo;이 현실의 구체적 정책방안으로 반영되기에는 좀 더 많은 논의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소통의 장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소통을 위한 토론문화가 문화예술계의 상호 합의적 가치 창출로 이어진다는 것은 정말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진출처-젊은문화포럼 홈페이지


젊은 문화포럼


염혜원

필자소개
염혜원은 연극학을 전공했고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월간 [한국연극] 편집팀장으로 근무했으며 최근에는 공연, 미술, 건축 분야에서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