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뮤지컬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경쟁이 예상된다. 서울, 경기 지역 주요 대형 공연장에는 어느 한곳 예외 없이 대형 뮤지컬이 올라간다. 6월과 7월 사이에 올라가는 대형 뮤지컬들을 살펴보면 이렇다. <맘마미아>(6월 국립극장), <지킬 앤 하이드> 투어 공연(8월 세종문화회관),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한국 캐스트(7월 예술의전당), <브로드웨이 42번가)(7월 LG아트센터), <돈주앙>(7월 충무아트홀), <시카고>(6월 성남아트센터), <지킬 앤 하이드> 한국 캐스트(6월 고양아람누리), 그리고 중극장 작품으로 <스프링 어웨이크닝>(7월 두산아트센터)이 올라가고 이미 2월부터 공연 중인 <드림걸즈>가 7월말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돈주앙> (제작 NDPK)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뜨거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시장 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다. 작년 말부터 불어 닥친 경기 한파로 인해 대중들의 구매력이 약해졌고, 대형 뮤지컬의 경우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기업들의 협찬 및 단체 구매도 현저히 떨어진 상태이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으나 실무 담당자가 느끼는 기업 판매율은 대략 작년에 비해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작품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에 그 누구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올 여름 대형 뮤지컬들이 몰린 것은 그동안 뮤지컬 시장이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돌진해왔기 때문에 그 가속도를 이기지 못해 벌어진 현상이다. 2000년대 이후 뮤지컬 시장은 매출액 대비 평균 20퍼센트 정도의 놀라운 성장을 기록해왔다. 2006년에서 2007년 한해에는 무려 40퍼센트에 가까운 성장을 이루었다. 게다가 경기 침체로 성장이 불투명했던 2008년도에도 전년도에 비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8년의 성장은 그동안 공연장을 비롯한 펀드 등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뮤지컬 제작사들이 수익을 내면서 전반적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공연장이나 펀드 등 물적 인프라가 뮤지컬 시장에 쏟아지면서 양적 성장을 이룬 것이다.

<드림걸즈>(제작 오디뮤지컬컴퍼니)
2007년 조성된 뮤지컬 펀드가 대략 600억 원이었다. 이것이 2008년도에 쏟아지면서 작품들을 제작할 수 있는 자본이 갖추어졌고, 최근 하나둘 증가하는 공연장들은 작품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해주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형 뮤지컬을 올릴 수 있는 공연장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3개 이상의 대형 뮤지컬이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신규 공연장만이 아니라 클래식, 오페라, 무용 등 대극장을 점유했던 장르들이 경기 약화로 위축되면서 극장 측에서는 그나마 대중적인 뮤지컬 장르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올 여름처럼 한 시기에 10개에 가까운 대형 뮤지컬이 올라가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다. 과연 현재의 뮤지컬 시장이 이러한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는 못할 것이다. 나름대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지만 이들 중 2개~3개 정도만이 수익을 낼 것이라는 것이 공연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수익을 낸다고 해도 예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익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작품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카고> (제작 신시컴퍼니)가속페달을 밟으며 질주해온 뮤지컬 시장은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자기 제어력을 잃어버렸다. 올해 초만 해도 공연 관계자들은 경기 침체로 시장에 일정한 피해가 있겠지만 현재의 성장 속도를 제어하면서 내실을 기하는 선기능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올 여름의 상황은 양적 팽창의 정점, 경쟁의 정점을 보고 있는 것 같다. 혼란의 시기를 거쳐 결국 살아남는 튼실한 제작사 위주로 뮤지컬 시장이 재편될 것인데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이 치열한 적자생존의 싸움터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결국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피비린내 나는 경쟁을 약화시킬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상황의 심각성을 간파한다면 경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협력을 통해서 이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 각 제작사들은 서로 합의 하에 지나친 경쟁을 자제하고 과도한 성장으로 인해 기형적으로 변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이를테면 지나친 경쟁으로 높아진 해외 제작사에 지급하는 로열티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일은 시급한 현안이다. 또한 심하게 부풀려진 일부 배우들의 개런티 문제도 재고되어야 한다.

협력을 통한 작품 제작 환경의 개선 없이 경쟁만으로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대안이 어느 순간 번뜩 떠오른 생각도 아니다. 이미 많은 관계자들이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었다. 문제는 &lsquo;각각의 제작사들이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것을 양보하면서 제작사 전체가 자신들이 정한 룰을 따를 수 있느냐&rsquo;인데, 그 점에 대해서는 자꾸만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박병성

필자소개
박병성은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의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각종 매체에 뮤지컬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뮤지컬에서 드라마와 음악이 결합하는 방식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특히 창작 뮤지컬에 애정이 많다. 본지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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