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예술단체, 아티스트매니지먼트), 환경(축제, 공간) 등 각 분야별로 특성화의 양상을 살펴본 특집 "특성화와 예술경영"은 마지막으로 예술경영 현장에서 ‘특성화’ 현안을 점검하기 위해 예술단체 기획경영자들의 좌담을 마련했다.


이번 특집에 참여한 필자들의 논의를 정리해 본다면 ';특성화';는 비단 예술적 성취의 독창성만이 아니라 예술단체(창작자)가 자신의 창작활동을 통해 존립기반을 만들고 그것이 다시 창작활동의 자양분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슈화한다고 볼 수 있다. ‘특성화’는 창작활동과 예술경영의 밀접한 연관관계를 강조한다. 특집과 함께 진행한 본지 온라인폴에서도 단체 특성화에서 예술감독과 같은 창작자 그룹이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더욱 주목되는 것은 경영자, 조직의 운영 등에 대한 답변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좌담에 참여한 예술단체 기획경영인들 역시 구체적인 예술환경에서 예술적 성취를 실현하게 하는 기획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기획경영이 홍보ㆍ마케팅으로 좁게 이해되는 것을 경계했다. 좌담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스크롤의 압박을 견디면(?) 현장 기획경영인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읽을 수 있다.


일시: 2009년 5월 21일(목) 진행: 김소연 편집장 참석자: 최영│연희단거리패 기획실장, 김덕희│공연창작집단 뛰다 기획팀장, 김서령│이오공감 대표


좌담을 기획하면서 예술단체의 기획경영자를 살피다보니 의외로 그 수가 적었다. 특화된 영역으로 진입하는 초기단계가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지금 이 자리에 참석한 분들은 선구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웃음) 먼저 각자 자신이 속한 단체와 단체에서 각자의 활동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먼저 연희단거리패에 대한 이야기를 듣겠다. 극단으로는 규모도 크고 사업도 많다.


최영 연희단거리패는 기본적으로 연극창작집단이다. 창작활동의 연장으로 밀양연극촌과 대학로 게릴라 극장, 부산 가마골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밀양연극촌은 생활하고 훈련하고 창작하는 연희단거리패의 본거지이다. 1999년에 시작되어 올해 10주년이다. 더불어 밀양연극촌은 문화공간의 역할도 한다. 매년 7월에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로 9회를 맞는다. 또 지역 문화공간으로서 문화체험과 연극교육 등 지역민들의 예술교육의 장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부산 가마골소극장은 23년째 운영하고 있다. 극단과 역사를 같이 하는 공간이다. 게릴라 극장은 2004년부터 개관해서 한번 위치 이동이 있었다.


연희단거리패는 작품 제작과 공연 그리고 3곳의 공간을 운영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각 공간은 연희단거리패 활동 속에서 서로 연계되는데 밀양연극촌에서 만들어서 밀양, 가마골, 게릴라에서 공연을 하는 식이다.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면 세 극장을 순회하는데 그 과정에서 작품이 발전해 간다.


각 공간마다 운영팀이 따로 있다. 나는 주로 극단의 주력작품 제작을 맡고 있다. 물론 각자의 역할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연희단거리패 최영 기획실장, 극단 뛰다 김덕희 기획팀장, 이오공감 김서령 대표


뛰다의 이야기를 듣겠다. 뛰다는 연희단거리패와 같이 창작공동체를 지향하는 극단이지만 또 다른 점이 많을 것 같다.


김덕희 뛰다는 2001년도에 창단했다. 현재 상근직이 8명이다. 창단 때부터 뛰다는 작업방식에 맞는 규모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규모가 너무 커지면 도리어 그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여타의 작업들로 창작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공연 중인 <앨리스 프로젝트>처럼 규모가 큰 작품일 경우에는 외부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기도 한다.


배우(4), 연출(4), 기획팀(2)으로 역할을 나누고 있지만 정확하게 업무분장이 되어있다기보다는 상호보완적으로 운영된다. 창단 때부터 별도의 대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만장일치로 결정하기 때문에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뛰다는 지역 문예회관 공연이나 또 국외공연활동이 많다. 가족연극 레퍼토리가 많아 연극놀이도 진행하고 있다. 자체 배우 워크숍뿐만 아니라 연 1회 정도는 해외 배우들과 만날 수 있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으며 지역문화 활동으로 순회공연 등을 하고 있다. 기획팀이 하는 역할은 극단의 이러한 모든 사업을 프로듀싱하고 각각의 사업이 원활히 맞물려 진행되도록 조율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예술단체 안에서 기획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 두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번에는 예술단체 밖에서 예술단체의 기획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김서령 이오공감 대표의 이야기를 듣겠다.


김서령 두 분과 나의 위치가 다르다. 이오공감이란 기획사를 운영하며 여러 단체와 꾸준히 작업해오고 있다. 공연 제작과 기획이 주요 업무이지만 10년 이상 만나온 단체 창작자들이다보니 공연 사이사이의 일들까지 진행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매니지먼트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전문적인 매니지먼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창무아트센터와 오랫동안 일을 했다. 창무아트센터는 창무회라는 창작단체, 포스트극장, 창무국제예술제, 무용전문지 월간[몸] 등 여러 프로젝트가 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할 일이 너무 많았다. 프로젝트 단위로 참여했지만 창무아트센터의 모든 일에 직간접으로 간여해야 했다. 덕분에 짧은 시간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홍댄스컴퍼니, 이지연 육십나무무용단, 김나영, 김향진, 노정진 등 많은 단체 창작자와 작업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일하고 있는 몇몇 단체가 있는데 그 경우에는 아이디어 회의부터 함께 한다. 오랫동안 작업한 분들과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한다. 창무아트센터도 작업을 오래하다 보니 작품을 할 때 길을 열어놓고 의견을 수렴한다. 스태프들과 함께 아이디어 회의도 한다. 오래 작업한 단체들과의 작업은 기획자도 장기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런 부분이 장점인 것 같다.




기획 경영의 역할 변화, 단체 특성화에 중요


단체의 성격도 다르고 규모도 다르니 각자의 역할이 조금씩 다를 것 같다. 우선 연희단거리패는 예술단체로는 큰 규모이다. 그런 단체에서 기획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최영 규모는 하다보니까 커진 것이다. 우리 공연양식의 현대화라는 극단의 지향을 이루기 위해 어떤 작업방식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공동체적인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밀양연극촌을 만들고 앙상블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업들이 생겨난 것이다. 밀양연극촌도 지금과 같은 규모의 사업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다.


좌담중인 김덕희, 최영연희단거리패는 이윤택 예술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고 갈 수가 없다. 창작자로서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극단의 지향점, 활동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집 글에서도 우리 극단을 스타중심의 특성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고 있는데 일정하게 맞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극단의 활동방향, 활동방식에서 이윤택 선생님이 제시하는 방향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그것이 또 현실화되는 것에는 극단에서 10년 이상 같이 작업해온 15명 정도의 핵심인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배우, 스태프, 작가, 연출가 등 그 인력들의 힘으로 규모의 확대와 질적인 변화가 가능했다고 본다.


기획자인 나의 역할은 먼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지향으로 나아가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밀양연극촌의 여러 활동, 주말극장이나 축제, 체험활동 등이 극단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다시 정리하고 그러한 활동이 극단의 창작 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들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기획자로서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극단의 살림살이에 대한 책임감과 그러한 역할에 의미부여가 같이 가더라.


김덕희 점점 기획의 일이 더 많아진다. 가장 효율적으로 레퍼토리 극단을 운영하는 방법, 즉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그래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기획의 역할이 극단의 특성화에서 중요한 것 같다. 현재는 인력도 적고 힘들지만 점점 필요성은 증대될 것이고 예술단체에서의 기획역할이 티켓판매가 아니라 단체 포지셔닝에 중요하다는 인식들이 사례를 통해 알려지면 한 전문분야로 자리 잡게 되지 않을까 한다.


최영 기획경영의 세부적인 영역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재무나 회계, 홍보마케팅, 프로덕션 관리 등 여러 영역들이 인력을 통해 분화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아무튼 그러한 부분에서 전문성을 획득하려는 단체의 노력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단체에서 기획자의 역할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역할인데 결국 예술가가 이루어낸 작업에 대해서 이런 것들이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좀 더 넓게 교감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작품의 의미를 세상에 확산시키는 노력들 말이다. 물론 단체 경영, 운영을 위한 역할이 함께 가야 한다.


김덕희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창작의 과정이 어떻게 조직화되어있고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있느냐가 결과물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팀 특성상 잘할 수 있는 적합한 방식과 결과물이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다. 시스템과 결과물의 연관성, 시스템이 결과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작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예술적 지향을 현실화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기획경영의 몫

단체에서 기획의 역할은 전방위적인 것 같다. 운영기반에 대한 역할뿐 아니라, 의미화를 통해서 극단의 여러 활동에 대해 자신감을 불어넣고, 지도자가 방향을 제시하더라도 거기까지 갈 수 있는 동력을 단체에 불어넣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김덕희 단체의 예술적 지향은 기획이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뛰다는 창단이념이 세 가지인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것이 극단의 활동방식이나 과정을 만들어 온 것 같다. 첫째 열린 연극, 둘째 찾아다니는 연극, 셋째 자연친화적 연극이 그 세 가지인데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면 모두 함께 고민하는데 그럴 때 처음을 다시 되돌아보는 것이다.


지금 공연하고 있는 <앨리스 프로젝트>는 이동식 돔에서 공연한다. 이동식 돔은 작품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문화소외지역이나 지역학교 공연 등 우리가 지향하는 &lsquo;찾아다니는 연극&rsquo;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문화소외지역이나 지역 학교 공연을 하다보면 고연에 필요한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불완전한 공연을 보여주게 되어 문화체험이라는 우리의 뜻과 어긋난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극장을 만들어 갖고 다니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했고 거기에서 돔 극장에 대한 구상이 시작되었다.


고민은 다 같이 하지만, 그걸 현실화시키는 것, 돈, 제작방식 등을 풀어나가는 것은 기획자의 역할이다. 또 때로는 창작자들의 꿈을 제어할 필요도 있다. 극장, 환경에 맞춰 공연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좀 해야 하고.(웃음)


좌담중인 김소연, 김서령김서령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 창무회는 전통의 현대화가 모토이다. 트레이닝은 전통으로 하지만 작품은 컨템포러리 하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도 독창성 인정받는다. &lsquo;내일을 여는 춤&rsquo;의 경우도 전통작품을 공연하고 그걸 보고 만든 현대작품을 보여주는 기획인데 작가들한테는 너무 힘든 작업이지만, 또 큰 공부가 되기도 한다. 창무예술센터의 축제도 그런 방향을 계속 견지하고 있고 또 외국 단체를 초청할 때, 국제적인 공동작업에서도 기준이 된다.


비전을 공유하고 그것을 현실화하는 것이 기획의 역할이라는 것인데, 당연히 내부에서의 소통이 중요할 것 같다. 그런데 예술가와 기획자는 또 다른 입장 관점이 있지 않나.


최영 모든 작업에 대해 극단의 모든 단원들에게 의미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칠 수는 없다. 배우들은 조그마한 무대에서라도 뚜렷한 역할을 하는 것을 원한다. 대형작품의 코러스보다는. 하지만 공연 양식적인 측면에서 지자체에서 하는 이벤트성 공연들이 극장 연극작업에서 이루지 못하는 예술적인 성취를 이루는 경우도 있다. 집단적인 움직임 속에서 이루어지는. 그런 작업들도 재정적인 이유나 지역문화 등에서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할 땐 모르지만 피드백을 받았을 때 의미를 찾는 경우도 있다.


밀양연극촌에서는 어린이 극단을 밀양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한다. 주말이면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려오고 그렇게 모여서 연습해서는 6개월에 한 번씩 공연한다. 이미 아이들이 배우로써 전문성이 있다. 길게 5년 짧게 2~3년의 경험이 있다. 어떤 경우는 극단의 신입단원들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 극단 공연이 하면 늘 만원이다. 이 경험을 토대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에서 타 지역에서 진행했다.


이것은 밀양연극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젝트다. 이런 활동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 지역사회에 미치는 성과가 크다. 나는 이런 활동들이 많이 알려져서 극단이 지역사회와 어떤 연계를 가지고 활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다.




수익, 많이 고민하지만 언제나 어려운


예술적 이념,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수익도 중요하지 않나? 수익도 창작의 중요한 조건이지 않나

최영 극단은 생존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연희단거리패의 경우 규모가 규모를 계속 키우고 있는데, 지금 심각하게 규모에 대해 고민 중이다. 이 규모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정리하고 대폭 축소할 것인가. 이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금 많은 일들을 할 수 밖에 없다. 밀양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배우들이 연극을 하는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직업적으로 연극을 하기 위해서 생계를 공동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김덕희 처음에 기획을 시작했을 때 극단이 지원금을 받지 않고도 독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3년 후 포기했다.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힘들다. 하지만 자생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원금이라는 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티켓으로 자생력을 확보하기엔 어렵다. 그렇다고 지원금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원금은 새로운 작업을 위해 꼭 필요하다. 지금은 지역이나 기업과 같이 가는 여러 방법들이 필요한 시점이 온 것 같다.


김서령 자생력은 기획자들이 많이 고민하는 것이면서 실제 부딪혔을 때 어려움을 절감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공연의 시장규모가 작고 관객층이 얇아 작품을 잘 만들어도 해결이 안 된다. 현장예술이기 때문에 부가적인 수익창출도 어렵다. 그래서 자꾸 국제시장에 눈 돌리게 되고, 교육이나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돈 버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교육프로그램의 경우 관객 개발의 일환으로 생각하면 굉장히 중요하다. 여러 노력들을 하지만, 지금은 내 생애에서는 안 되겠구나 생각한다.


최영 극단을 재정적으로 어떻게 안정화할지의 문제는 항상 긴장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처한 환경이 수익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원금, 후원, 매표수입 등 어떻게 다양한 재원을 조성하고 창작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해마다 매번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김서령 그래서 장기지원이 굉장히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돈 벌 수 있는 계획도 할 수 있다. 지금은 일 년 단위로 살아가고 있다.



운영의 안정성과 예술적 성취, 모두 놓치지 않기 위해


좌담중인 김소연, 김서령, 김덕희, 최영


어려운 여건이지만 기획경영의 역할에 대한 신념은 모두 확고하다. 마지막으로 단체의 계획이 아닌 기획경영자 개인으로 실현해보고 싶은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최영 극단이 20년 넘게 작업한 성과를 어떻게 계속 발전시킬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재단법인과 같은 제도적인 입지가 필요한 것인지, 현재와 같은 운영방식으로 예술 활동이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이어나갈 수 있을지 그런 걸 나뿐만 아니라 극단에서 오랫동안 같이 작업해왔던 사람들이 같이 고민하고 있다. 결국 민간예술단체가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창작의 수준을 놓치지 않고 양자를 잘 해나가는 방법은 무엇인가의 문제다. 제도적이든 내부적인 운영 방법이든 간에 어떻게 잘 끌고 나갈 것인가, 그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 나에겐 가장 중요한 일이다.


김덕희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구조, 시스템을 조직 내에서 갖추는 것, 4대 보험, 사단법인화, 단원복지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뛰다는 개인과 단체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단체와 개인이 동일시된다. 그만큼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안정적인 창작공간이다. 연희단거리패와는 또 다른 방식이겠지만 지역으로 내려가서 창작활동을 하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작년부터 구체적인 조사와 시험들을 해보고 있다. 아주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다. 3~4년 내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 움직일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작업할 계획이다.


김서령 역사가 오래된 단체의 경우 연희단거리패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선생님 이후에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 된다. 그래서 단원들이 안무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이 단체에 선생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자꾸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단체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방향을 모색하게 하는 것이다.


이오공감에 대한 고민은 일이 많아지고 커지면서 국내외 네트워크를 잘 다져서 조금 더 효율적으로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다. 할 일은 많은데 또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그 모든 것을 알아서 다 해주길 바란다, 당연하게. 우린 또 그런 바람을 충족시키기 위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일하지만 서로 소모적인 일이다. 전문적인 부분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야기를 나누면서 창작역량을 현실화시키는 기획 경영의 역할에 대한 세분의 확고한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예술활동에서 예술경영분야의 역할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 언제쯤일지는 모르겠지만 소명의식 말고 조금 더 구체적인 성취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기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장시간 수고하셨다.




김소연

필자소개
김소연 편집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소위 위원, [컬처뉴스] 편집장을 지냈다. 무대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연극평론을 쓰고 있다. &lsquo;상업지구 대학로를 다시 생각하다&rsquo;&lsquo;이 철없는 아비를 어찌할까&rsquo; 등의 비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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